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이 16일 자진사퇴했다. 다소 강성이긴 하지만 그는 유능한 정치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단 한 번도 곁눈질을 하지 않은 뚜렷한 신념의 소유자이다. 지난 총선 때는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천에서 탈락하는 수모도 겪었지만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민주당을 위해 백의종군 했다. 그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발탁돼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가장 잘 연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 평가됐었다. 그만큼 여권에서는 신망이 두터운 능력 있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일부 보좌진을 비롯한 측근들의 비리 의혹은 내내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최근 파장이 커지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3억원 수수설은 결국 전병헌 전 수석의 사퇴를 불러왔다. 앞서 수사팀은 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던 윤모씨와 김모씨, 브로커 배모씨를 구속했다. 사실상 전 전 수석의 턱밑까지 수사가 진행된 셈이다. 이때쯤 전병헌 전 수석의 자진사퇴 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무수석이라는 직책을 갖고 검찰 수사를 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전병헌 전 수석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심지어 아무런 범죄 관계도 없는 사건에 청와대 수석이 자진사퇴하는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고 강변했다. 물론 정말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억울한 심정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일과 참모들의 일을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전 전 수석은 사퇴의 변에서 “저는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을 지원 육성하는 데 사심 없는 노력을 해 왔을 뿐, 그 어떤 불법 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억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좀 다르다. 법률적 책임이야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가려야 할 일이지만 국민은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전 전 수석이 밝힌 대로 지금 문재인 정부는 가야 할 길이 산 넘어 산이다. 적폐청산은 시대적 과제요, 촛불민심에 대한 화답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전폭적 신뢰 없이는 그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다행이도 전 전 수석도 이를 직시했다. “국민의 염원으로 너무나 어렵게 세워진 정부, 그저 한결같이 국민만 보고가는 대통령님께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의 직을 내려놓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전 전 수석의 사퇴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자신을 던지고 더 큰 국민적 신뢰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한결 홀가분한 자세로 검찰 수사에 응하고 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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