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만리동에 위치한 ‘성우이용원’은 9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역사와 추억, 옛방식을 고집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성우이용원 이남열 이발사를 만나 골목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이유와 한길을 걸을 수 있었던 노하우를 들어봤다.

 

▲ 성우이용원 주인장 이남열씨가 이용원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사진: 박완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90년 된 성우이용원 ‘3대 주인장’ 이남열씨

이발 기술 끊임없이 개발해
손가락에 머리카락 박히기도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최근 서울시가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을 통해 걷기 문화 사업을 하면서 차도로 끊겼던 골목길이 도심의 산책로로 이어지고 옛 골목들은 단장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서울 용산구 만리동 만리시장 언덕길에 위치한 성우이용원은 마치 세월을 멈춰놓은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 성우이용원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 성우이용원은 1927년부터 3대째 이어져오고 있다. 3대째 가업을 이어받은 이남열(67, 남)씨는 올해로 55년 경력의 이발사다.

5평 남짓한 성우이용원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담긴 물건들로 가득했다. 연탄난로와 오래된 타일이 박힌 세면대, 세월이 느껴지는 바론 이발의자 3개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했다.

▲ 성우이용원 내부 모습. 거울에 비친 성우이용원 주인장 이남열씨가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 박완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거리 곳곳에 미용실이 즐비한 요즘 이발사로서의 자긍심을 잊지 않은 이씨는 “옛날에 이 동네에서 내가 이발 요금 안올리면 못 올렸어”라고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 머리는 제대로 된 이발 기술의 머리가 아니라고 강조하던 그는 “한번 머리를 깎는데 5종류의 가위가 쓰여. 이발은 가위와 빗으로만 머리를 깎는 기술이야. 사람마다 어울리는 머리가 있는데 요즘은 공장에서 나온 것처럼 찍어내는 것 같아”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5남 2녀 중 5째라는 이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하교 후에 용돈벌이로 가업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3년 동안 손님머리 감기고 숫돌에 연장 갈고 가위를 잡았어. 3년 지나고 5년 6년 10년 지나니까 완전히 기술차이가 나거든. 드라이도 할 줄 아는 사람이 하는 거 하고 모르는 사람이 머리하는 건 완전히 다른 거야”라고 말했다.

▲ 55년 경력을 가진 성우이용원 주인장 이남열씨가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 박완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비누 독으로 갈라진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인 채로 손님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잘라냈다. 그는 “손에 머리카락도 박히고 아파. 이발이라는게 쉬운 게 아니야”라고 강조했다.

경영철학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지금도 이발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실력은 거짓말 안 해. 사람이 시작했으면 딴 길로 빠지면 안 되는거야”라고 했다. 이씨는 시중에 차려진 이발소에 대해서도 “이발면허증 갖고 있는 사람만 이발하라고 하면 좋겠다”며 “목욕탕 안에 차려놓고 면허증 없이 남에 꺼 빌려놓고 하는 거 30~40%는 될거야”라고 말했다.

“자꾸만 서로 싸움시켜서 업소가 죽어. 최선을 다 해서 경쟁을 하되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해야지. 남을 죽이려고 하는 경쟁은 하지 말아야 해.” 이씨는 이발소가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상생의 경영 마인드를 가진 그의 이발소를 찾은 손님의 머리는 이남열씨가 숙련된 가위질로 머리 모양, 얼굴 형태 등을 고려해 새롭게 스타일이 재탄생한다. 이씨의 손길을 거친 손님들은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를 바라보며 얼굴엔 흡족한 미소가 넘친다. 앞으로도 성우이용원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 이발사 이남열씨의 손. (사진: 김지헌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서울 용산구 만리동에 위치한 성우이용원 전경. (사진: 박완희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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