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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을 능가하는 통신사… 죄다 유통망 ‘탓탓탓’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도마뱀을 능가하는 통신사… 죄다 유통망 ‘탓탓탓’

한 대리점에서 SK텔레콤의 우주패스 강매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제공: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11.18
한 대리점에서 통신사의 부가 서비스 가입 강제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출처: 독자제공) ⓒ천지일보 2021.11.18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도마뱀은 천적으로부터 꼬리를 자르고 미끼로 넘기고 도망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잘린 꼬리는 신경이 남아 있어 일정 시간 꿈틀대며 움직이게 되고 이는 천적의 관심을 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 사회에서도 관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를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취재를 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이동통신사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얼마 전 통신 업계 관계자로부터 모 통신사의 ‘부가 서비스 가입 강제’로 인한 유통망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말을 들었다. 부가 서비스는 휴대전화 개통 시 요금제 외에 해당 통신사가 운영하는 별도의 서비스를 말한다. 예를 들어 V컬러링, 웨이브, 디즈니플러스(디즈니+), 슈퍼체인지, 우주패스, 플로, 캐치콜×링투유 등이 있다. 가입 초반에는 무료~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서비스 구독료가 자동으로 지출된다.

관계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대리점에 물어봐도, 더 말단 유통망에 물어도, 이동통신유통협회에 문의해도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현재 통신사들은 통신업 외에도 새로운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업부는 서비스 출시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놔야만 체면이 설 것이다. 아닌 척 유통망을 마케팅의 촉수로 삼아 고객들에게 가입을 강제하는 이유다.

통신사들은 “본사는 ‘인센티브’ 제도만 운용할 뿐 과도한 마케팅은 일부 유통망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가입을 시키면 돈을 더 주고 아니면 마는 건데 뭐가 잘못됐냐는 말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유통망에 목표치를 주긴 하지만 미달성 시 주는 불이익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이와 완전히 달랐다. 유통망의 말단으로 갈수록 페널티는 커졌다. 달성률이 미달하면 판매할 단말기를 덜 준다거나, 받아야 할 돈에서 서비스 하나당 일정 액수를 차감하는 구조였다. 한 판매점 사장은 실제로 차감이 이뤄진 데이터를 화면에 띄워 보여주기도 했다.

유통망 관계자는 “페널티 없이 인센티브 제도만 있으면 유통망이 이렇게까지 부가 서비스 가입을 강제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입을 시키는 작업도 힘들고 혹시나 한 달 후 (잊고) 해지를 안 하셔서 불필요한 지출까지 이뤄지면 판매점에 따지러 온다”며 “인센티브 몇만원 더 받자고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통신사들은 “우린 잘못이 없다”며 열심히 꼬리만 자를 뿐이다. 설령 일부 유통망의 잘못이라고 해도 이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통신사에 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 당국도 통신사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

이들 모두가 계속되는 악습을 뿌리 뽑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이것저것 잔뜩 가입했는데 해지하는 걸 잊고 있다가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는 게 그 예다.

서비스 경쟁력으로 대결한다는 정신은 뒷전으로 밀렸다. 하청을 방패 삼아 가입자 수만 불리려고 혈안이다. 도마뱀조차 꼬리를 자르는 행위는 최후의 보루로 쓴다. 다시 재생시키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도마뱀보다 재생력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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