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회의원의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상정해 10분 만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민들은 물가대란과 전세대란, 구제역 대란으로 하루하루를 허덕이는데, 행안위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챙기기가 더 급했던 모양이다.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도 뒤로하고 예정에 없던 정치자금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했으니 말이다.

작년 말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정치후원금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발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법안 처리를 미룬바 있다. 이미 여론은 ‘후원금 불벌법’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국회의원들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 4일 갑자기 기습상정 처리한 것이다. 물론 백 의원이 낸 개정안 대부분은 정치개혁특위로 미뤄두었다 하더라고 지금의 국민감정과는 매우 맞지 않는 정치개악임은 틀림없다. 지금 이 나라 서민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말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6명의 국회의원은 형법의 ‘경한 법 우선 적용의 원칙’에 따라 면소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높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해 모금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추가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조차 어렵다고 한다. 이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입법로비’를 허용해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만들어 준 셈이 된다.

이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관련 정치인에 대해 낙선운동을 거론하며 조직화 연대화를 촉구하는 등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련 정치인들은 대국민 사과는 커녕 궁색한 변명하기에 급급한 편이다.

지금 국민들은 여야가 합심해 민심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지금처럼 민생이 어려울 때는 더 그렇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회는 여야가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만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국회 폭력도 언론을 통해 국민들은 심심치 않게 보는 장면이 된지 오래다. 그런데 유독 국회의원 자신들의 이익 앞에서는 여야가 어찌 그리 똘똘 뭉치는지 국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차라리 정치자금법이 이렇게 논란이 될 바에는 국회의원의 정치후원제도를 폐지하면 어떨까 싶다. 지금의 국회의원은 이미 억대 연봉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국회의원의 연봉치고는 적지 않은 돈이다. 그것도 모두 국민의 혈세를 받는 것으로 본다면 말이다.

지난 2월 국회사무처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의 월 세비(歲費)는 1036만 6443원이다. 연봉으로 계산했을 경우 1억 2439만 7320원으로 고액 연봉자에 해당한다. 구지 정치후원금이 필요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현역 정치인들이 정치후원금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가 지역구 사무소 운영비 때문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 지역구 사무소가 반드시 있어야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구 사무소 없이도 얼마든지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의 서민들이 받는 고통의 소리를 안다면 억대 연봉자들이 자신들의 또 다른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친 이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그렇게도 필요했다면 이와 같은 날치기식 기습처리가 아니라 국민들을 먼저 설득했어야 옳다.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선거다. 국민의 심판이 멀지 않았다. 국민을 무서워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국민을 위한다는 시늉이라도 할 생각이 있다면 제발 민생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