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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 잉크도 마르기 전에 ‘딴소리’하는 차기여당 대표
정치 기자수첩

[기자수첩] 합의안 잉크도 마르기 전에 ‘딴소리’하는 차기여당 대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4.22

검수완박 국회 합의 이틀 만에

이준석 대표, 합의 재검토 시사

여야, 서명하고 사진도 찍었지만

일순간 휴짓조각 될 운명 처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협치’ 또는 ‘합의’라는 단어가 국회에서 쓰였을 때 이를 진지하게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회의 역사는 합의를 뒤집는 치열한 싸움으로 기록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던 지난 2019년 6월에도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2시간 만에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2017년 12월 다음해 정부 예산안 합의를 놓고도 의원총회에서 물리는 방법으로 합의문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이 지금도 또다시 반복됐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한 지 이틀 만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5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서 합의안 추진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로서 항상 원내지도부의 논의를 존중해왔고, 소위 검수완박 논의가 우리 당의 의원총회에서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1주일로 시한을 정해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말 내내 여러 법률가와 소위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이번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논의에 대한 자세한 의견을 수렴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중재안 역시 검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원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시간만 늦춰졌을 뿐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점에서다.

합의를 주도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보완수사권은 100% 살아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동일성·단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대표의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이런 취지의 내용이 전달됐으리라 본다.

또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서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홈페이지에 수천개의 글을 올리며 검수완박 합의를 비판했다.

문제점이 있다면 수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합의’를 빼면 남는 게 있을까? 일단 어떻게든 합의에 이르렀다면 이를 존중하고 최소한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테다.

박 의장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권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한 것이 불과 이틀 전이다. 그런데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현재 제1야당의 대표이자 향후 여당의 대표가 합의문 파기를 시사했다.

명색이 국회의장이 중재하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안 사안이 단 며칠 만에 휴짓조각이 될 운명에 처한 모습은 우리 국회가 얼마나 합의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지 명료하게 보여준다.

또 만일 정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면 애초에 합의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원내대표는 서명하고, 당 대표는 이틀 만에 이를 뒤집으려 하는 모습은 우리 국회가 협상을 얼마나 졸속으로 하는지도 깨닫게 해준다.

이 대표는 합의 직후인 22일 YTN ‘뉴스Q’에서 “저희가 100%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실상 직접수사라고 할 수 있는 보완수사권이라든지 이런 것이 상당 부분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한 협상이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권성동 원내대표 본인도 검찰 출신이고, 무엇보다 당선인도 검찰 출신 아니겠냐”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검찰 구성원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이 대표 본인도 합의를 일정부분 성과라고 평가했으면서도 비판이 커지자 이를 단숨에 뒤집을 채비를 한 것이다.

이 대표가 처음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됐을 때 ‘0선 대표’라는 우려도 낳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리란 기대도 받았다. 그러나 의정 경험이 없다는 점이 현재 국회의 합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게 하는 계기인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여야가 합의를 파기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례를 잔뜩 남긴 정치 선배들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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