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저지른 잘못된 행태들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면서 국민 관심 속에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벗기면 벗길수록 또 다른 의혹과 범의(犯意)들의 속살이 드러나고 있는바 당시 원 국정원장이 “법 지키며 일할 거면 국정원이 왜 필요한가”라는 말은 무소불위 권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원 원장의 지시를 받으며 국정원 업무에 깊숙이 관여했던 핵심 간부들이 검찰에 불려나가 피의자 혹은 참고인으로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나온 내용들이 사실이라 한다면 이는 분명 우리 국가·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한때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 건물 앞 바위에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었다. 당시 안기부 관련 보도들이 TV방송을 탈 때마다 그 장면이 자주 방영됐고, 그 슬로건을 본 많은 국민은 분단국가에서 국가안전보장의 막중함을 자각하기도 하면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국가의 최고정보기관 직원들의 고충과 충정을 이해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국정원의 여러 활동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이다.

국정원 전 간부가 내부 실상을 토로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27일 모 신문이 취재·보도한 국정원 전 간부의 ‘최근 시국 관련 소명과 소회’라는 글 내용 속에서 “(국정원 재직 중) 가까운 사람들끼리 ‘김정일 체제보다 원세훈 체제가 더 철저하고 잔혹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물론 내부인끼리 한 말이기는 하나,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독제 체제보다 더 지독했다니 과연 믿을 수가 있겠는가. 그 말은 어떻게 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부임한 2009년 2월 이후 4년간 대한민국의 최고 정보기관이 불법 자행의 온상이 됐고, 몇몇 직원들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면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징표이기도 하다.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자행된 수많은 불법 혐의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전 간부들은 “재직 기간 국가에 충성을 다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그들이 국정원 직원으로 임명되면서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을 발휘해 국가에 봉사할 것을 맹세하고 법령 및 직무상의 명령을 준수·복종한다’는 선서를 했을 것이다. 직무상 명령 복종은 국가 안전 보장과 국민전체의 봉사를 위한 적법한 복종이어야지 정권이나 원장 개인을 위한 것은 분명 아니다. 오랜 기간 권력에 힘입어 온갖 불법을 자행하는 동안 함구하다가 수사를 받는 이제 와서야 원세훈 국정원장 체제가 “김정일 체제보다 더 철저했다”는 비판은 정당화될 수 없다. 벗길수록 드러나는 양파 껍질 같은 국정원 불법과 적폐를 명명백백하게 파헤쳐 단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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