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전 부산상호저축은행 초량동점 지하주차장에서 부산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회 긴급 총회가 열린 가운데 탄원서 작성에 앞서 김옥주 부산저축은행비대위 위원장이 피해자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예금주, 직원이 높은 이자 운운하며 ‘강매’ 증언
후순위채권자, 100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추진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부산저축은행이 3조 억원 가량의 부실 자산을 숨기고자 분식회계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후순위채권자’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부산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회(부산저축은행비대위)가 주관한 ‘후순위채권자 조사’ 긴급 총회에서 채권 양도 시 은행 직원들의 강매가 작용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1000만 원 어치 후순위채권을 양도받은 정모(39, 사하구 감천동) 씨는 “적금을 타는 날 창구 직원이 후순위채권을 사면 3달에 한 번씩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로 돈 타가기를 만류했었다”며 당시 피해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어 그는 “후순위채권이 무엇인지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은행 측에서는 자산 안전성이 국내 1위라는 말로 현혹했고 이자가 무려 8%고 팔 때 은행이 다 사간다고 말해 믿고 투자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피해 예금주는 정 씨처럼 후순위채권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산 안전성이 높다는 말에 속아 투자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순위채권’은 채권 발행 기업이 파산했을 때 채무 변제순위에서 일반 채권보다는 뒤지나 우선주나 보통주보다는 우선하는 채권을 말한다. 일반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아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피해자 김모(82, 금정구 남산동) 씨는 “부산저축은행과 15년 이상 거래를 했던 아내가 한 일이라 후순위채권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자산이 많다는 말에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총 8억 원의 후순위채권을 양도받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자식과 손자들 돈까지 끌어 모아 억대로 투자를 했는데 한순간에 그 돈이 휴지 조각이 됐다”며 “영업 정지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다리를 뻗고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피해자 김모(70, 사하구 하당동) 씨도 후순위채권에 대해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 김 씨는 “은행이 예금 보장이 안 되고 파산 시 변제 확률이 낮다는 위험성을 설명하기보다 높은 이자와 자산 안전성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했다”며 “일주일 정도 투자를 고민할 때에도 직원이 3~4일가량 나를 잡고 설득을 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인인 아들을 위해 먹고 살만한 예금 상품을 찾던 찰나 1억 원을 고스란히 후순위채권 매매에 썼다.

심지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방만 운영 실태도 폭로됐다.

부산저축은행비대위 관계자는 “어르신과 거래를 할 경우 직원들은 관련 서류에 도장을 찍을 때 흰 종이에 도장을 찍어 첨부하거나 전화 한 통이면 양도를 해주겠다는 말로 채권을 팔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거래법상 불법 행위로 후순위채권 발행은 애초부터 계획된 사기였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부산저축은행 직원들의 강매 행위는 고금리 상품을 미끼로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불완전판매’로 금융거래법상 불법행위에 속한다. 현재 부산저축은행은 고객 2947명에게 1132억 원의 후순위채권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날 부산저축은행비대위는 ▲사전인출관련자 엄중처벌 ▲국세청을 통한 차명계좌 확인 ▲VIP 고객 특혜 인출 전액 환수 등의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작성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뜻을 전했다.

이로 부터 사흘 뒤인 11일 후순위채권자 피해자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의뢰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1000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나섰다.  

부산저축은행비대위 김옥주 위원장은 11일 “후순위채권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가입한 예금자는 거의 없었다”며 “일부 예금자는 저축은행 직원들이 예금자 동의 없이 보통예금통장을 후순위채권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