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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 되려면 임금 양극화 해소부터”
기획

[윤석열 정부 정책탐구③ 노동]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 되려면 임금 양극화 해소부터”

윤석열 정부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을 내걸고 이달 공식 출범했다.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삼을 운영 원칙에 ‘국익·실용·공정·상식’이, 6대 국정목표와 110개 국정과제에는 새 정부가 나아갈 정책들이 집약됐다. 여기서는 경제·에너지·노동·복지·공공·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정부의 정책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짚어보고 정부가 놓치거나 마련하지 못한 부분을 집중 진단한다.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천지일보 2022.5.23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 ⓒ천지일보 2022.5.23

尹정부 노동 정책

尹 “노동 존중사회 만들 것”

노동시간·임금 유연화 약속

‘임금불평등 확대’ 우려 제기

 

줄어든 임금 격차

“최저임금인상, 그간 약자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혜택’”

OECD 내 격차 수준은 낮아

 

임금개편 필요성

여성 임금, 남성의 65% 수준

중위-상위 격차 개선도 미미

“격차 줄일 임금체계개편 필요”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윤석열 정부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임금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할 임금체계 개편부터 이뤄져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달 새롭게 출범한 가운데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실장이 노동 정책에 대해 ‘노동자의 인간다움을 보장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라는 약속과 함께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과제에는 49번째부터 ▲산업재해 예방 강화·기업 자율 안전관리체계 구축 지원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양성평등 일자리 구현 ▲노사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 ▲일자리 사업의 효과성 제고·고용서비스 고도화 ▲고용안전망 강화 등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노사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도 포함됐다. 주52시간제 보완책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 이내로 대폭 확대하고 스타트업·전문직에 대한 근로시간을 완화하겠다는 것 등이 골자다.

또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 방안도 반영됐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업무가 많을 때 초과근무를 저축해뒀다가 추후 휴가 등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확산하겠다는 내용도 국정과제에 담겼다.

이렇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노동시간 유연화를 공언해왔다. 대통령선거 때에는 “스타트업계 의견”이라며 ‘일주일 120시간 근로’를 말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반면 한국노총을 찾아선 “친구가 되겠다”며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과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공 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임금정책은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최저임금 제도의 약화, 기업의 생산성·효율성 논리를 바탕으로 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추진으로 요약된다”며 “그러나 여전히 불평등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장주의와 기업 지원을 위한 임금-노동시간 유연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의지만 읽히는데, 정책들이 노동자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사회에 자리 잡은 임금의 불평등을 확대하고 저임금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상위·성별 임금격차 여전”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지난 2014년 이후 좁혀져 왔으며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도 2015년 이후 지속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 실장은 “박근혜 정부 이후 지속해온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취약계층인 고령자·여성·저학력·단순노무·서비스직·영세업자·비정규직에 돌아갔으며, 저임금 노동자 계층의 임금인상에 큰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임금 9대1분위 배율이 42개 나라 중 9번째로 높은 OECD 통계를 들어 “4번째로 높았던 2014년에 비해 다소 개선은 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임금 격차가 큰 국가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금만 놓고 봤을 때 최하위 임금은 개선됐지만 중간층과 최상위 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중간층 임금이 올라가면서 임금이 전반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 격차가 줄지 않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최저선을 끌어올리는 것과 중간-상위층의 임금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정책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계속 벌어지다가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는 점과 중상위 임금 부문에서 기업 간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점도 들었다. 무엇보다 임금 격차 중에서도 남성보다 현저하게 적은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에 주목했다. 최근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소폭 개선되긴 했으나 2020년 기준으로 남성보다 평균임금이 35.9% 적어 OECD 평균인 12.8% 대비 2.5배가 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20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공 실장은 “여성들이 출산·육아로 오는 경력단절과 유리천장으로 임금과 승진에서 여전히 각종 불이익을 받고 있다. 보육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하지만 핵심은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임금이 낮으면서 여성 비중 높은 직장 문제도 그렇고 성별 격차를 인정하고 개선해나가려는 사회적 인식부터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최근까지도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그간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인상됐고 그 수준이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을 가진 윤석열 정부는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 할 것”이라며 “이른바 ‘3고’ 상황 속에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동결’을 의미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려고만 하면 2014년 이후 진행돼온 노동소득분배율 개선과 고임금-저임금 격차 축소의 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되고 생계비를 충족시키는 수준에서 임금을 지속 인상하면서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지원과 임금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다양한 격차를 해결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외에도 임금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인 경제구조의 개편과 비정규직 고용 규제, 성차별 구조 해결, 차별금지법 제정,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명문화 등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정책에 모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정부의 임금정책은 노동소득분배의 악화와 노동자 내부의 임금 격차·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임금 결정에 있어 노동자들의 권한 축소와 시장·사용자 영향력 확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정과제서 빠진 ‘비정규직’

윤석열 대통령 공약집과 국정과제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는다. 공약집에만 원하청 공동노사협의회 운영 활성화, 청년아르바이트근로자보호법, 모든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 보장이라는 3가지 항목만 올라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최근 8개 학술·사회단체가 요구한 ‘비정규직 정책 질의 답변서’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윤 정부는 답변서를 통해 비정규직 과다 고용 기업에 대한 고용보험료 페널티 부여,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기간제 차별시정제도 개선, 비정규직 고용불안정수당 지급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법제화라든지 민간위탁 정규직화, 자회사 직접고용 전환, 원하청 단체협약 효력 확장 등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수어통역사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4.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4.10

윤석열 정부가 임금과 노동시간 유연화를 우선하고 고용 유연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하지 않은 점에 대해 공 실장은 “한국의 고용 유연화가 상당 부분 진척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경영계가 여전히 고용 유연화를 요구 1순위로 꼽고 있지만,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직률과 낮은 근속연수를 보면 경영계의 엄살과 달리 한국의 노동시장은 이미 충분히 유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해고 규제 완화나 파견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등의 고용 유연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봤다.

그동안 꾸준히 거론돼왔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도 중단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면서 “지난해 말 기준 전환 계획을 제출한 858개 주요기관 중 110개 기관이 계획 수행을 완료하지 못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순위 기관들은 제대로 된 집계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또 “만약 정부 방침에 따라 진행 중인 정규직 전환을 중단한다면 그동안 방침을 지키지 않던 기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일뿐더러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기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적어도 현재 정규직 전환이 진행 중인 곳은 제대로 이행돼야 하며 빠르게 완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 원칙이 제대로 준수될 것인지도 문제로 꼽혔다. 그는 “제도 도입을 하지 않은 기관들도 상당수 있고 도입을 하더라도 유명무실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 결과 정규직 전환 이후 다시 비정규직 고용이 늘고 있다. 추가로 늘어난 기간제 노동자가 상시지속 업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절대적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가 인력 효율화를 앞세워 정규직 증원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 고용이 증가하는 과거의 악순환도 되풀이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후보 시절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고용을 법제화하는 것엔 반대하지만 그러한 고용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처럼 공공부문에서만큼은 이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文정부의 실패 반복 말아야”

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등화는 필요하다. 기초연구·실태조사 등을 위한 연구용역이라도 조속히 시작해 논의를 위한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고 발표한 점 등을 들어 공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업종별 임금 차등 적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모든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를 뒤흔들고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적용하는 나라도 많지 않고 적용하는 경우도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정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결론적으론 새 정부 임금체계 정책은 문재인 시절의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업 간, 고용형태별 격차 해소보다는 동일 기업 내에서 근속에 따른 임금의 차이를 줄이고 실질적인 직무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처럼 기관 간,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축소 등의 접근 없이 임금 차등의 확대와 성과평가와 임금의 연동에만 집중한다면 이들 간 차별을 공고히 할 뿐 아니라 공공기관 내부의 의미 없는 승진-성과 경쟁만 부추기고 임금 불평등 해결에 역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민간으로 확산하지 못한 것은 추진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을 법제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지 정책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오류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 국정과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 국정과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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