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생명과학에 연관된 화두 중 하나인 ‘바이오토피아(Biotopia)’는 생명공학(Biotechnology)의 어두인 ‘bio-’에 지상낙원을 의미하는 유토피아(Utopia)의 ‘-topia’가 어미로 연결돼 만들어진 말로 바이오기술이 바탕이 되어 열릴 수 있는 행복이 가득한 풍요로운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가 담겨져 있다.

지상낙원 또는 이상향(理想鄕)을 의미하는 ‘Utopia’는 1516년에 영국의 인문주의자 토머스 모어(Thomas More)가 ‘좋다’' 또는 ‘없다’라는 의미를 지닌 ‘u’와 장소를 뜻하는 ‘topia’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유토피아에서 ‘u’를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인류가 갈망하고 있는 지상낙원을 뜻하지만, 없다는 의미로 보면 인류 사회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허황된 꿈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로 열리고 있는 미래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물질적 소유에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특히 바이오기술의 이용 측면에서 차별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정보생명과학 시대를 맞이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며 장수를 누리는 진정한 바이오토피아를 실현하는 나라가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에 부가해 강대국들이 ICT(정보통신기술)와 바이오기술을 이용한 빠른 발전을 통해 약소국을 식민국가로 지배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지닌 미래 사회에서 바이오토피아의 실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바이오기술을 통해 인류가 쾌적한 환경에서 공평하게 분배받으며 사는 바이오토피아 세상이 열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쉽게 ‘예’라고 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새로운 바이오기술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들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제동물이 속속 탄생하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인공장기 이식, 맞춤의학, 유전자 감식을 이용한 개인 식별 등 많은 바이오기술들이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래서 일반 대중이 바이오기술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며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오기술을 통한 바이오토피아의 실현이 우리 인류가 희망하고 있는 시대적 요구라면 살인이나 자살 등과 같이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 사회를 지칭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디스토피아는 미래 사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개념이지만 현재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픽션(fiction)을 통해 반증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유발될 수 있는 문제점들의 해결 방안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홍역, 콜레라, 페스트, 인플루엔자, 광우병, 신종플루 등 많은 질병들과 전쟁을 겪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는 전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에 대한 답을 바로 찾기는 어렵지만 그 기반에 바이오기술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60조개가 넘는 세포들은 자신이 자리할 수 있는 공간과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주변 세포들과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는 생명의 순리를 따른다. 지구의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간이 바이오토피아의 세상을 누리려면 ‘생명의 원리’에 따르는 세포들에서처럼 소유 욕심에서 벗어나 서로 배려하며 행복하게 나누는 조화로운 삶의 바탕이 마련돼야 한다.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정보생명과학 사회에서 진정한 바이오토피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갈 기본 질서가 정립돼야 한다. 그리고 생명윤리에 어긋나게 성행되고 있는 일부 첨단의료에 대한 올바른 대중적 인식도 필요하다. 이러한 질서를 이끌어 가는 기본 원칙은 바로 생명의 원리에 담겨 있고, 생명 원리가 순리대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바이오토피아의 세상이 열릴 수 있다. 바이오토피아는 멀리 있는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마음에 아름답고 행복한 미래의 꿈과 희망으로 간직되어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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