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기정 할머니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충남 당진시청 앞 광장에서 당진시민장으로 엄수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 명예 회복시켜 드릴 것”
“과거사 명명백백하게 밝혀 화해에 이르러야 ”
'국내외 등록 생존 위안부는 33명으로 줄어'

[천지일보 당진=박주환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기정 할머니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충남 당진시청 앞 광장에서 당진시민장으로 엄수됐다. 이기정 할머니(향년 93세)는 지난 11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 보고, 김홍장 시장 조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 등의 추도사에 이어 유족과 조문객 헌화 순으로 엄숙하게 거행됐다.

평화의 소녀상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이기정 할머니의 약력 보고를 통해 지난 1925년 충남 당진에서 출생했으며 열아홉 살 즈음이었던 1943년경, 서울의 소개소에서 일본 군인의 옷을 세탁하는 일을 할 것이라는 말에 속아 가족들도 모르게 강제로 끌려갔다.

기차·배·트럭 등을 타고 서울, 부산을 거쳐 싱가포르와 버마(미얀마)의 군전용 위안소에서 2년 6개월간 갖은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군함을 타고 부산으로 귀국했으며 서울에서 식모살이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가정을 이루셨지만, 위안소에서의 고초로 인해 자식을 낳을 수 없었고 중풍을 앓아 오른손을 쓸 수 없는 불편한 생활을 하시다가 생을 마감하셨다.

▲ 충남 당진시청 앞 광장에서 13일 오전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기정 할머니의 영결식에서 김홍장 당진시민장 공동 장례위원장(당진시장)이 조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홍장 당진시민장 공동 장례위원장(당진시장)은 조사를 통해 “이기정 할머니의 93년의 생애는 우리의 비참한 현대사와 국가의 책무가 무엇인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지난 2015년 12월 맺은 한일위안부 합의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기정 할머니의 아픔과 억울함을 위로하고 올바른 역사와 인권을 지켜나감으로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드릴 것”이라면서 “할머니의 비참하고 고단했던 삶을 17만 당진시민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 편히 영면하시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고 이기정 할머니의 삶을 옥죄었던 아픈 상처를 다 풀지 못한 것은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면서 “할머니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범죄이자 참혹한 인권유린의 역사 그 자체다. 또한 민족의 아픔이자 대한민국과 아시아 여성의 수난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진실을 통해 화해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충남 당진시청 앞 광장에서 13일 오전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기정 할머니의 영결식을 마친 후 떠나는 영구차를 시민들이 눈물로 보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영결식에는 김홍장(당진시장)·이종윤(당진시의회의장) 공동 장례위원장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지철 충남교육감,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당진시의원, 이명남 당진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등 각급 기관단체장과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이기정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조문객의 도열을 받은 이 할머니의 운구 차량은 노제 분향소가 마련된 당진터미널 앞 당진 ‘평화의 소녀상’과 송산면 오도리(고인 생가)를 거쳐 화장터가 있는 천안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이후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됐다.

한편 이기정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국내외 등록 생존 위안부는 33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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