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산 무안황토고구마사업단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1차산업 위주의 한국 고구마산업
일본·중국과 기술·정보 교류 통해 성장
‘토글토글’ 브랜드 대형마트 납품 인기
육묘·종자기술 등 정부지원 강조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고구마 페이스트, 분말 등 각종 제과·제빵에 사용되는 원료조차 국산화를 하지 못하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고구마 가공산업 육성이 절실합니다.”

가뭄이라도 닥쳐 식량이 부족할 때 기근을 견디게 했다는 ‘구황작물’ 고구마. 요즘은 항노화, 항암,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져 있어 식사대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런 고구마를 건강식품의 하나로 권장하는 수준이 아닌,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전라남도 무안군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무안황토고구마클러스터사업단 김호산(55)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호산 대표는 이곳 무안 출신으로 지역사회 농촌발전을 넘어 동아시아 친선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고구마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호산 대표는 건강 기능, 대체식량으로서의 고구마의 가치에 대해 “고구마에는 섬유질이 많아서 배변을 촉진하고 많이 먹어도 탈이 없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혈압 강하 등 혈관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등 충분한 영양성분이 입증됐다”며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고구마를 우주 시대 식량자원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높은 시장가치가 있음에도 우리나라 고구마 가공산업이 일본, 중국과 비교해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20년 전 유행한 것이 근래에 한국의 식품산업에 접목될 정도로 우리의 고구마 산업은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고구마산업이 재배, 생산, 저장, 유통 등 1차산업 중심인 반면 일본과 중국은 고구마를 이용한 발효식품, 술, 고급과자류 등 가공산업이 발달해 있다.

김 대표는 “한중일 고구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동아시아고구마친선협회’와의 민간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고구마 산업이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협회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 2010년 무안 고구마산업 육성을 위해 일본 고우하라 시게키 동아시아고구마친선협회장을 무안에 초청, 한국이 참여하는 고구마 국제세미나를 처음 개최했다. 이후 한·중·일 3국이 돌아가면서 고구마의 재배와 큐어링, 저장기술, 가공산업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해 고구마산업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고구마사업단 대표로 일해온 지 10년. 김 대표는 큐어링 시설을 갖추고 재배에서부터 저장기술, 품종개량·보급 등 고구마 시장 저변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침식사 대용으로 꿀고구마(밤고구마의 일종)를 개발해 전국시장을 장악했다. 꿀고구마는 호박고구마보다 맛이 깊고 저장할수록 당도가 높아 일명 ‘달수고구마’라고도 한다. 무안황토고구마클러스터사업단의 공동브랜드 ‘토글토글’이라는 이름으로 대형마트 등에 납품되고 있다. 

김 대표는 “작으나마 ‘고구마 우정’과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는 가교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동북아가 긴장국면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고구마친선협회의 민간 교류를 통해 실현하자’는 시게키 회장과 친선협회 회원 모두의 의중도 반영됐다”고 했다.

또한 사업단에서 개발한 고구마 저장기술인 ‘큐어링(치유) 기법’은 보관 기간을 겨울 한철에서 최대 14개월까지 늘려 사계절 먹거리로 고구마 시장을 확대했으며 부패율도 15%에서 3%로 낮춰 농가소득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품종개량으로 당도를 높여 달수고구마라고도 불리는 무안 황토고구마.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대표는 고구마산업을 통해 무안의 농업이 양파, 마늘 위주에서 벗어나 품종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소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페이스트(반죽형태) 즉 1차가공식품 원료 가공산업화에 과자, 제빵 각종 술(막걸리·소주·코냑) 등 브랜디까지 안토시아닌(노화방지물질)을 이용한 건강의약식품, 자색고구마를 이용한 천연염색 원료 등 개발 등에 성공한다면 농가 소득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안이 가진 자연조건, 해풍과 방대한 옥토 또한 고구마산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그는 “고구마는 2월 말부터 순으로 심는 데 나팔꽃으로 접목을 한다. 심을 때는 당분이 돌아온다”며 “고구마를 재배하다 보면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동안 고구마를 재배하고 품종개량 등을 하면서 느낀 생명체의 경이로움에 숙연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 우리나라도 산업적으로는 고구마가공 산업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우리의 고구마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동아시아고구마친선협회와의 교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IMF 이후 종묘회사가 외국기업에 흡수된 상황이고 고구마 역시 국내 종자시장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농촌진흥청(농진청)에 고구마를 연구하는 사람은 5~6명인데 반해 중국은 50명이다. 그리고 종자시장은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며 우리의 고구마산업과 농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어 “고구마의 가공 산업화 전환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 바이러스를 차단한 육묘를 하면 고구마가 예쁘고 생산량도 늘고 썩지 않는다. 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한 잎과 줄기를 이용한 각종 식품개발 기술 상용화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싯점이다. 이와 함께 좋은 종자를 싸게 공급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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