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이 소등된 상태이지만 곳곳에 잠들지 못한 시민들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피소에 흐른 여진 진동에 불안감 증폭
학부모, 23일 수능 앞두고 자녀 학업걱정

[천지일보=김빛이나, 김정필 기자] “지진이 한번 나고서 어깨랑 목이랑 경직돼서 다 움츠러들었어요. 대피소에 있지만 지금도 얼마나 무서운지, 지진이 나면 천장에 등 같은 것이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하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역대급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경북 포항 지역의 주민인 신옥섭(60, 여)씨는 17일 대피소로 지정된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집이 있어도 집으로 가지 못하고 학생들은 학교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불안과 걱정은 깊어만 갔다.

특히 이날 오후 6시 57분께 발생한 여진은 이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했다. 당시 실내체육관엔 여진으로 인해 진동이 흘렀고 순간적으로 반응한 사람들이 대피소를 뛰어나갔다. 여진이 멈춘 뒤에도 몇몇 시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쉽사리 실내로 들어오지 못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도 경험했었다는 포항 주민 조연옥(60, 여)씨는 “여진이 일어났을 때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너무 놀라서 이웃의 손을 덥석 잡고 일어났다”며 “시의원이 옆에서 여진이라고 안심하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너무 마음이 불안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 17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 앞 여진에 놀라 밖으로 나온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지인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피소에선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기억에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김덕만(가명, 50대, 남)씨는 “아직도 15일의 기억이 생생하고 뚜렷하게 남아있다”면서 “그때 당시 낮에 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겪는 지진이 났다. 거리엔 사람들이 차를 다 버리고 인도로 대피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진이 또 언제 일어나지 않을까 너무 걱정되고 불안하다”며 “어제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포항시 북구 대신동에 거주하는 박소원(23, 여)씨는 “지난번 경주 지진보다 더 많이 흔들렸고 그래서 사람들의 대피도 빨랐다”며 “그때 당시 2층 카페에 있었는데 조명들이 서로 부딪히며 짤랑거리고 테이블도 흔들렸고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 17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흥해 실내체육관에서 시민들이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고3 학생을 둔 학부모는 오는 23일 수능을 앞두고 자녀의 학업에 걱정이 많았다. 포항 북구 주민으로 포항 영신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김성애(가명, 40대, 여)씨는 “대피소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제대로 공부를 못하고 있다”며 “여긴 도저히 공부할 분위기가 안 된다. 하지만 또 어디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독서실을 가라고 하고 싶지만 흥해읍엔 독서실이 없고 포항까지 나가야 한다”며 “아들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가족과 같이 있어야 한다’며 포항으로 나가길 꺼린다. 이렇게 대피소에 있는 게 너무 마음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편 포항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포항 지역 등에서 발생한 피해는 사유시설이 1246건, 학교·문화재 등 공공시설이 406곳, 인명이 75명(입원 12명, 귀가 63명)으로 나타났다. 또 이에 대한 피해 액수만 7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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