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수당 회수…노조 고발에 이호진 회장 벌금형 종결

(서울=연합뉴스)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이 차명 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최소 8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이 태광그룹 계열사 노조에 의해 제기됐다.

이는 은행예금과 차명주식 형태로만 돼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태광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의혹과 다른 내용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들로 구성된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18일 "이 회장 일가가 흥국생명 지점 보험설계사 115명의 이름을 도용해 만든 계좌에 저축성 보험 313억원을 운영했다는 서류 등 증거를 2003년 파업 때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해복투에 따르면 문제의 계좌들은 1997∼2000년 기한으로 보험금을 운영했고, 설계사에게 지급될 보험 유치수당 17억원도 재입금 형태로 회수하도록 설정됐다.

당시 노조 간부였던 해복투 관계자는 "2001년 이후 기한으로도 유사한 보험계좌에 500여억원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사측의 방해로 증거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당시 이 회장을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이 회장에게 경유처리(보험유치자의 이름을 바꿔 처리한 행위) 과실만 인정해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노조원들은 이런 수사 결과에 '봐주기'라며 반발했으나 당시 파업 상황이 격화하면서 추가 조처를 하지 못했다.

해복투는 이후에도 이 회장 측이 흥국생명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마련해 거래은행과 명동 사채 시장 등에서 관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밖에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계좌로 현금 3천억∼4천억원을 관리하고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주식 14만8천여주(시가 약 1천600억원)를 임직원 이름으로 소유했다는 의혹도 노조 측이 제기했다.

해복투 관계자는 "2003년에는 노조가 '큰그림'을 그리지 못한 탓에 보험 유치 수당 17억원을 가로챈 것만 부각한 측면이 있었다. 비자금 의혹이 나온 만큼 흥국생명 사안도 엄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측 관계자는 "벌금 등으로 가볍게 끝난 사안을 근거 없이 부풀린 주장으로 보인다"며 "검찰 수사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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