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업 과중.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교생 10명 중 4명 “하루 6시간도 못 자”
“수면 부족, ‘자살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천지일보=김빛이나·임혜지 기자] “거의 잠을 못 자는 거나 마찬가지죠. 최근엔 시험 기간이 겹쳐서 매일 새벽 1시까지 공부하다가 잠든 것 같아요. 힘든데 어쩔 수 없죠. 그냥 학생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고교 2학년 박기현(여, 18, 경기도 양주시) 학생은 1일 기자와의 대화에서 전날도 학교과제를 하느라 5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양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학교에 가기 위해선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아침을 먹고 학교에 도착하면 장장 9시간의 학교수업이 시작된다. 학교가 끝난 후 해가 지는 저녁 7시가 되면 또다시 학원으로 ‘2차 등교’를 한다. 학원이 끝난 10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교과제 등 나머지 공부를 시작한다.

박양은 수행평가를 물어보는 질문에 수행평가 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잠을 못 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수행평가가 다가오면 세심히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새벽 3시나 4시쯤에 잠이 든다”며 “평일에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보니까 평소 취미 생활을 즐겼던 주말에도 요즘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보낸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 문제는 온라인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우리나라 청소년 수면 부족 너무 심각한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제 동생이 고2인데 학교공부와 학원 공부를 하다 보니 잠이 부족해서 매일 피곤해한다”며 “아무래도 청소년 수면 부족의 원인은 학업 때문인 것 같다”고 적혀있었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도 학생 건강검사’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중 고교생의 43.9%가 하루 6시간도 못 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 10명 중 4명은 하루 6시간도 채 못 잔다는 것이다.

특히 성별로 보면 6시간 이내 수면율이 남고생의 경우 35.6%로 여고생은 52.9에 달했다. 이와 같은 청소년의 수면 부족은 ‘자살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조윤희 을지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시간이 하루 수면시간이 7시간 이하인 청소년의 경우 7시간 이상 잠을 자는 학생보다 자살 생각은 1437배, 우울감은 1420배로 많게 나타났다.

올해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병은(19)군은 “내가 친구들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새벽까지 공부하게 되고, 혼자 덩그러니 공부하다 보면 내가 마치 외톨이라고 느낄 때도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해우 서울 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충분히 수면시간을 갖지 못할 경우, 감정 기복이 심해져 일상생활이나 공부를 할 때 효율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모자란 수면을 한꺼번에 몰아서 자게 되는데 불규칙한 수면은 만성 수면장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충분한 수면이 기억력을 활성화해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것을 학습하고 잠을 자게 되면 수면시간 동안 뇌가 저장한 것을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잠을 잘수록 훨씬 더 공부를 잘 할 수 있고 학습한 내용을 기억에 오래 남길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면 부족에 대한 대책으로 “학부모와 학생이 먼저 적정한 수면의 중요성과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학교에서도 시험 등의 학습을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