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천지일보(뉴스천지)DB

첫 공판서 심신미약·간질증세 주장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구속)이 첫 재판에서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여중생을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인정하며 “무기 징역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범행 당시 환각제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7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나온 이영학은 살인과 추행, 시신유기 등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영학의 의견서 내용을 언급했다. 이영학은 의견서에 ‘아내가 보고 싶어 이런 일(범행)을 저지른 것 같은데,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A양(피해자)은 나와 아내가 딸의 친구 중 가장 착하다고 생각한 아이’라고 썼다.

이영학은 또 의견서에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꼭 갚으며 살겠다. 무기징역만은 선고하지 말아 달라. 희망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밖에도 이영학은 의견서에 ‘딸을 위해서라도 아내의 제사를 지내주고 싶다’는 내용을 썼다.

재판장이 의견서 내용을 언급하면서 “피해자가 사망했는데 어떻게 용서를 구할 수 있나”고 묻자, 이영학은 고개를 떨군 채 “어떻게든… ”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영학의 변호인은 “이영학이 범행 당시 환각·망상 증세가 있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고 살해는 우발적이었다”며 “이영학에게 장애가 있고 간질 증세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학은 자신을 도피하도록 도와준 혐의(범인도피)로 함께 구속기소 된 박모(36)씨가 혐의를 모두 부인해서 딸(14, 구속)과 자신이 증인으로 채택되자 눈물을 흘렸다.

재판장이 “왜 그렇게 우나”라고 묻자, 이영학은 “아이를 여기(법정)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며 흐느꼈다. 이영학 부녀의 증인 신문은 다음달 8일 열린다.

앞서 이영학은 지난 9월 30일 딸을 통해 A(14)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등으로 기소됐다.

이영학은 딸을 시켜 A양에게 수면제 탄 자양강장 음료를 마시게 해 정신을 잃게 만든 뒤 각종 성인용품 등을 이용해 가학적 성추행을 저질렀고, 이후 A양이 깨어나자 신고당할 것이 두려워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학은 A양을 살해한 지난달 1일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이동해 유기한 혐의(사체유기)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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