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홍콩 청사완 가금류 시장에서 농수산보존부 직원들이 H7N9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 걸린 닭들을 폐사시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문가들 경고음 점차 높여
사람 비슷한 흰담비간 감염돼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에서 유행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변종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인간끼리도 감염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대중이 지나친 걱정에 빠질 것을 경계해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경고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와 국제학술지 등에 따르면 중국발 조류인플루엔자A(H7N9) 변종 바이러스가 여러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이 바이러스 감염 파동은 2013년 중국에서 시작됐으며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중국에서 H7N9 변종 바이러스 대규모 감염의 ‘제5차 파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6000명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거의 40%가 사망했다.

대부분은 살아있는 가금류와 접촉해 감염된 경우다. 그러나 일부 사례의 경우 인간 간에 전염 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팀은 H7N9 바이러스 유전체에서 인체 세포의 바이러스 수용체에 더 잘 달라붙게 만드는 아미노사 변형체가 3종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실험실 연구로, 실제 자연계에서 인간 독감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조류 감염자가 증가시 변종 간의 치명적 결합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H7N9 바이러스가 조류에는 이미 치명적인 것으로 변모했으며 이는 사람에게도 더욱 위험하면서 더 쉽게 감염될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중국 H7N9 바이러스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변화 중이며 이에 따라 백신 개발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 등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2013년 균주에 바탕을 둬 만들었다. 변이바이러스 중 저병원성 균주에 기반을 둔 백신은 개발됐으나 아직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유명 바이러스학자 가오카와 요시히로 교수는 H7N9 변종이 흰담비를 감염시켜 죽일 수 있고 흰담비들 간에도 전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흰담비는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 감염 및 영향 연구의 ‘최적 대리 모델’인 동물이라는 점으로 미뤄 가오카와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공중 보건에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많은 미생물학자는 1918년 스페인 독감처럼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낳는 대유행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바이러스로 독감 바이러스를 꼽지만 과도한 걱정을 낳을까 우려해 경고를 크게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2005년 세계적으로 달고가 오리 수천만 마리를 폐사시킨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형돼 인간에게도 확산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지금까지는 인간의 유행병을 일으키진 않았다.

또 2009년엔 멕시코 돼지들에게 나온 H1N1 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이른바 ‘돼지독감’ 인간감염 비상사태가 벌어졌지만 현재는 평범한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 변종으로 알려지게 됐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외 올 겨울 주목받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는 H3N2 및 B 야마가타 변종 등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선 올해 10년 내 가장 치명적인 독감이 유행했다. 감염자는 수십만명에 달했고 사망자도 속출했다. 이번 호주 독감 대유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예상된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해 예방 접종이 효과가 적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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