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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용한 외교’ 도마 위로
정치 외교·통일

한국 ‘조용한 외교’ 도마 위로

해도 너무하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폭력성↑
담보금 해결 사례 많아 “법규 처벌 강화해야”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특공대원 한 명이 중국 선원의 흉기에 찔려 숨지면서 정부의 ‘조용한 외교’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간 한·중 외교마찰이 우려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 정부의 저자세가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낫과 도끼, 곡괭이, 쇠파이프 등 흉기를 들고 덤빈 중국 선원 중에 구속된 사람은 49명이 전부다. 나머지 선원은 대부분 담보금을 내고 풀려났다.

주목할 부분은 올해 목포해경이 나포한 불법 조업 중국어선 124척 가운데 97척이 채 하루가 되지 않아 담보금을 납부했다는 점이다. 불법 조업 어선 사이에 일종의 ‘보험제도’가 운용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영악해졌지만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충남 태안군 근흥면 격렬비열도 남서쪽 64마일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이를 단속하는 해경에 도끼와 해머 등을 휘둘러 경찰관 1명에게 부상을 입힌 중국 어선 선원 10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명이었다. 1명은 벌금형을 선고받고 나머지는 본국으로 돌아갔다.

반면 중국 측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위협적인 어조로 압박을 가했다. 지난 10월 23일 목포 해경이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 한국 EEZ(배타적경제수역) 안에서 허가증 없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했을 때도 중국은 동일한 입장을 취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의 어선도 법을 충분히 준수하는 합법적인 작업을 하기를 희망하며, 한국 측도 예의를 충분하게 갖춘 법 집행을 통해 중국 선원의 생명과 안전을 포함한 합법적인 권리를 보장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의 경우 정선 명령을 어기고 도주하는 중국 선박에 대해선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2월 밀수혐의로 나훗카항으로 나포된 화물선 ‘신싱호’가 몰래 도주를 하다가 러시아 해안경비대의 함포 500여 발을 맞고 격침을 당했다. 당시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이 참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선박이 러시아 영해를 불법적으로 넘어왔고 정지 명령에 수차례 불응해 어쩔 수 없이 발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계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단속에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끊이질 않는 것은 단순히 서해 어자원이 풍부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1의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해 왔다는 지적이 이 대목에서 제기된다.

국제법 전문가인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는 “서해의 어획량이 많은 것도 이유지만, 우리나라의 단속이 약하다는 점과 단속 장비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는 점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면서 “법규 처벌을 강화하고 해경에 대한 단속 장비 예산도 대폭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중국과의 무역관계도 있지만 자국민이 생명을 잃고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사안인 만큼 정확하게 항의해야 한다. 그대로 놔둔다면 우리의 해양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동아대학교 국제학부 중국학전공 원동욱 교수는 “기존에 충분히 중국 당국과 법제도적 논의를 물밑에서라도 진행해 왔어야 했는데 한·중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했다”고 진단하면서 “다만 단속 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중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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