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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 의한 계약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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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사이드] 협상에 의한 계약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평가받는 이유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DB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DB

입찰 전문가 “협상 계약 통해 수요기관, 낙찰자 결정 가능”

中企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에 ‘협상 계약 방식’ 부적합해”

-핵심요약-

◆협상에 의한 계약의 문제점

‘협상에 의한 계약’은 다수의 공급자가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한 후 국가에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된 자와 계약하는 제도다. 최근 이를 두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요기관이 원하는 대로 낙찰자를 선정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다.

 

◆특정 기업 몰아주기 의혹 나와

단순 물품 구매에 맞지 않는 계약 방식인데도 협상 계약을 고집해 중소기업 혹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입찰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런 방식으로 낙찰자가 정해지면 장기적으로 발주자와 낙찰자 사이에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그 결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정부(교육청·조달청)의 교육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교육 기관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기기 보급’이 활성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단말기를 공급하기 위해 마련한 예산을 보고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많은 가운데 정부와 사업자 간 계약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사업자 간 계약 방식에는 크게 ‘협상에 의한 계약’과 ‘다수공급자 계약’이 있다. 두 가지 중 더욱 잡음이 많은 ‘협상에 의한 계약’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짚어봤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제공: 경기교육청) ⓒ천지일보 2021.12.14
경기도교육청 전경. (제공: 경기교육청) ⓒ천지일보 2021.12.14

◆협상에 의한 계약은 무엇인가

‘협상에 의한 계약’은 다수의 공급자가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한 후 국가에 가장 유리하다고 인정된 자와 계약하는 제도다. 소프트웨어 사업, 정보화에 관한 사업 따위의 지식 기반 사업 계약 시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3조 및 제43조의 2에 근거한다. 예정가격을 작성한 경우에는 예정가격 이하로 입찰한 자 중에서 협상적격자를 선정해야 한다.

계약 대상은 계약 이행의 전문성·기술성·긴급성·안전성(국가 안보 목적)이 필요한 경우다. 절차는 ‘입찰공고→제안요청서 교부→제안서평가(위원회)→협상적격자 선정 및 협상 순위 결정→협상 순위 및 일정 통보→협상 개시→계약’이다.

◆이를 두고 온갖 잡음 나오는 이유는

15일 익명을 요구한, 입찰에 정통한 전문가에 따르면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이 가장 크게 비판받는 부분은 이 제도가 ‘단순 물품’ 구매 사업에는 부적합하다는 점이다. 제도상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기기 구매 사업에 해당한다. 스마트기기와 같은 단순 물품을 두고 전문성·기술성·긴급성·안전성 등을 위원들이 정성적인 평가로 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소업체 관계자는 “스마트기기는 협상 계약의 측면에서 평가할 게 없는 제품으로, 단순 구매에 불과하다”며 “다수공급자 계약에 맞는 사업인데 이를 교육청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하는 부분도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강원도교육청. ⓒ천지일보DB
강원도교육청. ⓒ천지일보DB

기술력 평가에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기술능력평가항목(배점 80점)의 80% 정도는 정성적 평가항목이며 정량적 평가항목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전문가는 제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제조사의 규모, 인지도, 브랜드 선호도 등에 영향을 받아 특정 업체에 대한 편향적 평가 등 불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경쟁 회피 가능성도 크다. 가격평가배점이 20%(이보다 낮은 경우도 있음)에 불과해 기술능력평가 결과가 입찰 사업자를 결정한다. 가격평가배점이 낮다 보니 기술능력평가 결과가 좋기만 하면 사업자가 입찰가를 시장에서 인정하는 가격보다 높게 정하더라도 낙찰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예산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협상에 의한 계약’에 중소기업이 입찰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이 계약은 ‘제안서 제출’로 이뤄지는데 이를 만드는 작업이 중소기업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이 넘는 사업 제안서는 완성에만 몇억원이 소요된다.

부산시교육청 전경.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1.5
부산시교육청 전경.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1.5

◆“낙찰자, 사실상 입맛대로 정해진다”

이 전문가는 ‘수요기관과 낙찰자 간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요기관은 기술능력평가를 직접 수행하거나 또는 조달청 평가를 의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직접 평가하는 경우 평가위원을 수요기관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조달청에서 평가를 대행하는 경우에도 수요기관은 추천 명부를 작성해 조달청 감사담당관실에 평가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 수요기관이 낙찰자를 사실상 결정할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는 “결국 수요기관의 의지대로 평가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방식으로 낙찰자가 정해지면 장기적으로 발주자와 낙찰자 사이에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고 그 결과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다”고 비판했다.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입찰 분쟁

이 같은 문제들로 인해 일부 교육청은 ‘협상에 의한 계약’에서 ‘다수공급자 계약’으로 변경했다. 다수공급자 계약은 교육청이 정한 사전규격에 맞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자는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는 입찰 참여 사업자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출한 사업자가 낙찰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청이 단말기 사전규격을 일부 대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계약 방식은 바꿨지만 여전히 신규 사업자 혹은 중소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다. 현재 경기도화성오산교육지원청·경북교육청 등은 이에 반발한 중소기업과 소송을 진행 또는 검토 중에 있다.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낙찰자를 정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도 단말기 규격을 필요 이상으로 고스펙으로 설정해 대기업만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정부대전청사 (제공: 산림청) ⓒ천지일보 2020.11.21
조달청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제공: 산림청) ⓒ천지일보 2020.11.21

이와 관련해 교육청들은 대체로 물품선정위원회를 통해서 학교 측의 의견을 수렴해 계약 방식, 사전규격을 정했을 뿐 중소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다.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1~2년 쓰는 게 아니라 3~4년 쓸 테니까 사양이 좋은 것으로 선택을 한 것”이라며 “교육청에서 규격을 일괄로 정한 게 아니고 학교에서 어느 정도 규격이면 되는지 함께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못 들어오게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예산 범위 내에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반기에는 다수공급자 계약을 하다가 하반기부터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도입한 경북교육청의 관계자는 “1차 사업을 해보니까 학교에서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접수가 돼서 2차에서는 ‘하자 보수(보험처리)’를 넣기 위해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선택했다”며 “상반기 때 다수공급자 계약을 통해 중소기업과 제휴해본 경험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관계자는 “해상도 같은 경우 다른 시·도거까지 다 검토했고 학교 선생님들과 TF를 통해 특정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에 그 정도의 해상도가 필요하다고 해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업체만 들어오도록 조작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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