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롯데백화점 9층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이폰인기 뺨친 대기행렬
새벽 2시부터 대기자 나와
오픈 전 700명 이상 몰려
현장에서 뒷거래 흥정도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리도 새벽부터 왔다고요, 빨리 사게 해주세요.” “정문에서만 줄 서야 한다고 제대로 안내도 안 했잖아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답변 좀 하세요.”

18일 매장 개점 30여분 만에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스토어가 있는 롯데백화점 9층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고객들의 고성이 섞여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롱패딩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들어온 고객들은 정신없이 제품을 사들이고 있었다. 50분쯤 지나 제품을 구매해 매장을 빠져나오던 김민희(25,여)씨는 “이미 산 게 있지만 너무 맘에 들어 더 사러 왔는데 마지막 남은 검은색 M사이즈를 운 좋게 구매할 수 있었다”며 “7시 반부터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기뻐했다. 이미 1시간도 안 돼 인기가 많은 검은색 S사이즈와 M사이즈는 동이 났다.

▲ 18일 평창 롱패딩 판매가 시작된지 1시간 30여분 만에 제품 판매가 종료됐다는 안내 펫말이 섰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700여명의 인원이 몰렸으며 매장에는 500번 초반대까지만 입장이 가능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몰려든 대기자가 700명을 넘기는 등 아이폰 대기행렬의 인기를 방불케 했다. 새벽 2시부터 기다린 첫 번째 남성고객을 시작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상한 수십명의 고객들은 새벽 추위를 뚫고 백화점을 찾았다. 다른 공식스토어에서도 판매가 이뤄졌지만 본점의 경우 1인당 2장씩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 김씨 역시 “집이 영등포라 영등포점에서도 살 수 있지만 본점은 2장씩 살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700명에게 대기표가 주어졌지만 매장에 입성할 수 있는 고객은 500여명에 불과했다. 매장 면적 등을 고려해 이후 번호를 받은 고객들은 본점 1층에서 대기해야 했다.

9층에 입성한 고객들도 초조하게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 본점에 입고된 물량은 800장이지만 1명이 2개씩 살 수 있기 때문에 물건은 더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 30분도 안 돼 S사이즈는 전색상이 완판됐다. 40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는 가장 인기가 많은 검은색 제품 M사이즈도 품절됐다.

이렇게 빠르게 물량이 소진되자 한시간이 지나도록 매장에 들어서지 못한 고객 350여명은 걱정이 쏟아졌다. 딸과 함께 왔다던 60대 여성은 “7시 30분에 왔는데도 대기표 238번을 받았다”며 “아직도 순서가 오지 않아 그 사이 원하는 사이즈가 다 나갈까 걱정”이라고 불안해했다.

이 시간 스토어 안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면세점 연결 통로로 입장한 고객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었다. 본점에서는 혼선을 막기 위해 홈페이지에 본점 정문 앞쪽으로 줄을 선 고객에 한해서만 번호표를 나눠준다고 안내했지만, 이를 확인하지 못한 일부 고객들이 면세점을 통해 매장에 진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들은 오픈시간이 더 빠른 면세점에서 대기하다 9층 연결통로를 통해 바로 매장으로 들어왔다. 때문에 번호표를 받지 못해 매장 직원들에게 구매를 저지당하고 있었다.

▲ 18일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해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 마련된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스토어 매장을 찾은 고객과 직원 간 승강이가 벌어지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40대 한 남성은 “면세점 쪽으로 입장하면 안 된다는 안내문구 한 장도 없었다”며 “우리도 새벽부터 기다렸는데 고지도 제대로 안하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니 다들 화가 나서 항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 담당자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객들을 달래기 위해 진땀을 빼다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60여명 인원들을 매장 옆 사은데스크 쪽으로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여성은 매장 직원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CCTV로 순서 확인하자며 경찰을 불렀다.

▲ 18일 롯데백화점 9층과 연결된 롯데면세점을 통해 입장한 고객들이 평창 롱패딩을 살 수 있게 해달라며 매장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18일 롯데백화점 9층과 연결된 롯데면세점을 통해 입장한 고객들이 평창 롱패딩을 살 수 있게 해달라며 매장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반대편에는 대기표를 받은 고객들이 줄지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시간이 넘게 대기하고 있던 고객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언제 들어갈 수 있는 거냐. 살 수 있기는 한거냐. 이럴 거면 왜 번호표를 주냐”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30대 한 남성은 “한사람이 2개씩 사게 하고 대기는 700번까지 받으니 줄을 서 있어도 큰 의미가 없다”며 “1개씩만 사도록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뒷거래를 제안하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40대 한 여성은 평창 롱패딩을 구매해 매장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20만원에 사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여성은 “번호표를 못 받아 너무 아쉬워서 일단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며 “혹시 2개 사는 사람한테라도 웃돈을 주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다리며 흥정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2시간이 다 되도록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평창 롱패딩 대기행렬’ 때문에 다른 브랜드 매장 직원들도 불만을 호소했다. 한 매장 직원은 “긴 줄 때문에 오픈부터 지금까지 손님이 없다”며 “밖에 나와 있는 매대까지 감싸서 줄을 서는 바람에 장사도 못하고 다른 제품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도 짜증을 호소한다”고 토로했다. 공식스토어 앞에서 시작된 줄은 매장 사이사이 마련된 복도를 따라 구불구불 늘어지면서 9층을 휘감았다.

▲ 18일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한 행렬이 롯데백화점 본점 9층에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스토어를 시작해 주변매장, 매대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지난달 말 출시한 평창 롱패딩은 거위털 충전재(솜털 80%, 깃털 20%)에 14만 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5일 만에 약 15만장 판매됐고 1차 매진에 이어 16일 출시된 2차 판매분도 당일 모두 완판됐다. 온라인 몰의 경우 접속자 폭주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18일부터는 오프라인 판매만 하기로 했다.

▲ 평창 롱패딩. (출처: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온라인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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