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사의 걸출한 투수였던 선동렬과 최동원이 1987년 올스타 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풍선을 든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출처: 프로야구30주년 사진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현재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투수이자 괴물투수로 꼽히는 선수는 류현진(24, 한화)과 김광현(23, SK)이다.

팬들은 이들 두 투수가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고대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아직까진 둘은 지난해 올스타전과 올해 시범경기에서만 딱 두 차례 만나기만 했을 뿐 정규시즌서 제대로 맞붙은 적은 없다.

두 선수의 만남은 정식 대결이 아님에도 불구 관심은 언제나 하늘을 찔렀고, 소속팀 간 대결이 있을 때면 성사 여부가 늘 최대 관심사가 될 정도다.

이처럼 최고 투수 간의 맞대결은 프로야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역사적인 명장면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역대를 통틀어 가장 최고의 라이벌 투수전은 자타가 공인하는 선동렬(당시 해태)과 최동원(롯데)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두 투수는 80년대 프로야구를 호령한 선수들이다. 선동렬은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4번의 트리플크라운(다승, 탈삼진, 방어율)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최동원은 성적에선 밀리지만 그가 갖고 있는 전무후무한 경이로운 기록이 하나 있다. 이는 바로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혼자 4승을 거둔 것. 그것도 5번을 선발로 등판해 4번을 완투했고, 7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둬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이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 야구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무쇠팔’로 통했던 최동원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왼발을 높이차며 던지는 와일드한 투구로 상대를 제압한 투수였으며, 선동렬은 당시 국내에선 유일하게 150km가 넘는 빠른 공과 유연성으로 평정한 투수.

당대 최고였던 두 투수의 만남은 총 세 차례 있었는데, 첫 만남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1983년 롯데에 입단해 가장 최고 투수의 위치에 있었던 최동원에게 1985년 아마 야구계를 평정하던 선동렬이 해태에 입단하면서 팬들은 둘의 맞대결을 꿈꿨고, 결국 1년 만인 1986년 4월 시즌 초부터 만남이 성사됐다.

둘의 대결은 영남과 호남 간 자존심 대결과도 직결돼 최대 관심을 모은 가운데 치러졌다. 선동렬은 타선이 비교적 약한 롯데 타선을 잘 요리했고, 최동원 역시 살인적인 해태 타선을 상대로 호투를 폈다. 결과는 선동렬의 1-0 완봉승으로 끝났다. 최동원은 송일섭에게 3회 불의의 솔로포를 허용한 탓에 결국 완투패와 함께 12연승의 기록도 저지당하게 된다.

하지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최고 경기를 펼친 둘의 맞대결을 본 것만으로도 팬들은 만족하며 다음 대결을 기대했다. 둘은 맞대결은 4개월 후인 8월 다시 성사됐다.

설욕을 단단히 별러온 최동원과 이에 맞선 선동렬은 또다시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이번엔 최동원이2-0 완봉승으로 멍군을 불렀다. 선동렬은 수비 실책으로 2점을 잃어 비자책 완투패를 안았다.

1승 1패로 균형을 맞춘 둘은 1987년 5월 16일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된다. 둘은 똑같이 2실점했지만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서로를 넘기 위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경기는 무려 15회까지 계속됐지만 결국 무승부로 끝났고, 둘은 투구수가 200개를 넘었지만 끝까지 피 말리는 대결을 펼쳐,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승부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두 선수는 상대전적 1승 1무 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다시는 만나지 못했고, 세기의 라이벌 투수란 기억으로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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