▲ 네이버. (출처: 네이버 회사 홈페이지 캡쳐)

‘청탁 받고 뉴스 재배치 조작’ 인정·사과
기업윤리 강조해온 공정성에 큰 훼손
IT전문가 “언론사보다 영향력 커, 우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뉴스·미디어 검색 점유율 약 70%를 자랑하는 ‘네이버’가 청탁을 받고 뉴스를 재배치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0일 네이버포스트에 올린 사과문에서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네이버가 약속해 온 투명한 서비스 운영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사용자와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동일한 조직 내에 스포츠 기사를 배열하는 부문과 언론 취재의 대상인 스포츠 단체와 협력하는 부문이 함께 있다 보니, 구조적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같은 의혹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지 못했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아 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잘 보이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재배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연맹 관계자가 네이버 K이사에게 청탁했고 K이사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자체 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 네이버뉴스 스포츠. (출처: 네이버뉴스 스포츠 페이지 캡쳐)

뉴스 재배치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네이버는 그동안 강조해온 공정성에 큰 훼손을 입게 됐다. 네이버가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업윤리/규범’의 기업윤리 추구가치를 살펴보면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여 업무를 수행하고’라고 돼 있다.

IT전문가들은 이 같은 네이버의 뉴스 재배열 조작과 관련해 우려의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록 네이버가 언론은 아니지만 하나의 언론사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공정성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은 23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네이버는 언론법상 언론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언론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언론사에 버금가는 위치에 있는 만큼 권력이나 재벌, 특정단체로부터 독립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전문위원도 “(네이버는) 분명 언론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면 왜곡이고 그 자체가 여론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 회장은 “네이버 포탈 자체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먼저는 자정력이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안 되고 있다면 자율성은 보장하되 부정행위나 편파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맹기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도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네이버는 이미 언론 아닌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회도 네이버에서 나타난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관련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천지일보(뉴스천지)DB

네이버의 이번 조작 사건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견해도 나왔다. 인터넷 사업자로 등록된 네이버는 언론에 준하는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에 증거가 잡히면서 확실하게 드러난 것일 뿐 의혹은 계속 있어 왔다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네이버는 스스로 언론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일부러 특정 부분의 뉴스를 축소시켰다그렇다면 언론이 하는 편집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준하는 규제를 전혀 받고 있지 않다신문이나 방송이 법에 의해서 잘못한 일이 있으면 처벌을 받듯이 네이버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심의를 거쳐 벌금을 물게하는 등 처벌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문법상 기사 배열의 책임자를 지정하고 공개할 의무는 있으나 배열권을 규제하는 것은 자유 영역을 침해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화미디어의 공익성 증진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 미디어정책관 관계자는 “포털사이트의 기사 배열권은 해당 사업자의 권한으로 인정돼 정부가 개입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신문사업자에게도 편집에 있어 편집인을 공개토록 의무를 두되 편집권에 대해 ‘어떻게 편집하라’라고 규제하는 것이 언론 출판의 자유를 검열하는 영역으로 갈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네이버는 기사 배열 방식 등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사업 제휴와 뉴스 서비스가 혼합돼 있는 조직을 분리하고, 다양한 AI 추천기술을 적용해 내부 편집자가 기사배열을 하는 영역을 줄이는 방향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사배열 책임자를 일원화하고, 투명성위원회가 기사 배열에 대해 점검하도록 하겠다”며 “콘텐츠 선별 및 배열, 매체 및 창작자 선별, 이슈 선별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공식 사과문. (출처: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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