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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서툰 다문화 학부모들, 코로나 장기화에 “내 아이 뒤처질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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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어 서툰 다문화 학부모들, 코로나 장기화에 “내 아이 뒤처질까 걱정”

우리금융지주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이 서울시 강동구 소재 재한몽골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 대상으로 경제·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우리금융지주) ⓒ천지일보DB
우리금융지주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이 서울시 강동구 소재 재한몽골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 대상으로 경제·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제공: 우리금융지주) ⓒ천지일보DB

국내 다문화가정 학생 16만명

“한국어 몰라 학습지도 힘들어”

맞벌이 부모에 홀로 공부하기도

다문화가정 언어·상담지원 필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안채린 수습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초·중·고등학교에서 2년간 원격수업이 이어진 가운데 학습격차에 대한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면등교가 중단되고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서는 양상이지만 개학 이후에도 등교축소와 원격수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은 시름을 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녀가 원격수업을 듣는 동안 부모의 학습지도가 필요하지만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은 한국어가 서툰데다가 생업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일 통계청과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가구는 2015년 약 30만 가구에서 지난해 약 37만 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국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16만 56명으로 전년(14만 7378명) 대비 8.6% 늘어 9년 연속 증가 추세다.

다문화학생 현황. ⓒ천지일보 2022.1.4
다문화학생 현황. ⓒ천지일보 2022.1.4

◆서툰 한국어·조작법에 학습지도 ‘난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 학부모 하티홍(30, 여)씨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 원격수업이 시작됐을 때는 아이 담임선생님과 의사소통이 안 돼서 옆집에 사는 다른 학부모에게 도움을 구했다”며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나 공지를 받아와도 한국어로만 돼 있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어가 서툴다 보니 학교 선생님들과 소통이 어렵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각종 가정통신문과 소식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원격수업이 한국어로만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의 학습을 돕거나 수업에 활용되는 스마트기기 조작 역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티홍씨는 “아이들의 원격수업을 옆에서 돕고 싶은데 나부터 (노트북) 조작법이나 한국어를 잘 몰라 답답하다”며 “구경밖에 할 수 없어 속상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뒤처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모르는 것을) 선생님에게 물어보지만 집에서는 엄마에게 물어보는데 번역이나 자막이 없어 도와줄 수 없다”며 “이제 겨울방학을 시작했으니 방학 동안 노트북 조작법도 열심히 익히고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수업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모 초등학교의 학부모회장인 전희경(가명, 38, 여)씨는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다문화 학생을 염려하기도 했다.

전씨는 “다문화가정 학부모들은 모두 일터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 원격수업 시 혼자 집에 남겨져 있는 초등학생들은 돕는 사람이 없어 학습이 어렵다”며 “학부모회에서 종종 찾아가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지도를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정방문마저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만 12세 이하의 아동을 양육 중인 가정에 아이돌보미가 찾아가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관련 홈페이지 회원가입 및 서류제출 등을 한국어가 미숙한 다문화가정 학부모가 이용하기는 만만치 않다.

◆교사들도 과반 이상 학습격차 인정

다문화가정 학부모가 자녀의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인터넷 연결이 부재하거나 PC(노트북, 데스크톱)가 없어 새로 마련해야 했던 가정도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다문화가정 학부모 룽(38, 여)씨는 “원격수업을 들을 수 있는 노트북과 태블릿PC가 없어 학교에서 빌렸지만, 성능이 신통치 않았다. 결국 중고로 노트북을 구입했다”며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고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작아지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나 노트북을 보유한 결혼이민자 가구는 68.6%로 일반국민 보유율 83.2%보다 14.6%p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디지털 격차가 교육 불평등, 교육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실시간 쌍방향 소통, 콘텐츠 활용, 과제 수행 등으로 구성된 원격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

교사들 역시 원격교육으로 인해 학생 간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생각한다는 최근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26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교원 1만 8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등 원격교육 실태조사’에서 올해 1학기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수준의 차이가 심화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9.9%는 ‘매우 그렇다’, 44.6%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문화교실 운영 모습.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DB
다문화교실 운영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함.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DB

◆여가부·지자체, 한국어 교육 지원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이후 다문화가정 학부모·학생이 겪는 어려움이 부각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이들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부터 원격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 등에 온라인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1700명의 방문교육지도사를 주 1~2회 가정에 파견해 원격학습을 스스로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전국의 공동육아나눔터와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이용자 가정을 대상으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다문화가정 학부모·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시 다문화교육지원센터 관계자는 “한국어 교육이 우선돼야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 마련된다”며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 다문화교육지원센터는 외국 국적 학생이나 중도 입국해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연간 100시간 내외로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중도 입국 청소년과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가르쳐 공교육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한국어 학급과 다문화 강사를 통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학부모·학생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필요한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학생 대부분 온라인 교육 약자”

다문화 학생들의 온·오프라인 학습 지원과 더불어 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다문화 학생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 모두에서 언어 장벽을 느낀다”며 “학교 입학 후 일정 기간이라도 학교 수업과 한국어 수업이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온라인 학습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학생을 ‘온라인 학습 약자’로 지칭하며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학습 약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유치원생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 ▲집에서 학습을 도와줄 성인이 없는 아이 ▲학습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아이 ▲학습에 필요한 컴퓨터와 인터넷 기기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아이 등이다.

박 교수는 “다문화 학생은 대부분 온라인 학습 약자에 속한다”면서 “다문화가정 학부모 역시 언어 장벽으로 학교에서 제공되는 공지 등을 이해하기 어렵기에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다문화 학생의 학습을 돕는 멘토링 제도가 많고, 지자체의 사회복지사를 기반으로 상담도 이뤄지고 있다”며 “단순한 학습뿐 아니라 학습 동기와 강한 정신, 인내 등을 길러 다문화 학생이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아파트 단지 내 다섯 가구 정도의 학생이 모여 한 가정에서 함께 수업을 듣도록 해준다면 아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소 경비는 교육청이나 학교, 지자체에서 도움을 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돌봄 공백에 대한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안채린 수습기자 gkxmekady@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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