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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필요하다면”… 설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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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필요하다면”… 설에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

 

[천지일보=안채린‧양효선·정승자 기자]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민족의 대명절 설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확진자가 연일 기록치를 넘어서고 있지만, 그간 고향을 찾지 못했던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이미 가족들과 만나 정을 나누고 있다. 감염병 우려 때문에 이동 계획은 없는 시민들은 연휴를 맞아 휴식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 품이 그리워도 현장을 지켜야 하는 경찰관, 의료진, 소방관, 배달 라이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명절 근무자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명절 연휴 기간에도 묵묵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사연을 들어봤다.

◆올해도 연휴 반납하고 ‘시민안전’ 사수

자신의 안위보다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소방관들은 올 설 연휴에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일터에 남는다.

전남소방본부에서 근무하는 박태진(남, 44) 소방위는 “설 연휴에 고향에 다녀온 지 7~8년이 지났다. 2014년이 명절에 고향에 다녀온 마지막 해였다”며 “그날도 집에 가는 길에 화재를 목격하고 동료들과 함께 화재진압을 했다. 고향 집에 도착했을 때 명절날 집에 온다는 아들놈 얼굴에 그을음이 가득하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던 어머니가 기억난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소방서 119구조대장 최주일(45, 남) 소방경 역시 교대근무로 대부분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20여년 동안 명절에 혼자 아이들 데리고 고향에 방문한 집사람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며 “그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나는 물론 소방동료들까지 안전사고 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퇴직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휴식도 없는 명절이지만 소방관들은 지금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채영섭(52, 남) 순천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위는 “소방공무원을 선택한 이상 나에게는 명절이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족들과 친구들을 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오히려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서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그 자체가 즐겁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근심·걱정 가득해도 편의점은 ‘24시간’

“저는 이번 설에 11시간 일할 계획입니다. 제가 설에도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가장이기 때문이에요.”

박성천(가명, 44, 서울 종로구)씨는 이번 설 연휴를 포기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설 연휴 끝나고 주말에 쉬려고 한다”며 “설날에 일하지 않았다면 여행을 갔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지난 설에도 매장에서 일했다”면서 “설 명절에도 일하고 있지만 손님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와 더불어 많은 편의점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면서 설 연휴에도 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은애(가명, 56, 여, 서울 마포구)씨는 “저는 이번 설날에도 24시간 근무해야 한다”며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문제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원식(가명, 65, 남, 서울 중구)씨 역시 “이번 설에 일하지만 몇 시간은 쉬려 한다”며 “코로나19로 작년과 올해는 매출이 크게 감소했고 너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덕분에 힘내서”… 설에도 “배달이요!”

명절이 되면 배달 음식 주문량은 급격히 늘어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활성화와 1인 가구 증가, 혼명족(홀로 명절을 보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신조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거기다 명절을 겨냥한 할인 쿠폰 등을 쏟아내는 플랫폼 업체들까지 가세해 배달 라이더들은 명절이면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낸다.

올해로 4년 차 배달 라이더인 김권수(33, 남)씨는 “설 연휴 때 일하려고 며칠 전 고향에 미리 다녀왔다”면서 “설 연휴에는 배달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우리가 필요하다는 거니까 남들 쉴 때 일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대행 플랫폼 ‘배달의 민족’ 소속으로 2018년부터 주로 강서구 일대에서 일하고 있다.

연휴 기간 라이더들은 강도 높은 노동과 마주한다. 명절에는 쉬는 라이더도 많아 적은 인력으로 늘어난 주문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김권수씨의 설명이다. 그는 “연휴에 문 닫는 가게들도 많아 배달이 적을까 걱정이지만 그래도 콜이 많이 들어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에는 콜 알림이 계속해서 울렸다.

김씨는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때때로 마주치는 고객들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주 배달 가는 집의 손님은 매번 갈 때마다 핫팩을 손에 쥐여준다”면서 “요즘은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라는 요청이 많아 직접 손님을 대면할 일이 별로 없는데, 번거로울 텐데도 직접 인사하고 작은 선물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있어서 춥고 눈이 오는 날에도, 명절에도 힘내서 일할 수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설에도 운전대 잡고 ‘시민의 발’ 자처

서울 노원구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정철규(32, 남)씨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 연휴에도 가족 대신 시민의 발을 선택했다.

정씨는 “명절인 만큼 산소와 납골당을 찾아가고 가족들과 어른들도 봬야 하지만 이번에도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명절에 많은 사람이 쉬지만, 모든 사람이 쉴 수는 없지 않나”라며 “마을버스뿐 아니라 대중교통은 휴무가 없다. 대중교통이 쉬는 날은 시민의 발이 묶이는 거니까 우리가 있어야 사회도 굴러간다”고 웃어보였다.

정씨에 따르면 명절에는 평소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줄어든다. 그는 “명절에는 많이들 고향에 내려가기 때문에 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적은 승객들만 이용하지만 이들을 위해 운행한다”며 “우리가 없으면 아예 이동을 못 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정씨는 버스 운전사는 뛰어난 운전실력은 물론 성실함과 책임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사가 지각을 하면 승객도 지각을 하게 된다”며 “운전사가 없으면 그 차는 운행을 하지 못하니 누구보다 책임감과 성실함을 갖고 임해야 한다. 운전은 승객들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승객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운전실력도 뛰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버스 운전사로서 고충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 있을 때도 많다고 했다. 그는 “마을버스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탄다. 큰 짐이나 장바구니 등을 들고 타시는데 우리는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저 기다려드리는데, 감사하다면서 내린 후에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시기도 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 건네주시는 ‘감사합니다’ 한마디가 엄청 크다. 습관적으로 하신 말일지라도 큰 힘이 된다”고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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