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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으로 얼룩진 교육청 스마트기기 지원 사업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불공정’으로 얼룩진 교육청 스마트기기 지원 사업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전교조 해직 교사 4명 등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전교조 해직 교사 4명 등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1.7.27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정부가 교육 기관에 스마트기기를 보급하는 사업 수행 과정에서 온갖 ‘불공정’이 판치고 있다.

교육청은 공공입찰을 통해 스마트기기를 보급할 사업자를 정한다. 이를 위해 계약 방식, 스마트기기의 규격 등을 정하는데 이는 교육청마다 다르다.

그런데 입찰 과정에서 사업자 차별이 이뤄진다는 게 확인됐다. 국가사업인 만큼 적어도 해당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사업자(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가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는 문턱을 낮춰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육청은 대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계약 방식을 택하거나 기기의 규격을 특정 대기업의 제품만 통과할 수 있도록 선정했다.

복수의 사업자가 들어와야 입찰이 진행되기에 교육청은 교묘하게 사업자가 둘 이상은 참여하되 많이는 들어오지 못하게끔 계약 방식과 규격을 정했다. 이는 철저하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교육청은 이들이 미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품 규격을 올리거나 가격 경쟁을 무효화하는 입찰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데에는 당위성이 없다. 교육청들은 각기 다른 이유를 구실로 삼아서 중소기업을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다. 즉 명분의 통일성도 없다는 얘기다. 일단 교육청마다 규격이 다르다. 예를 들어 태블릿PC의 경우 일부 교육청은 해상도를 너무 높게 설정했고 어떤 곳은 메모리 규격을 크게 높였다. 지역 간 교육용 콘텐츠의 양이나 질이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때문에 대기업들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소문만 무성하다.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다. 교육청 관계자 중에 이 같은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은 그런 규격이 어디서 났냐고 묻는 말에 “삼성전자가 주고 갔다”고 답하기도 했다.

학교가 대기업 제품을 원하고, 공무원이 업무 편의상 대기업에 일 처리를 맡기면 편하다는 점 때문에 이렇게 한다는 교육청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공정 경쟁의 부재로 단말기 단가가 비싸진다 한들 자기 돈으로 집행하는 게 아니니까 결과가 어떻게 되든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공공입찰을 열 이유가 없어진다.

낙찰자가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교육청은 경쟁의 ‘구색’만 갖춰놓고 경쟁사를 들러리로 세워 높은 마진을 주면서 예비된 사업자와 계약한다. 답이 정해져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어느 사업자가 참여하고 싶을까.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조달청에 물품을 등록하는 과정은 왜 있는가. 예산이 국민 세금으로만 이뤄지지 않았으면 이렇게 따지듯 의문을 제기하는 건 입만 아프고 의미가 없는 행위였을 것이다.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써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다. 사업자들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주고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소비로 국가사업을 수행해 달라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기회가 균등한지, 예산이 낭비되는 부분은 없는지, 사업자들의 수행 태도는 어떤지, 학교가 정말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고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는 일을 해야 한다.

또 무조건 “규정상 어긋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정했다” “조달청이 그랬다”는 식으로 방패를 삼거나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불공정한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시정해야 한다. 실무자들이 어차피 1년 후에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뗄 거로 생각하고 이를 외면한다면, 상급자의 지시에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고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을 뿐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 나치의 ‘아돌프 아이히만’과 다를 게 없다.

이 사업은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된다. 2차 사업부터는 말로만 각종 의혹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행위로서 공정함을 보여주는 교육청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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