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피해가 가장 컸던 한동대학교의 느헤미야관 외벽 붕괴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DB

직장인·학생 “지진 느꼈지만 대피 같은 것은 없었다”
전문가 “재난 대비 매뉴얼 교육하고 위험성 알려야”

[천지일보= 김빛이나 기자] “저장! 저장!” “외장하드 챙겼어?”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 긴급 재난 문자를 받고 지진을 감지한 순간 많은 직장인들은 반사적으로 ‘컨트롤 에스(컴퓨터 파일 저장 버튼)’를 눌렀다. 직장인뿐 아니다.

논문을 작성 중인 대학원생과 편집이나 코딩 프로그램을 다루는 학생, 엑셀로 과제를 하던 학생들은 그대로 자리에 앉은 채 황급히 컨트롤 에스를 누르고 외장하드를 챙기고 자료 백업까지 했다는 씁쓸한 사례가 17일 SNS상에서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자칫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회사, 학교 등에서도 안전불감증을 없애기 위한 노력과 대피 요령, 재난 대처법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트위터 이용자 ‘dub***’는 “지진을 느끼면서도 손으로 일하던 페이지 날아갈까 저장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고 글을 올렸으며 ‘Sky**’는 자신에 대해 “지진이 나도 반사적으로 저장 버튼 누르게 되는 마감 인생”이라고 설명했다.

‘Do***’는 “오빠가 회사에서 작업하던 중 지진이 났는데 흔들리고 나서도 대피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직원들 전부다 흔들리는 책상 잡고 (컴퓨터 파일을) 저장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Iam***’은 “지진 때문에 사무실이 한 번 흔들렸는데 여기저기서 필사적인 ‘저장!’ ‘저장해야해!’ 외침이 들려와서 너무 슬펐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는 ‘eric***’은 “도서관에 있었는데 지진이 나고 (휴대전화 경보) 알림이 울려도 움직이는 사람 없었다”며 “노트북 들고 일어나는 사람은 나뿐이네”라고 글을 올렸다.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사이에서 이 같은 반응을 나오는 이유로는 회사와 학교 등에서 팽배한 안전불감증이 꼽힌다. 또 회사에서도 지진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고, 상사 눈치를 보느라 소위 ‘튀는 행동’을 할 수 없었다는 이유도 나왔다.

‘FT***’는 “이 나라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며 “안전불감증도 심하지만 지진 나면 회사에선 목숨이 아닌 저장이 제일 우선인 상황이라니. 엄청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회사와 학교 등에서는 재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과 재난 발생 시 위험성에 대한 정보 제공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먼저는 지진 대응 매뉴얼을 잘 홍보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진 발생 시 단계적인 대처 방법을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위험성에 대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며 “재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알려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회사와 대학 등에서의 재난 대응법 교육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재난 대응 매뉴얼을 공급받아 회사 내부에서 이를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진과 관련해 사전에 훈련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유치원 등에서는 1년에 12번 이상 지진 대응 훈련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회사에서 1년에 한번 또는 6개월에 한번 대피 훈련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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