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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자격 미달 ‘삼성전자 크롬북’ 밀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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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교육청, 자격 미달 ‘삼성전자 크롬북’ 밀어줄 수 있을까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DB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DB

삼성전자 크롬북, AR 콘텐츠 재생 불가

“행정 절차상 문제 있다” 의혹 제기돼

서울교육청 “입찰 자격엔 문제 없어”

“OS별로 다수공급자 계약 진행해야”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크롬북을 구입하기 위해 공정한 입찰 경쟁 환경을 훼손하고 행정상 규격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일 크롬북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이 문제로 외산 전자 브랜드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금까지 타 교육청들은 ‘행정상 하자’가 없도록 삼성전자와 외산 브랜드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격을 정했다면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크롬북 입찰은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고한 크롬북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구하는 크롬북은 특정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국가 예산을 들여 만든 ‘실감형콘텐츠’라는 앱이다. 이를 통해 VR·AR 등 실감형 교육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다.

외산 브랜드들의 크롬북에는 이 앱을 설치해서 납품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크롬북에는 설치해도 일부 콘텐츠(AR) 재생이 불가능하다. AR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2개 이상 필요한데 삼성전자의 크롬북은 카메라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애초부터 삼성전자는 교육 기관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이 조항을 ‘필수가 아닌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부 교육 콘텐츠를 재생할 수 없는 하자가 있는데도 삼성전자를 거래 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해 이를 눈감아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같은 하자에도 크롬북 공급 대상자로 입찰에 들어와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고한 크롬북 제안요청서 중 일부. 교육용 크롬북은 실감형콘텐츠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출처: 독자제공)
서울시교육청이 공고한 크롬북 제안요청서 중 일부. 교육용 크롬북은 ‘실감형콘텐츠’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콘텐츠를 구동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출처: 독자제공)

AUE 제공기간이 납품일로부터 6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삼성전자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AUE는 구글 크롬북 라이센스 기간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아수스(ASUS)와 삼성전자 등 입찰 진행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사업자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노트북 사용 연수기간을 6년으로 잡았고 크롬북이 노트북에 해당하기 때문에 6년으로 정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삼성전자와 제휴 중인 사업자를 낙찰한 다음에 삼성전자 제품을 공급받고 ‘그 사업자가 선택한 게 삼성전자였을 뿐 우리랑은 상관없다’며 발뺌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내년에 규격에 맞는 제품을 출시해 기간에 맞춰 납품하겠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KC 인증을 받지도 못했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제품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무엇을 근거로 이를 용인해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관계자는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실감형콘텐츠 구동 능력을 안드로이드·IOS로 성능 테스트를 해서 점수를 매기게끔 돼 있다”며 “점수상 불이익이 생길 뿐 (삼성전자의) 입찰 자격에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감형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실감형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한편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스마트기기 입찰의 경우 두 번의 유찰 이후에도 특정 사업자가 단독 입찰하는 바람에 이대로라면 수의계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면 단말기 단가는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더욱 비싸진다. 특히 삼성전자 제품은 외산 브랜드에 비해 비싸다.

정부의 1인 1스마트단말기 보급 사업은 추진 단계부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더욱 예산을 낭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 특정 사업자를 배부르게 하는 방향으로 담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입찰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윈도우는 윈도우 제조사끼리,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끼리, 크롬은 크롬끼리 OS별로 경쟁해야 한다”며 “OS끼리 다수공급자 계약으로 싸우게 되면 (중간 마진을 빼가는 사업자가 제외돼) 낙찰 가격이 현재보다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고한 크롬북 제안요청서 중 일부. AUE 제공기간이 납품일로부터 6년 이상이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출처: 독자제공)
서울시교육청이 공고한 크롬북 제안요청서 중 일부. AUE 제공기간이 납품일로부터 6년 이상이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출처: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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