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개미슈퍼’는 12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역사와 추억, 옛방식을 고집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개미슈퍼 주인 차효분씨를 만나 골목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이유와 한길을 걸을 수 있었던 노하우를 들어봤다.

 

▲ 개미슈퍼 주인 차효분씨가 외국인 관광객들과 찍은 사진들을 뒤로 하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김지헌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120년 된 동네명물 ‘개미슈퍼’ 주인 차효분씨

개미슈퍼 앞 건물서 나고 자라
손님과 인증샷 건물 가득 메워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서울서부역 쪽으로 나와 정면을 바라보면 왼편에 청파동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이곳은 용산구의 동쪽 끝과 중구의 서쪽 끝이 맞닿은 서계동이다. 서계동 거리를 누비다 보면 1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 자리를 지킨 동네명물 ‘개미슈퍼’가 나온다. 골목을 들어서자 외국인관광객들에게 연신 콩글리시(Konglish)로 “LOOK AT ME!(룩 앳 미!)”를 외치며 사진을 찍어주는 차효분(62, 여)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구글 번역기까지 써가며 외국관광객과 소통도 척척 해냈다. 차씨는 “요즘은 시대가 너무 좋아져서 핸드폰 번역기로 다 되는 세상이라며 머리 싸매가며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참이 지난 후 외국인손님들이 가게를 떠나자 왁자지껄했던 개미슈퍼 골목은 차분해졌다.

“100년이 넘은 개미슈퍼는 원래 있던 주인에 이어 내가 4번짼가 5번째지 아마.”

차씨에 따르면 그는 과거에 개미슈퍼 바로 앞 건물에서 태어나 살았는데 세월이지나고 고향을 다시 돌아와 이곳에 와서 개미슈퍼를 인수했다. 그렇게 시작한 개미슈퍼는 점점 동네에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 구청의 도움으로 낡은 벽면을 화사한 분홍빛의 페인트로 꾸몄고 벽에는 개미슈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찍은 수많은 사진들로 꾸몄다. 골목에는 꽃 화분을 설치해 꽃길도 만들었다.

그는 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이분은 러시아분인데 태권도 자격증 따러 한국에 왔다”며 정다운 동네친구를 말하듯 사진들을 일일이 설명했다. 손님들에게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어느 나라 사람이든 진실한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개미슈퍼 전경. (사진: 박완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개미슈퍼가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가게가 오래된 것도 있지만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꼼꼼함이 묻어나오는 그의 친절한 모습 때문이었다. 그는 개미슈퍼 인기 메뉴를 외국인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각국의 언어로 설명을 적어놓았다. 또 외국인손님의 기호에 따라 과자나 김 등의 상품들을 골라 비닐봉투에 담아 보여준다.

차씨는 “개미슈퍼를 방문했던 외국손님들은 한국에 올 때마다 가게를 찾는다. 다시 만나니 반갑고 정말 많이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며 “재작년부터 사진을 현상해서 액자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예전에 같이 사진 찍었던 러시아손님이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가게 외벽에 붙여진 사진을 보고는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매주 4차례 서울역 구석구석에 얽힌 이야기를 2시간 동안 소개하는 ‘서울역 도보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도보 투어 가운데 ‘청파·효창코스’는 서울역∼국립극단∼개미슈퍼∼만리시장∼성우이용원∼효창공원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원래부터 외국인 관광객에 입소문이나 손님들이 많았던 개미슈퍼는 외국인을 떠나 너나 할 것 없이 찾는 ‘동네명물’로 자리 잡았다.

▲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개미슈퍼 전경. (사진: 박완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개미슈퍼 주인 차효분씨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박완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개미슈퍼 주인 차효분씨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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