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한민족 삶과 함께한 백두산호랑이, 100년전 日에 비참하게 죽어간 그 순간의 기록사진
문화 단독 천지단독

[단독] 한민족 삶과 함께한 백두산호랑이, 100년전 日에 비참하게 죽어간 그 순간의 기록사진

1930년대 후반, 일제가 한국호랑이를 사살해 포획한 후 의무대 막사 앞에서 가죽을 벗기기 전 촬영한 모습이다. 죽은 후에도 한국호랑이의 용맹스러움이 남아 있으며, 이마에 임금 왕(王)자 무늬가 선명하다. 한국호랑이는 이같이 일제에 의해 말살돼왔던 실상을 알 수 있는 사진으로 역사적으로 사실상 최초 공개되는 모습이다. (제공: 정성길 기록사진연구가) ⓒ천지일보 2022.1.3
1930년대 후반, 일제가 한국호랑이를 사살해 포획한 후 의무대 막사 앞에서 가죽을 벗기기 전 촬영한 모습이다. 죽은 후에도 한국호랑이의 용맹스러움이 남아 있으며, 이마에 임금 왕(王)자 무늬가 선명하다. 한국호랑이는 이같이 일제에 의해 말살돼왔던 실상을 알 수 있는 사진으로 역사적으로 사실상 최초 공개되는 모습이다. (제공: 정성길 기록사진연구가) ⓒ천지일보 2022.1.3

사살된 후 가죽 벗기기 전 모습

죽었어도 용맹함 그대로 묻어나

우리 산하 거닐던 호랑이 사라져가

 

日, 한민족 정신말살 위해 남획

호랑이 外 수많은 동물 말살돼

자연 훼손하며 한민족 괴롭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약 100년 전 우리나라에서 생존했던 위엄 있는 백두산호랑이의 모습을 본지가 단독 공개한다. 다만 살아 있는 상태로 위엄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 아닌 일제에 의해 포획 사살된 모습이라 울림을 준다. 이 사진은 정성길 기록사진연구가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백두산호랑이라고도 불리는 한국호랑이의 100여년 전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과 또 하나는 우리 호랑이가 일제의 대규모 남획에 의해 힘없이 죽어가고 씨가 말라버리게 된 실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진이다. 100년 가까이 된 호랑이 모습의 사진도 드물지만 죽은 호랑이를 들고 찍은 사진도 거의 없다. 사실상 역사적으로도 처음 공개되는 모습이다.


◆일제 대규모 남획에 사라진 한국호랑이

정 사진연구가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1930년대 후반 찍은 사진이다. 일제가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도 대규모 호랑이 남획을 했다. 신식 무기로 조직적인 군대까지 동원된 호랑이 말살정책이었다. 1921년 경북 경주시 대덕산에서 사살된 것이 남한에서 백두산호랑이의 마지막 공식기록인데, 이에 비춰 사진 속 호랑이가 사실상 마지막 야생 한국호랑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백두산호랑이는 육중한 체구, 둥근 머리, 작고 동그란 귀가 특징이다. 앞발과 어깨의 근육이 매우 발달해 힘도 세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몸 전체 길이가 390㎝에 이른다. 등 쪽에 노란빛을 띤 갈색 털이 나고 24개의 검은 가로줄무늬가 있다. 배 쪽은 흰색이며 등 쪽보다 연한 빛깔의 가로줄무늬가 있다. 꼬리는 몸통의 반 정도 길이로서 연노랑빛을 띤 갈색이며 8줄의 검은 고리무늬가 있다. 중국의 동북호랑이(만주호랑이)나 시베리아호랑이에 비해 다소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중엽 동북아시아 일대의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가장 용맹하기로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사진은 그 같은 백두산호랑이의 용맹함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오늘날 동물원이나 미디어를 통해 보는 호랑이보다 1.5배는 커 보인다. 특히 발톱이나 발 굵기가 매우 크다. 비록 일제 포수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위엄 있는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포수 2명과 흰옷을 입은 의무병 2명이 죽은 한국호랑이 뒤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호랑이 가죽을 벗기기 전에 기념사진을 남긴 것이라 씁쓸함을 준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뤄진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호랑이가 많이 서식해 ‘호랑이의 나라’로 불리기도 했다. 이는 호랑이의 보호색이 드넓은 초원보다는 산이 많고 수목이 우거진 우리나라에 적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곧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우리 산하(山下)에서 한민족 삶과 함께한 우리호랑이가 일제에 의해 비참하게 죽어갔던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진을 보면 굉장히 수려해 보이는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역시 일제 군인들로부터 포획됐다. 밤의 제왕으로 불리는 수리부엉이는 몸길이가 약 70㎝에 이르고 날개를 편 길이가 약 190㎝에 이르러 올빼미 종류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군인이 이 같은 수리부엉이를 잡은 것을 기념해 사진을 찍은 모습이다. 일제는 잡은 수리부엉이를 박제해 장식용으로 사용했다.

이같이 일제는 각종 동물을 수없이 말살시켰다. 당시 전국적으로 맹수들의 소탕작전이 이뤄졌는데 일본 헌병 3300여명, 조선 사냥꾼 2300여명, 몰이꾼으로 민간인 9만여명이 동원됐다고 한다. 조선통독부 통계에 따르면 1919년부터 23년간 포획된 표범의 수는 624마리, 호랑이는 97마리다. 이같이 사살된 호랑이는 가죽을 벗겨 고기 일부와 함께 일본으로 보내졌다. 특히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는 호랑이 고기 시식회가 열리기도 했다.

또 일본은 독도 강치, 동경이, 삽살개와 같은 동물들도 사냥하거나 학살했다. 털이 복슬복슬한 것이 특징인 삽살개는 일본군의 방한복을 제작하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약 50만 마리가 학살당했다. 이같이 일제는 우리 한민족은 물론 우리의 소중한 동물들을 포함해 자연까지 훼손하는 등 모진 고난의 세월을 보내게 했다. 우리의 민족을 악랄하게 괴롭게 했던 일본의 잔악성을 새삼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셈이다.

밤의 제왕으로 불리는 수리부엉이도 일제군인이 잡은 후 박제해 장식용으로 사용했다. (제공: 정성길 기록사진연구가) ⓒ천지일보 2022.1.3
밤의 제왕으로 불리는 수리부엉이도 일제군인이 잡은 후 박제해 장식용으로 사용했다. (제공: 정성길 기록사진연구가) ⓒ천지일보 2022.1.3

◆한민족의 삶에 스며든 호랑이

호랑이는 예부터 우리 한민족에 스며든 동물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민화에는 까치와 호랑이가 함께 그려진 그림이 유명하며, 이때 호랑이의 모습은 상당히 해학적으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또 호랑이를 숭상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했는데 ‘후한서’ 동이전에는 “그 풍속은 산천을 존중한다. 산천에는 각기 부계(部界)가 있어 서로 간섭할 수 없다. (중략) 범에게 제사를 지내고 그것을 신으로 섬긴다”는 기록이 있다. 내용으로 보아 호랑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풍속은 원시부족국가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시대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하여 무당이 진산(鎭山)에서 도당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호랑이숭배사상은 산악숭배사상과 융합돼 산신신앙으로 자리 잡게 된다. 호랑이를 산군·산군자(山君子)·산령(山靈)·산신령(山神靈)·산중영웅(山中英雄)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이유다.

산신을 모셔놓는 산신당에는 호랑이가 산신의 사자로 묘사되기도 하고, 호랑이 자체가 사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또한 산신도 속 호랑이는 포효하는 호랑이가 아니라 인자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호랑이를 인간을 도와주는 착한 짐승으로 나타낸 것이다.

호랑이가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는 신통함이 있다고 믿어 매년 정초가 되면 궁궐을 비롯해 민가에서도 호랑이 그림을 그려 대문에 붙여 삿된 것의 침입을 막기도 했다. ‘동국세시기’에 “민간의 벽에 닭이나 호랑이 그림을 붙여 재앙과 역병을 물리치고자 한다”는 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는 풍속이다.

작가 미상 '맹호도' 국립박물관 소장 ⓒ천지일보 2022.1.3
작가 미상 '맹호도' 국립박물관 소장 ⓒ천지일보 2022.1.3

또한 호랑이는 위엄을 갖춘 군자의 상징이기도 했다. ‘주역’에는 호랑이가 몸을 감추고 털갈이를 한 후 변신한 모습을 대인군자가 뛰어나고 훌륭한 면모를 이룬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18세기에는 호랑이가 산을 나서는 장면을 묘사한 ‘출산호(出山虎)’ 그림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중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90.4㎝*43.8㎝,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죽하맹호도(91.0㎝*34.0㎝, 개인 소장)’와 작자 미상의 ‘맹호도(96.0㎝*55.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가 유명하다.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기 몇 달 전인 2021년 6월,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호랑이 새끼 5마리(수컷 2마리, 암컷 3마리)가 자연번식으로 태어났다. 한국호랑이는 보통 한번에 2~3마리만 출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에버랜드에서 5마리가 한꺼번에 태어난 것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이들 호랑이의 이름은 아름, 다운, 우리, 나라, 강산이다.

우리와 함께 아픈 역사를 함께 간직한 한국호랑이가 이들 호랑이를 통해 새롭게 위엄을 떨치길 기대해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1년 마지막 날이자 호랑이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엄마 호랑이 건곤이와 아기호랑이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2.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1년 마지막 날이자 호랑이 해인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엄마 호랑이 건곤이와 아기호랑이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2.1.2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채널: 천지일보
  • 전화: 1644-7533
  • 이메일: newscj@newscj.com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