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전시 가득한 서울시립과학관
“눈으로만 보지 않고 직접 체험해야
과학, 어렵고 지루해도 가치 있어”
미로 같은 충숙공원 숲길 산책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 도시가 형성되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과학적 원리가 적용되고 있을까. 서울시 곳곳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살펴보고, 우리가 사는 일상이 과학이라는 사실을 체험을 통해 단 시간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에 건립돼 지난 6월 개관한 서울시립과학관을 찾았다. 이곳은 서울시가 청소년의 기초과학 이해를 돕고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건립한 최초의 시립과학관이다. 지난 6월 개관했다. 연면적 1만 2330제곱미터,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규모다.
10월 중순 찾은 과학관은 자녀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려 방문한 젊은 층의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학관은 깨끗한 내부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1층 로비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것은 주기율표 모양으로 만들어진 사물함이다. 무인 발권기를 통해 입장권을 구입하면 큐알코드가 박힌 종이 비닐 팔찌가 나오는데, 전시관을 들어가려면 필수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카드를 찍듯이 전시관 입구에서 큐알코드를 대면 어느 전시관이든 통행이 가능하다. 시가 운영하는 과학관이어서 입장료도 성인 2000원, 어린이‧청소년 1000원으로 저렴하다. 주차요금도 5분 150원, 1시간에 1800원 정도로 큰 부담이 없다.
체험하는 가족들을 보니 아이들 때문에 과학관을 찾았을 부모들이 도리어 아이들처럼 반짝이는 눈빛을 보였다. 방문객들은 블록을 맞춰서 한강 위에 건립된 다리들을 직접 만들어봤고, 모래를 모아서 서울의 지형을 바꿔보기도 했다. 유전현상에 대한 가계도 영상 체험과 세균의 모습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도 했다. 열정이 넘치는 어린이들은 특히 3층 R전시실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며 뿌듯해했다. 과학관 한쪽에 마련된 강의실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도 이뤄지고 있었다.
전시공간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뉜다. 1층에는 생태 환경 건축과 관련한 체험을 할 수 있는 Green 공존 전시실이 있다. G전시실에서는 서울의 생태환경과 도시구조 속 과학 원리에 대한 체험을 통해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며 상생하는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2층과 1층 사이에는 인체 유전 물질 등에 대한 실험이 Orange 생존 전시실에 준비됐다. O전시실에서는 인간을 둘러싼 물질의 특성과 변화, 생명체로서의 인간, 생활모습의 관찰 및 탐색을 통해 이해도를 높여볼 수 있다.서울시립과학관에서의 과학체험을 100% 활용하려면 사전에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기초 정보를 파악하는 게 좋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적 원리를 체험하는 것이라 아는 만큼 더 잘 보인다.
2층에는 뇌과학과 우주 수학 등을 체험할 수 있는 Blue 연결 전시실이 있다. B전시실은 교통시스템, 뇌의 연결망, 우주, 수학 등 복잡하고 광범위한 시스템 속의 과학적 원리를 종합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마지막으로 3층에는 힘과 에너지 등에 대한 과학적 실험으로 직접 체험해보는 Red 순환 전시실이 있다. R전시실에서는 도시의 혈액인 에너지의 생산 및 이동, 재생산에 대한 원리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을 이끈 서울의 역사적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평소 접하지 않았던 과학 지식들은 잘 알지 못하면 그만큼 더 느낄 수도 없다. 홈페이지에서는 각 체험 전시관에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배경지식과 관련 이미지, 360도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영상을 보고 어떤 체험을 할 수 있을지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또 매월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신청한 후 과학관에 가면 더 심도 깊은 체험이 가능하다. 이후 과학관에서 몸을 움직여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면 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내년 3월까지는 ‘비행 오디세이’가 특별전시된다. 곤충에서 조류까지 비행을 하는 생물의 원리를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인간이 비행을 하게 된 계기부터 오늘날 비행기, 우주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실내에서 체험으로 신선한 공기에 대한 갈증이 더해졌다면 서울시립과학관을 품고 있는 주변의 충숙공원을 산책해보는 것도 좋다. 30여분 정도면 산책이 가능한 충숙공원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공원으로서는 드물게 사람의 손을 덜 탄 게 특징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산책로나 구조물이 별로 없어 마치 시골 야산의 좁은 오솔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지대가 그리 높지 않아 굳이 등산 복장을 하지 않더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도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산책로다. 또 마치 미로 같이 이어지는 충숙공원의 숲길은 과학관 체험으로 호기심을 자극받은 아이들이 갖은 상상력을 토해내기에도 충분하다.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은 “서울시립과학관은 구경하는 과학관이 아니다. 아주 멋진 전시물이 없다. 배움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과학은 어려운 게 아냐. 신나고 재미난 거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면서 “어렵고 지루하지만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립과학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과학을 ‘하는’ 것이다. 과학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지론에 근거한다. 그래서 이정모 관장은 “나중에 박사가 돼서 할 수 있는 어떤 거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도전할 만한 것부터 ‘하는’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만족하지 않고 과학관에서 더 많은 질문을 품고 가기를 원한다며 과학은 의심과 질문으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