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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의 반복되는 심각한 편파 행정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교육청의 반복되는 심각한 편파 행정

오는 25일 6.1지방선거 부산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예정인 김석준 교육감.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2.4.18
오는 25일 6.1지방선거 부산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예정인 김석준 교육감. (제공: 부산교육청) ⓒ천지일보 2022.4.18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우리 교육청은 교사와 스마트기기 전문가로 구성된 ‘물품규격선정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기기의 규격을 정합니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이는 국가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한 교육청들의 공통적인 해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교육 기관 스마트기기 지원 사업에서 교육청들의 편파적인 기기 규격 선정 논란은 좀처럼 잠잠해지질 않고 있다.

일부 교육청은 계속되는 사업자들의 지적에 규격을 완화하는 등 공정성을 제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교육청은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난데없는 규격을 선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의 제품만 들어갈 수 있도록 규격을 정해놓고 다른 제품도 시중에 있다는 말로 얼버무리는 식이다. 충청남도교육청의 크롬북과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윈도우 제품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교육청은 “물품규격선정위원회가 정한 규격이며 복수의 제품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해당 제품들은 시중에 판매하거나 교육 기관에 보급하기 위한 것이 아닌 ‘우리 회사에는 이런 제품 라인업도 있다’고 알려주기 위한 속칭 ‘미끼 상품’이다. 주력 상품이 아닌 셈이다.

예를 들어 교육청이 밀어주고자 하는 A사의 교육 기관용 라인업 1개 제품이 있다고 치면 규격을 그에 맞춰 공고를 올리고 시중 어딘가에 해당 규격을 만족하는 타사의 제품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으니 절차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우기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이 판단 때문에 A사의 독무대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충남교육청과 부산교육청의 경우 계약 방식상 OS별로 제조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는다. OS별로 제조사들과 사전에 손을 잡은 한 사업자와 일괄적으로 계약을 한다. 사업자가 OS별로 어떤 제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지 정하는 과정에서 무조건 A사와 손을 잡아야 하는 구조가 된다.

제품의 종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이미 OS별로 교육 기관에 판매하기 위해 많은 사업자가 제품을 올려놓았다.

특정 OS에서 독무대가 마련되면 A사만 독식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게 나비효과가 돼서 계약 전체에 영향을 준다. 만약 A사가 제품을 B사에만 공급하면 단독 계약(수의계약)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교육청들은 사업자들의 수많은 이의제기와 지적에도 “물품규격선정위원회가 정했다”는 말만 되풀이 중이다. 물품규격선정위원회는 교사와 기기 관련 전문가 10명 내외로 구성된 조직이다. 익명의 집단에 책임을 돌리고 이들을 방패 삼아 사업자 간 차별을 일삼는 모양새다.

많은 사업자에게 참여 기회를 주고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입찰 진행의 취지다. 참여 기회조차 공정하게 주지 않을 거면 나라장터에 등록하는 절차가 왜 필요하며 공고를 왜 띄우는지 모르겠다. 차기 정부는 이 같은 폐단을 속히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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