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경제 활성화’ ‘경기부양’ 등 경제와 관련된 용어는 일상에서, 미디어에서 너무 많이 접촉해, 이제는 국민 대부분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서민친화형 표현이 됐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대부분은 경제라는 살아있는 생물체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개개인은 경제의 자발적 주체이자 또한 그것에 지배 받는 피운용주체가 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으며, 상호 의존하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 기업 등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경제성과는 또한 역으로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렇듯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흐르는 움직임을 역동성이라 부를 수 있다.

동태성 혹은 역동성을 뜻하는 Dynamism(다이너미즘)은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 분야 실물경제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IT와는 다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듯하나 실상은 IT산업이야말로 다이너미즘의 영향에 가장 민감한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다이너미즘의 대표적 사례로 2000년대 초까지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사업을 주도했으며, 회사 이름을 그대로 인터넷 검색(Internet searching)을 위한 웹브라우저 이름으로 사용한 미국의 넷스케이프사의 사례를 들 수 있다.

2000대 초반 넷스케이프사는 자신들의 주요 제품인 웹브라우저와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플랫폼으로서의 웹’이라는 구상하에, 브라우저 시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고가의 서버제품시장을 점령하려고 했다. 물론 넷스케이프는 인터넷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을 브라우저에 얹히기 위한 표준을 지배하고 있었으므로 시장지배력을 확산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웹브라우저와 서버는 상품화되어, 즉 웹 플랫폼상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로 옮겨져 버렸다. 이에 반해 구글은 고객의 환경에 맞추어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플랫폼에 이식할 필요 없이, 그저 범용화된 데스크탑에 확장성이 높은 시스템을 구축해서 자신들의 고객용 어플리케이션과 유틸리티를 오픈소스 기반 OS(운영체계) 위에서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구글은 자체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관리하는 데이터의 규모와 역동성(다이너미즘)을 통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했던 것이다. 구글의 서비스는 유저가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서버 중간에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자신들이 축적해 온 경험을 묶어 각 유저들 간을 중개하는 역할에 치중했던 것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넷스케이프는 브라우저라는 검색엔진 자체의 본질에 집착한 것이고, 구글은 검색엔진에 데이터베이스를 더한 보다 정교해진 검색 알고리즘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한때 전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넷스케이프는 평범한 회사로 전락하고, 구글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인터넷 기업이 됐으며 이제는 ‘알파고’를 만든 인공지능분야의 선두 업체로서 영향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인터넷 시장에서의 다이너미즘을 고려한 사업전략 방향이 이 같은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세계 최초로 벽걸이용 액정TV를 개발한 ‘샤프펜’으로 유명한 일본의 세계적 기업 ‘샤프’의 붕괴 원인도, 오로지 TV제품 기술우위 측면에서 자신들의 위상만 생각하고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액정(LCD)사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인해 시작됐다. 화질개선에 한계를 가지고 있던 LCD디스플레이 기술은 단기간에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OLED기술로 대체됐는데, 시장의 동태성을 감안하지 않은 투자의 실패에 대한 결과는 가혹해서 결국 100년 기업 샤프는 대만 기업에 소유권을 넘겨주는 참혹한 결과를 만들었다.

경제는 어느 한순간도 멈추어 있지 않는다. 인간 각자마다, 그리고 기업, 공공기관 모두 자신들의 편익, 이익 혹은 공익에 최선을 다하고자 쉬지 않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활동의 결과는 그 즉시 혹은 순차적으로 나타나 경제의 주체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바로 이것이 ‘다이너미즘’이며 개인, 기업들은 물론 정부 또한 이를 정확히 캐치(catch)해 장기적 안목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더해 IT산업에서의 ‘다이너미즘’에 대한 대처는 보다 면밀히 시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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