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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광 당시 민간구조단장 “잊지 않는 게 중요”
사회 사건·사고 인터뷰

[삼풍참사 26주기 인터뷰] 고진광 당시 민간구조단장 “잊지 않는 게 중요”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천지일보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천지일보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와 인터뷰

참사 당시 민간 신분에도 앞장서서 구조 활동 협력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그날은 아비규환이었습니다. 눈앞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던 목소리는 아직도 잊지 못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29일 26주기를 맞았다. 하지만 올해 광주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아직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에 천지일보는 당시 민간자원 구조단을 이끌며 구조활동을 벌였던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대표에게서 그때의 일과 앞으로의 과제를 물었다.

고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인추협이 오후 5시경 삼풍백화점에서 회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제가 작은 교통사고가 나서 회의가 무산됐다”며 “근데 이후 삼풍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인추협의 이사장은 순천향대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김부성 카톨릭의대 교수였고, 고 대표의 배우자는 성모병원의 수간호사였다. 고 대표와 인추협 회원들은 그날 저녁 성모병원에 긴급상황실을 설치했다. 고 대표는 “우리가 정부 관련자들인 줄 알고 유족들이 똑바로 안 한 다고 난리였다”며 “그땐 (구조)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모습. 이 사고로 1445명의 사상자가 났다.
지난 1995년 붕괴된 삼풍백화점의 모습. 이 사고로 1445명의 사상자가 났다.

실제 당시 재난 상황을 총 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고 대표는 자원한 봉사자들과 함께 민간자원구조단을 구성해 구조에 나섰다. 구조할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으나, 소방당국은 구조 활동을 벌이다가도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수도 없이 철수하는 일을 반복했다. 고 대표는 “눈으로 보고도 못 구해주고 있던 것은 아직도 트라우마”라고 전했다.

고 대표는 민간 구조자로는 처음으로 무너진 현장의 지하로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오후 5시 57분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이 지난 7시 19분경이라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다.

당시 현장은 매몰된 생존자에게 위협이 가해질 것을 염려해 중장비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 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은 수작업으로 구조작업을 도왔다. 고 대표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장비를 들고와서 절단기로 철근을 끊는 등 구조에 참여했다.

고 대표는 나흘 밤낮을 구조 활동에 매달렸다. 이후 자원봉사자 30여명과 지하 3층을 수색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매몰됐던 교사 1명을 구조하는 등 여러 사람을 살리는데 앞장섰다.

삼풍참사의 인명피해는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다. 매몰됐다 구조된 수는 따로 집계가 이뤄졌는데, 소방당국과 군당국, 민간구조단 등이 구조한 매몰자는 모두 40명이다.

양재 시민의 숲에 마련된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 (출처: 뉴시스)
양재 시민의 숲에 마련된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 (출처: 뉴시스)

참사 이후에도 고 대표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강조하며 여러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광주 철거건물 붕괴와 쿠팡물류센터 화재 등 안전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고 대표는 “청와대에 안전수석을 세우고, 재난 관계자 실명제를 통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난과 관련한 회사는 회사가 망할 정도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고 대표는 참사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유족들과 함께)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을 현장에 짓자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령탑은 현장이 아닌 양재 시민의 숲 한쪽에 마련됐다. 대신 참사 현장엔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상태다.

고 대표는 “자본의 논리로 (현장엔) 아파트를 짓고, 위령탑은 양재시민의 숲에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최근 벌어진 광주 철거건물 붕괴 관련해 현장에 추모탑이나 안전체험관 건립도 주장했다.

고 대표는 “지금도 학교 현장에선 추모 열기가 이어진다”며 이 열기를 끌고 가서 안전을 위한 한 획을 긋겠다고 덧붙였다.

광주 송원여상 학생들이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추모하고 있다. (제공: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광주 송원여상 학생들이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추모하고 있다. (제공: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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