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천 위로 관통하게 지어진 북수문(화홍문). 다양한 기능과 견고함 게다가 아름다운 경관까지 갖춘 당대의 대표적 시설물.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 축조… 최초로 시도한 ‘공심돈’ 등 건축술 화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정조는 당대 최첨단 과학기술을 총 동원해 화려한 성곽을 만들어 강력한 왕권을 드러내고자 했다. 세계가 그 문화재적 우수성을 인정해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성곽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원화성은 동서양의 군사시설 이론을 잘 배합시킨 독특한 성으로 특히 방어적인 기능이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다. 화살과 창검을 방어하는 구조와 총포를 방어하는 근대적 성곽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성곽 축조에 석재와 벽돌을 응용한 것과 용재를 규격화해 거중기 등 기계장치를 활용한 점 등에서 우리나라 성곽건축사상 가장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4대문, 장대, 포루 등 41개나 되는 시설물이 설치된 수원화성은 우리나라에 있는 성곽들 중 가장 아름다워 성곽의 꽃으로도 불린다.

 

 

▲ 정약용의 설계로 건축된 우리나라 성문 중 가장 큰 장안문. ⓒ천지일보(뉴스천지)

◆거대하고 독특한 ‘장안문’

화성에는 화려함으로 돋보이는 건축물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으로 꼽히는 장안문과 사방팔방으로 통한다는 팔달문, 화성을 가로지르는 수원천 위에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북수문(화홍문) 등이 있다. 특히 북쪽에 있는 문으로 정조 대왕을 맞이하는 문인 장안문은 크기도 거대하지만 독특한 모양새가 눈길을 끈다. 한양과 수원을 이어주는 길목이라는 중요성 때문에 방어적인 모양을 갖추게 됐는데, 그것이 바로 옹성과 오성지다.

옹성은 장안문을 무지개처럼 둘러싼 성이며, 오성지는 옹성에 설치된 문이 화공으로 탈 것을 염려해 물을 흘려보내는 구멍이다. 이러한 구조는 팔달문에서도 역시 찾아볼 수 있다. 이 이중적인 보호 장치는 정약용이 계획해 설치했다.

장안문이라는 이름은 화성의 백성들이 영원토록 태평성대를 누리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정조 대왕이 직접 지었다.

화홍문은 그 아래로 수원천이 흐르고 있는데, 지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흐르고 있으며 경관이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방어술의 절정체 수원화성

또 특색 있는 시설물로 공심돈을 들 수 있다. 공심돈은 군사가 안으로 들어가서 적을 살필 수 있게 만든 망루의 일종이다. 돈 안의 공간을 비워서 축조한 것은 수원화성이 처음이다. 이 공심돈은 화성을 모두 축조한 후 정조 대왕이 신하들을 이끌고 순회하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공심돈이니 마음껏 구경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성안을 보호하기 위해 대포를 쏘기 위해 만든 포루, 또한 적에게 들키지 않고 군수물자를 성안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만든 암문, 석궁을 쏘기 위해 높은 지대에 축조한 노대가 눈여겨 볼 만하다.

◆수원시민에서 세계인까지

화성은 1997년 이태리 나폴리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제21차 총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화성은 수도권에 위치해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관람을 하러 온다.

러시아에서 한국에 휴양차 자주 온다는 아나스타샤(28, 여) 씨는 서장대에서 수원 시내를 내려다보며 “경치가 엄청나게 아름답다. 작은 건물이 많이 있어 서울보다 더 좋아한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는 “도시가 잘 보여서 너무 아름답고 자유로움이 느껴져 사실 남산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수원시민에게도 수원화성은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휴식처다. 김종수(52, 남, 수원시 화서동)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찾는다”며 운동 겸 산책으로 한 바퀴 돈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오지만 사실은 성곽을 제외하고는 볼 게 없다. 먹을거리도 개발해야 관광객을 붙잡아 이 주변 지역경제가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 김종수 씨는 화성에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지만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아둘 매력이 없다는 점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공사도 많이 한다. 수원우체국이 원래 성 안에 있었는데 지금은 밖으로 나갔고, 신풍초등학교도 옮긴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와 개발을 위해서 수원시와 수원화성운영재단이 함께 수원화성 안의 건물 미관 정리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 화성 연무대에서는 전통 국궁 활쏘기를 할 수 있다. 과녁은 초보를 위한 30m와 능숙자를 위한 145m가 있다. 과거에 활을 쏜 경험이 있다는 한 할머니가 145m 떨어진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도시와 문화재 ‘어울림’ 유도

과거에는 성곽을 주변에 두르고 백성들을 보호하고자 기능을 발휘했던 화성은 성 밖으로 확대된 도심 속에 섞여 이제는 현대건물과 문화재를 한눈에 구분하기가 어렵다.

특히 팔달문 주변은 사방팔방으로 통한다는 의미와 상통하게 사방팔방으로 사람들이 왕래해 상업이 발달했다. 현재도 팔달문 주변으로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팔달문을 따라 화성행궁으로 가는 길 주변은 상가와 주거로 어우러져 있다. 아울러 화성 안에 들어가면 높은 빌딩에 가려 성곽을 분별할 수가 없었다.

지대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서장대에 올라가야만 겨우 성의 윤곽이 보였다.

이같이 도시와 문화재의 미관이 어울리지 않아 수원화성운영재단은 앞으로 새로 생기는 건물과 재건축을 하는 건물에 대한 디자인 규정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최대한 미관을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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