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 암묵적으로 횡행하는 관행이 있다.

폭로기사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입막음용으로 해당 언론에 광고를 내거나, 역으로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부정적 기사를 노출해 해당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렇게라도 언론사에서 광고를 잘 받으면 오히려 능력 있는 경영인으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비리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경우 기업의 비리를 기사화하기보다는 ‘광고’로 타협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광고계에서는 이를 ‘고름’이라고 표현한다. 잘못돼 반드시 짜내 없애야 하는 ‘묵은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고름’은 ‘양날의 칼’ 같아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참으로 짜내기 어려운 유혹이다.

최근 본지 기자가 취재과정 중에 모 기업의 부당 영업행위를 두 차례에 걸쳐 확인하게 됐다. 사건의 원인 파악을 위해 해당 기업에 문의하자 그곳 직원이 바로 달려와 조심스럽게 ‘광고 줄 테니 기사 내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최근 언론계 행태에 비춰보면, 당연히 그런 제안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해당 직원들은 본지가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사실을 사실대로 쓸 것이라며, 끝까지 타협하지 않자 낙심한 얼굴로 돌아갔다.

우리 사회는 情이라는 독특한 문화의 영향으로 서로의 형편을 이해하고 봐주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광고와 폭로기사를 교환하자는 식의 비윤리적 제안은 이런 정서를 악의적으로 이용한 폐단이다. 서로가 가진 것을 교환한다는 논리로 볼 수도 있겠으나, 언론이 비윤리적 제안을 수용한다는 것은 곧 정론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다.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하기가 어려운 언론 상황이 된 것은 돈을 먼저 생각한 부패한 언론이 자초한 일이다. ‘언론’ 운영에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돈을 좇는 언론이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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