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지난 10월 31일 한중은 사드 문제를 봉합했다. 잇달아 열린 1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사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공동이익을 위해 나아가자고 언급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이다. 정상회담을 꼭 개최 시키고 원만한 성공을 위해 실무자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가 돋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봉합 수준 이지만 양국의 상호의존성과 국익을 위해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증명했듯이 고위급 회담은 물론 정상들까지 자주 만나 소통을 더욱 확대해야만 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도 연쇄회담을 하고 관계 개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리 부총리는 경제부문을 담당하는 책임자이기에 의미가 더욱 있다. 금번 동남아에서 회담의 결과로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이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즈음해서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시급한 북한핵문제 해결에 정상들 간 이해를 넓히고 대화를 시작했기에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른바 정상들 간 회담의 유용성이 돋보인 만남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 마치 중국이 베풀고 한국이 덥석 받는 모양이 향후에도 보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 측은 이번 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브리핑을 하고 사드 문제가 거론됐음을 공개했다. 그것을 뉴스를 통해 중국 언론이 보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희들이 사드를 추가배치 하지 않는다고 했지?’ 하면서 때마다 확인하고 명분을 축적해 놓고 있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한국이 사드를 단계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단언에 가까운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계속 고리를 걸고 확인해 두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와 경제적 이유로도 중국과 관계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작년대비 금년 대중 투자가 43% 줄었다. 한국에게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무역 상대국이 중국이다. 미국 일본 EU를 합친 양보다 많다.

물론 중국도 그들 입장에서는 대만과 홍콩을 제외하면 한국이 제3위의 무역 파트너이다. 양국의 경제적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의존성의 심화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볼륨이 상대적으로 작아 피해가 더 크지만 중국도 한국과의 경제적 마찰로 인해 피해가 불가피하다. 사인 간에도 싸우면 누가 이겼느냐도 중요하지만 상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프고 다친 곳이 생긴다. 이익을 우선하는 국가 간에도 상호 피해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 24일 제19차 중국 공산당대회를 폐막하고 신시대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시진핑은 3시간 26분간의 연설에서 역설했다. 동북아의 맹주를 뛰어넘어 2050년 사회주의 중국 건설 100년을 맞는 시점에서 미국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과 중국의 야망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신실크로드 계획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과의 비정상적인 상태로 계속 갈 수만  없는 것이 중국의 사정이기도 하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절대로 필요하다. 북한도 버릴 수 없는 중국. 중국과 코리아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다.

한국은 아세안과 EU 남미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중국에 경도된 의존성을 하루속히 탈피해야만 한다. 무역을 고리로 무자비한 비이성적 중국의 모습을 이번만으로 끝내야만 한다. 그것이 중국 앞에서만 작아지는 한국의 모습을 봉쇄하는 첩경이다. 한미 동맹의 기조 하에 미국을 우선하고 중국과는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중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심화 연구해야 한다. 한국민이 사드사태로 중국을 재삼 통렬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면 그것으로 안위(安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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