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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육청, 또 특정 업체 밀어준다… ‘배 째라’식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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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입찰㉓] “부산교육청, 또 특정 업체 밀어준다… ‘배 째라’식 강행”

부산시교육청 전경.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1.5
부산시교육청 전경.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1.11.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23보에서는 부산광역시교육청의 ‘특정 업체 밀어주기’ 논란에 대해 조명한다.

크롬·윈도우에 와이파이6 규격 붙여

“와이파이6, 학교선 사용할 수 없어”

업계, 너도나도 ‘사전규격 이의제기’

대부분 윈도우·와이파이 규격 지적

윈도우, MS사 제품만 규격에 맞아

“특정 업체와 담합 아니라면 바꿔야”

교육청 “복수의 제품, 있는걸로 확인”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스마트기기 보급 1차 사업에서 ‘삼성전자 밀어주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부산교육청이 2차 사업에서도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부산교육청 측이 해명을 내놓긴 했지만 결국 규격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2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부산교육청이 지난 15일 올린 ‘태블릿컴퓨터’ 사전규격 공고에는 마감일인 20일 기준 총 12건의 이의가 제기됐다.

이의의 내용은 윈도우 규격 관련이 7건, 무선 규격 관련 3건, 규격 전반 1건, 충전 보관함 1건이었다. 내용은 달랐지만 공통으로 제기된 지적은 부산교육청이 기존 사업자 또는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부산광역시교육청이 지난 15일 올린 ‘태블릿컴퓨터’ 사전규격 공고에 마감일인 20일 기준 총 12건의 이의가 제기돼 있다. (출처: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 캡처)
부산광역시교육청이 지난 15일 올린 ‘태블릿컴퓨터’ 사전규격 공고에 마감일인 20일 기준 총 12건의 이의가 제기돼 있다. (출처: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 캡처)

부산교육청이 이 같은 의혹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 추가된 조항인 ‘와이파이6(802.11ax)’ 때문이다. 부산교육청은 안드로이드, IOS 등에는 와이파이5를 지원하도록 규격을 올렸는데 크롬북과 윈도우 노트북에는 와이파이6를 지원할 수 있는 기기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즉 OS별로 무선 규격이 다른 셈이다.

문제는 현장(학교)의 무선 환경은 ‘와이파이5(802.11ac)’라는 것이다. 때문에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기기를 사들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제기자는 “학교의 무선 환경은 와이파이5로 돼 있는데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크롬북과 노트북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라며 “크롬북은 와이파이5로 규격을 낮추더라도 납품일로부터 AUE(Auto Upgrade Exploration, 자동 업데이트 만료 기간)를 5년 이상 지원하는 기기가 충분히 많고 노트북은 더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기기는 신제품일 확률이 높고 와이파이5의 상위 기술인 만큼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며 “OS별로 통일성도 없고 삼성전자 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항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제기자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지금 와이파이6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추후에 와이파이6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해도 몇 년 안에 부산 지역 모든 학교의 무선 환경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와이파이5 기능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학교가 대다수다. 특정 제조사 제품을 밀어주는 게 아니라면 전부 같은 와이파이5 규격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산교육청은 이번 사업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밀어주기’로 역풍을 맞을 전망이다. 윈도우 노트북의 경우 와이파이6 호환 조건 때문에 MS의 ‘서피스 고3’ 제품만 규격에 맞는다. 때문에 이의를 제기한 업계 관계자들은 “윈도우 규격은 MS의 제품이다. 특정 제조사와의 담합이 돼 있지 않고 청렴하다면 여러 제조사 제품으로 참여 가능하도록 규격을 변경해달라”고 한목소리로 요청했다.

크롬북의 경우 와이파이6라는 새로운 조건이 추가된 것 외에는 지난 사업 때보다 전반적으로 규격이 완화됐다. 와이파이5든, 와이파이6든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굳이 현장(학교)에서 쓰이지 않는 ‘와이파이6’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논란이 많다.

오는 25일 6.1지방선거 부산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예정인 김석준 교육감.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2.4.18
오는 25일 6.1지방선거 부산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예정인 김석준 교육감.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2.4.18

이후 부산교육청 측은 21일 이의제기 게시판에 “물품 규격은 별도의 ‘물품규격선정위원회’를 통해 학교의 무선망, 사용 가능한 클라우드 환경 등을 고려해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 우수한 규격을 선정했고 ‘특정 제조사’가 아닌 복수의 제조사 제품이 포함됨을 확인했다”고 윈도우 규격 논란에 대한 답변을 달았다.

와이파이6에 대해선 “2020년 이후 학교에 신규 설치된 무선 네트워크 중 약 88%는 와이파이6를 지원하며 향후 100% 와이파이6 지원 기기가 설치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업계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의제기에 대해 하나도 재검토해주지 않고 물품규격선정위원회 등을 핑계 삼아 ‘배 째라’는 식으로 강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모든 이의제기 건에 매크로처럼 무성의하고 형식적인 답글을 단 부분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부산교육청은 크롬북 규격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항인 ‘13인치 이상’을 넣어준 바 있다. 때문에 다른 스마트기기 제조사가 참여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11.6인치로 규격을 내렸으며 삼성전자가 12인치 크기의 신제품을 가지고 입찰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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