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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대리점은 어쩌다 범죄의 온상지가 됐나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휴대폰 대리점은 어쩌다 범죄의 온상지가 됐나

스마트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KT 대리점 직원들이 고객의 사적인 사진을 유출하는 범죄를 일으키면서 이동통신사와 그 대리점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가 지탄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KT 대리점 직원들의 범죄 행위는 지난 23일 언론을 통해 공론화됐다. 홍대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던 이들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쓰던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요금 할인을 받으라’는 판촉 전화를 돌렸다. 이들은 이 방식으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입수했고 사적인 사진을 복원해 직원들끼리 돌려보고 유출하기까지 했다.

얼마 후 다른 대리점에서는 고객의 정보를 도용해 무단으로 개통을 한 일도 적발됐다. 이 대리점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명의도용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 판매 수수료와 단말기를 가로채기 위해서였다. 무려 10명 이상이 같은 피해를 봤다.

명의도용 피해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적인 휴대전화 명의도용 피해 사례는 7000건, 피해액은 69억원에 달한다.

대리점의 이 같은 위법 행위가 일어날 때마다 KT는 ‘대리점의 일탈’ ‘개인의 일탈’이라며 본사의 책임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수 조사를 하거나 대리점주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할 뿐이었다. 문제 해결은커녕 명의 도용을 당한 피해자에게 직접 문제를 해결하라며 피해자에게 요금 미납 소송까지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정말 통신사의 책임이 없을까. 통신사들은 개인정보 처리를 대리점에 위탁하고 그 후에 일어나는 피해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부가 조사를 통해 통신사에도 관리 소홀 등으로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이는 굉장히 오래 걸리며 처벌 수준도 약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대리점의 위법 행위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만을 통신사에 부과한다. 처벌 수준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유다. 지난해 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LG유플러스와 대리점 등 4개 사에 개인정보 보호 규정 위반으로 제재를 가했다. 개인정보위는 LG유플러스가 수탁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해 과징금 1160만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2개 대리점에는 2320만원, 매집점에는 3020만원의 과징금·과태료를 각각 부과했다.

직접적인 위법 행위가 아닌 데다가 문제가 돼도 가벼운 처벌로 그친다는 점에서 통신사는 고객의 정보를 방치하고 있다. 본사 측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게 마땅한 고객의 정보에 제삼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수많은 대리점 중에는 점주와 직원이 양심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도 있다. 다만 대리점의 직원이기만 하면 고객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구조가 문제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꼬리자르기식 면피’는 그만하고 엄한 처벌을 바탕으로 통신사-대리점 간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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