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스포츠 마케팅업을 하고 있는 40대의 P씨는 최근 내년 2월 열릴 평창동계올림픽 입장권 티켓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생각한 것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겨울 스포츠를 무척 좋아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현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입장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입장권 가격은 최하 2만원에서부터 최고 150만원까지 다양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15만원), 피겨 스케이팅(15만~22만원) 등으로 결코 만만치 않다.

P씨는 평창동계올림픽 경기를 한번 보려면, 입장권과 교통비, 숙박비를 포함해 1인당 최소한 50만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그냥 집에서 TV로 보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다. 고성능 카메라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다 보여주는데 굳이 비싼 돈 내고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입장권 살 돈으로 TV와 스마트폰 앱 장치를 업그레이드 시켜 즐기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내심 현장에서 올림픽을 직접 보지 못할 것을 아쉬워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값비싼 티켓 판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가 22일 현재 발표한 티켓 판매율은 40%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온라인 판매에 주력했던 조직위는 11월 들어 본격적인 오프라인 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티켓 판매율이 다소 호전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진 이유는 아무래도 티켓 가격이 비싼 탓이다.

올림픽 티켓 가격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개최국과 해외판매의 가격을 정했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와는 사실 무관하다. IOC는 2014소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보다 전반적인 경기장 입장권 가격을 다소 올려 가격을 책정했다. 개·폐회식 입장권은 가장 싼 좌석이 22만원, 가장 비싼 좌석이 150만원이며 대부분의 경기 종목은 결승이 60만원 안팎이다. 

이 같은 티켓 가격은 개최국의 경제적 상황과 스포츠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IOC가 보편적인 가격을 책정, 적용하는 현실에 맞지 않는 무리한 선택에 기인했다는 게 체육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올림픽이 세계 최고의 스포츠이벤트이지만 개최국의 흥행을 고려해 관중들에게 적정한 입장권 가격을 매겼어야 했다는 것이다. 개최국에서 입장권 가격 때문에 경기장 좌석이 많이 비는 상황이 발생하면 올림픽 흥행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해외 판매분 입장권이 잘 팔리지 않아 본부석 자리가 대거 공석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비싼 입장권 때문에 일부 경기의 경우 판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TV 경기 화면에서 빈 좌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앞으로 남은 기간 기업, 지자체 등에 단체 판매를 적극 권유하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참이다. 서울-강릉간 KTX의 개통으로 올림픽 경기장으로의 교통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수도권과 20~4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적극 홍보를 하고, 2020년과 2022년 동·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일본과 중국 등에도 올림픽 열기를 활용해 해외판매에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3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평창동계올림픽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열린 또 하나의 성공한 올림픽이 되기 위해선 안전 문제, 시설 완비 등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입장권 판매도 그에 못지않게 결정적일 수 있다. 개최국에서 관중석이 텅텅 빈 경기장 모습이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 TV로 비쳐진다면 그리 좋은 광경은 아닐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국가적인 축제이면서 스포츠팬들에게는 좋은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수준 높은 동계 종목을 현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돈 부담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는 P씨의 말을 곱씹어 볼만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