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아몬드 앤빌셀 고압기를 이용한 지구 내부 연구를 형상화한 그림. 대기압의 수십에서 수백만 배의 압력과 수천 도의 온도 환경을 만들어주고 방사광가속기에서 만들어 낸 밝은 빛을 이용하여 지구 내부 물질의 상태를 연구한다. (제공: 연세대학교)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연세대학교 이용재 교수(지구시스템과학)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지각판이 충돌하는 땅 속 깊은 환경에서 지표에서는 관찰된 적 없는 초수화 점토광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그 동안 알려진 어떤 광물보다 많은 양의 물을 함유한 초수화 점토광물의 발견은 지각판의 섭입대를 따라 물이 이동하고 지진과 화산활동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과정을 제시한다. 본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전 분야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https://www.nature.com/ngeo/).

지구의 땅 속에는 전 세계 바닷물 양보다도 많은 양의 물이 숨겨져 있다. 이는 마치 엔진의 윤활유와 같이 지각판과 맨틀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재 교수팀은 지구 속의 높은 온도와 압력 환경을 만들어 지각판의 섭입대를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광물과 물의 반응을 관찰했다. 연구에 사용된 고온고압 실험은 다이아몬드 앤빌셀이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두 개의 다이아몬드 사이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시료를 가두고 온도와 압력을 증가시키면서 방사광가속기에서 발생시킨 고에너지 고휘도의 X-선을 다이아몬드 사이의 시료에 조사시키면서 진행된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의 지표에도 풍부하여 도자기의 원료로도 쓰이는 카올리나이트(고령석 혹은 고령토)라는 점토광물을 땅 속 75㎞ 깊이에 해당하는 조건, 즉 대기압의 2만 5000배 압력과 섭씨 200도 온도로 물과 함께 가열했다. 그 결과 물분자가 광물의 구조 속으로 대거 유입되고 부피가 30%이상 증가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만들어진 초수화 카올리나이트는 지각과 맨틀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 중에 가장 높은 물 함량을 보인다”면서 “초수화 카올리나이트의 형성을 통해 섭입대 접촉면의 물성 변화를 예상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것이 만들어지는 깊이는 진원의 깊이에 따라 구분되는 천발 지진과 중발 지진의 경계와 일치해 지진발생 메커니즘의 변화를 새롭게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초수화 카올리나이트가 보다 깊은 환경으로 섭입하게 되면 약 200㎞ 깊이에서 맨틀 광물로 변하면서 초수화 과정을 통해 운반하던 물을 주변으로 유출시킨다. 그 결과 섭입대 상부에 마그마를 형성하고 지표의 화산활동을 유도하게 된다. 이 교수팀은 땅 속 200㎞ 이상의 섭입대 환경에 따른 광물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국내 포항방사광가속기(소장 이기봉)와 함께 미국과 독일, 중국의 가속기 연구시설을 방문하며 실험을 수행했다.

▲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카올리나이트의 초수화 현상을 형상화한 그림. 해양퇴적물의 주요 구성 광물인 카올리나이트가 섭입대를 따라 물과 함께 침강함에 따라 특정 깊이에서 초수화에 의한 물의 유입과 운반, 유출이 일어나고 지진과 화산활동에 관계함을 보여줌. (제공: 연세대학교)

이용재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한 섭입대 환경은 철이 움직이고 있는 지구 외핵까지 거리의 약 1/15이며 지구 중심까지 거리의 약 1/32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깊은 땅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기압의 백 만 배 이상의 초고압과 수천도 이상의 초고온을 발생시키고 측정할 수 있는 전문적인 극한환경 연구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보다 흥미로운 지구 속의 신비를 밝힐 수 있기를 꿈꾼다”며 포부와 함께 연구의 향후 과제를 밝혔다.

한편 이용재 교수는 2002년 압력에 따른 초수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네이처(Nature)’ 논문을 시작으로 2014년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초수화 현상을 응용한 화학반응을 보고한 바 있다. 최근 본 논문과 같이 초수화 현상을 지구 내부에 대한 이해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용어설명

-초수화(Super-hydration): 압력 유도 수화(pressure-induced hydration)와 함께 사용되는 용어로 원자단위 포어나 층간 내부로 압력에 의해 물분자가 추가로 유입되는 현상. 제올라이트의 한 종류인 나트로라이트를 이용한 고압 실험에서 처음 관찰되었으며, 물분자 이외의 분자체로도 확장되고 있음(https://en.wikipedia.org/wiki/Pressure-induced_hydration)

-점토광물(Clay minerals): 알루미늄-규산염 층상 광물군으로 주요 광물의 화학적 풍화를 통해 형성되며, 입자의 크기가 작고 지표에서 토양의 주요 성분을 이룸.

-섭입대(Subduction zone): 지각판 사이의 충돌로 인해 하나의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밑으로 침강하는 지역. 지각판의 침강은 일반적으로 일년에 수 cm정도의 속도로 일어나며 그 과정에서 지진과 화산활동 및 조산작용을 유도함.

-다이아몬드 앤빌셀(Diamond-anvil cell): 단단하며 빛에 대한 투과성이 우수한 다이아몬드를 압력 전달의 모루(anvil)로 사용하는 소형 고압장치로써 두 다이아몬드의 큘렛(culet) 사이에 수~수십 마이크론 크기의 시료를 두고 힘을 가함으로써 대기압의 수십~수백만 배까지의 압력을 형성시킬 수 있음.

-방사광가속기(Synchrotron): 전자와 같은 하전입자를 빛의 속도 가까운 운동상태로 만들고 가속시킴으로써 고에너지 X-선과 같은 다양한 파장대의 전자기파를 태양빛의 백만배 이상의 밝기로 만들어내는 거대과학시설. 우리나라의 포항방사광가속기(http://pal.postech.ac.kr/)를 비롯해 전세계에 30여기의 가속기연구시설이 건설되어 운영중에 있음.

-카올리나이트(Kaolinite): 화학조성 Al2Si2O5(OH)4. 산출 상태에 따라 고령석 혹은 고령토라 부름. 점토광물의 한 종류로 규소 사면체(SiO4) 층과 알루미늄 팔면체(AlO6) 층이 1:1의 반복단위를 이루며 교대됨. 지표환경에서 층간은 수산화기(OH-)와 산소 원자(O2-) 사이의 수소결함으로 비교적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 일반적으로 장석의 화학적 풍화에 의해 형성되어 해양퇴적물의 주요 구성 광물을 이루며 지역에 따라 5~60% 함량을 보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