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 (제공: 국립나주박물관)

신촌리금동관·서성문 안 석등 재조명 학술대회 마련
지자체·광주국립박물관·전남박물관미술관협회와 협력
내년 10월 전남 문화재 ‘한 자리’에 모아 전시회 예정

[천지일보 나주=이진욱 기자] 내년 10월 18일이면 전라도 정명(定名) 천년이다. 고려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을 보면 강남도의 대표지역인 전주와 해양도의 대표지였던 나주의 지명에서 한 자씩을 취해 고려 현종 9년(1018)에 전라(全羅)도라 이름 지었다고 알려졌다.

이에 전북·전남·전주·나주·광주 등 지자체에선 2018년을 기점으로 천년을 보내고 새로운 천년을 맞기 위해 문화·예술·학계 등 다방면에서 ‘전라도 정명 천년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다.

고대·중세·근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문화 콘텐츠가 많기로 유명한 전남 나주시는 지난 9월 ‘전라도 정명 천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0월 18일엔 화려한 미디어파사드 공연과 ‘D-1주년 기념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또 국립나주박물관에서는 나주시와 함께 제3회 마한문화축제를 여는가 하면 지난 17일에는 출토된 지 100년을 맞은 신촌리 금동관을 재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기자는 22일 박중환 국립나주박물관장(정명 천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을 찾아 국립나주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질 정명 천년 기념사업과 관점, 박물관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라도 정명 천년 기념’에 대한 관점은

우선 천년 기념사업에 대해선 광주시·전북·전남 등 공동으로 사업이 진행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립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우선은 큰 틀에서 ‘역사적 관점’에 비중을 두고 전라도의 천년 역사를 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역사적 흐름에 따라 살펴보면 역사(자료)나 문화재 등을 통해서 시민들이 자신의 고장을 이해하고 현재의 지역 사회를 바로 알게 됨에 따라 그동안 가졌던 부정적인 것은 씻어내고 자긍심은 되살아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 나주의 자긍심을 살릴 대표 문화재는

정도 천년을 앞두고 올해 나주는 특히 의미 있는 한해였다고 본다. 지역민이 대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문화재로 나주의 보물인 ‘서성문 안 석등’이 8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 석등은 본래 전남 나주읍 서문안에 있던 것으로 1929년에 경복궁으로 옮겼다가 국립나주박물관으로 이전했다. 내년 전라도 정명 천년이 되는 해를 앞두고 일제 강점기에 다른 지역에 나갔던 문화재가 돌아온 것은 이 지역의 앞날을 밝히는 상서로운 의미가 있지 않은가. 나주 품으로 돌아온 서문안 석등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내년엔 학술대회를 여는 등 더욱 관심을 가질 계획이다.

▲ 신촌리 금동관. (제공: 국립나주박물관)

- 최근 신촌리 금동관(보물 제295호) 학술대회도 같은 맥락인가

12월이면 나주 신촌리 금동관은 발굴된 지 10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고자 지난 17일에 ‘신촌리 금동관, 그 시대를 만나다’란 주제로 특별전을 열었다. 또 금동관의 고고학적, 미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영산강 유역의 마한 정치체와 백제의 관계를 정립하고자 최초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10월 마한축제에선 마한 여인의 얼굴을 복원하는 학술대회도 진행됐다. 신촌리 금동관은 과거 백제의 하사품으로 여겨졌으나 1500년 전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독자세력을 구축하고 위세가 당당했던 마한의 유물로 추정되는 게 최근 학설이다. 삼한시대에 영산강 유역이 한반도 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금동관뿐 아니라 남아있는 고분(신촌리 고분군의 9호분)이 말해주고 있다.

- 내년에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정명 천년을 맞아 지자체와 광주국립박물관, ㈔전남박물관·미술관협회(30여개 소속)와 힘을 모을 예정이다. 특히 전남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으로서 전라도의 문화재를 모아 우리 박물관에서 ‘합동 전시회’를 크게 열고 싶다. 이를 위해 전남박물관·미술관협회와 논의 중이다. 석등, 금동관은 우리 박물관에 있는 것이고 전남 지역에는 석등, 그림, 조각 등 귀하고 의미 있는 문화재가 많다. 화엄사나 송광사를 비롯한 사찰소장품들이 많고 ‘최희량의 임란 첩보서목’같은 문화재도 있다. 직접 전시가 어려운 것은 사진전시도 구상 중이다.

▲ 서성문 안 석등. (제공: 국립나주박물관)

- 힘든 점은

어떤 사업이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총 예산을 3억원 정도로 예상한다. 국립나주박물관 자체 예산에 전남도(문화예술과)와 나주시, 광역지자체 등으로부터 예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예산이 편성되면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대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통된 밑그림을 하나씩 전개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년은 미래 천년을 맞이하는 해로 나주 시민이나 전라도민에 있어 매우 뜻깊은 해다. 영산강 유역에 남아있는 고고학적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며 호남 지역 발굴매장 문화재에 대한 광역수장고인 우리 국립나주박물관이 내년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본다. 특히 내년 10월엔 나주박물관을 찾은 분들이 ‘천년의 역사’를 함께한 전라도의 보물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호응이 중요하다. 박물관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는 누구나 참가, 관람 가능하다. 올해처럼 내년에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에도 더욱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 좋겠고 특히 내년 10월에 전남의 문화재가 한 자리에 모아지도록 관심을 모아주시길 바란다.

▲ 국립나주박물관 전경. (출처: 국립나주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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