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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 삼성전자 독무대 마련 빌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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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입찰②] “충남교육청, 삼성전자 독무대 마련 빌드업?”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12일 2021년도 충남교육청 혁신교육 방향에 대해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2021년도 충남교육청 혁신교육 방향에 대해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2보에서는 충청남도교육청이 공고한 ‘크롬북’ 규격에 대한 의혹을 분석한다.

부산시교육청에 이은 ‘크롬북 규격 논란’

나라장터에 등록된 교육용 크롬북 많지만

충남교육청, 전부 못 참여하는 규격 만들어

‘삼성전자 신제품 밀어주기’ 가능성 대두

충남교육청 “시중에 있는 기존 제품 중”

“3개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어… 문제無”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지난 14일 충남교육청이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입찰 본 공고를 올렸다. 지난해 타 교육청들이 해를 넘기기 전에 공고를 서둘러 올린 것과는 다른 행보다. 또 충남교육청은 크롬북 규격을 특이하게 올렸는데 이를 두고 업계는 삼성전자의 독무대를 마련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의 제안요청서 중 크롬북 규격. (출처: 충남교육청)
충남교육청의 제안요청서 중 크롬북 규격. (출처: 충남교육청)

◆아무 사업자도 참여할 수 없는 크롬북 규격

22일 충남교육청의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해당 교육청이 구매하려고 하는 크롬북의 스펙은 해상도 1920×1080(FHD급) 이상이다. 또 전·후면으로 카메라가 2개 탑재돼 있어야 한다.

문제는 해당 규격을 충족하는 크롬북이 조달청에는 물론 시중에서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제품에는 AUE(구글 크롬북 라이센스 기간) 6년을 만족하면서 카메라가 두 개 달린 게 없고 다른 제조사에는 해상도를 만족하는 제품이 없다. 즉 스마트기기 제조사 중 누구도 참여할 수 없는 규격인 셈이다.

이 같은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에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조달청과 상의해서 재공고를 하는 등 조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돌연 입장을 바꿔 사업 수행이 다른 교육청보다 많이 늦은 상황이라 재공고 없이 이번 공고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충남교육청이) 처음에는 삼성전자 제품을 배제하겠다고 말했다가 이후 입장을 바꿔 사업 수행이 늦었으니 이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크롬북에 정통한 전문가는 “시중에 나온 것 중에는 레노버의 제품이 있는데 이는 주력 제품도 아니다”라며 “이 제품 외에는 해당 규격을 맞출 수 있는 크롬북이 없는데 어떻게 입찰을 진행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충남교육청사. (제공: 충남교육청) ⓒ천지일보 2020.6.16
충남교육청사. (제공: 충남교육청) ⓒ천지일보DB

◆충남교육청 “레노버·아수스·삼성전자 기존 제품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해 충남교육청이 내놓은 답변은 복수의 사업자에게 해당 규격을 맞출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것이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분명 기존에 출시된 제품 중 검색을 통해 복수의 사업자가 있다는 걸 확인했고 레노버(Lenovo), 아수스(ASUS), 삼성전자 제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국내에서 기존에 출시된 제품 중에서는 레노버 제품(IdeaPad Duet 5) 하나밖에 없었다.

출시된 크롬북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사이트(https://support.google.com/chrome/a/answer/6220366?hl=ko)에 따르면 AUE 6년 이상을 기준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 제품 중 갤럭시 크롬북, 크롬북 2, 크롬북 Go가 해당하는데 이들 제품에는 카메라가 하나뿐이다. 아수스 제품도 국내에서 나온 것 중에는 스펙에 맞는 게 없다.

현재 출시된 삼성전자의 크롬북 리스트. 빨간 네모 안이 AUE가 6년 이상인 제품이다. (출처: 구글 사이트 캡처)
현재까지 출시된 삼성전자의 크롬북 리스트. 빨간 네모 안이 AUE가 6년 이상인 제품이다. (출처: 구글 사이트 캡처)

◆업계 “삼성전자 신제품 기다리는 거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과연 충남교육청은 어떻게 삼성전자 제품이 시중에 이미 나와 있고, 해당 규격에도 맞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일까.

삼성전자는 곧 크롬북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미 지난해 11월 국립전파연구원·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인증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신제품은 올해 3월쯤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C 인증을 받은 후 나라장터에 제품을 등록하기까지 보통 4~5개월이 걸린다. 삼성전자는 기존 모델 중 카메라가 두 개이며 FHD급 해상도를 가진 제품을 업그레이드해서 신제품으로 출시해 AUE를 갱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업계는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이번 충남교육청 사업에 들어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크롬북 신제품. (출처: 제품안전정보센터 캡처) ⓒ천지일보 2022.1.22
삼성전자의 크롬북 신제품. (출처: 제품안전정보센터 캡처) ⓒ천지일보 2022.1.22

다만 이렇게 되면 조달청에도 없는 데다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제품의 입찰 참여를 허용하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다른 제조사들이 교육용 라인업으로 크롬북을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해 놨는데도 말이다.

아울러 사업 수행이 급하다면서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 중에는 해당 스펙을 만족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굳이 규격을 저렇게 설정한 이유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 사업 수행 기간을 6개월로 설정했는데 급하다고 말하는 거 치고는 기간을 너무 넉넉히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통 타 교육청이 설정한 사업 수행 기간의 경우 3~4개월 정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에서 6개월은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여러 정황을 고려해봤을 때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나오기까지 기다려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만약 업계가 전망하는 대로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다른 제조사의 제품이 배제된 상태로 이번 입찰에 들어가게 되면 불공정 논란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그런 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삼성전자의 크롬북 신제품이 지난해 11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KC 인증을 받았다. (출처: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의 크롬북 신제품이 지난해 11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KC 인증을 받았다. (출처: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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