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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노후문제 ‘보편적 복지’로 보장해야”
기획

[윤석열 정부 정책탐구④ 복지] “건강보험·노후문제 ‘보편적 복지’로 보장해야”

윤석열 정부가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을 내걸고 이달 공식 출범했다. 국정운영의 근간으로 삼을 운영 원칙에 ‘국익·실용·공정·상식’이, 6대 국정목표와 110개 국정과제에는 새 정부가 나아갈 정책들이 집약됐다. 여기서는 경제·에너지·노동·복지·공공·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정부의 정책들이 나오게 된 배경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짚어보고 정부가 놓치거나 마련하지 못한 부분을 집중 진단한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천지일보 2022.5.24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천지일보 2022.5.24

尹정부 복지 정책

“일을 통한 복지가 최고 복지”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 계획

“‘예산 맞춤형 복지’ 될 수도”

 

건강보험료 인상

최근 10년 동안 줄줄이 인상

건강보험료 누적 적립금 20조

“적립금 운용말고 지원늘려야”

 

국민연금 개혁

2055년 고갈에 “개혁 필수”

‘더 내고 덜 받는’ 방식 추진

“보험료 인상에 집중할 전망”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리 사회는 현재 양극화뿐 아니라 고령화와 저출산, 기후위기, 팬데믹과 산업변동 등 각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전보다 사회적 요구가 커진 데다 가족이나 개인이 복지를 책임지는 방식이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달 새롭게 출범한 가운데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이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나아갈 방향으로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이 돌보는 문제나 아파서 병원에 가는 일 등 복지 분야는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며 “부모님이나 자식이 큰 병에 걸리면 가계가 휘청거리는 게 현실인데 건강보험이나 어르신 요양 문제 등 모두 보편적인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적 위기에 대한 공공·사회적 대응체계를 갖춰놓지 않으면 누구든지 언제든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위기가 커질수록 특정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가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부문의 비중을 확대하는 보편적인 복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이자 국정과제 이행의 지향점으로 ‘생산적 맞춤 복지’를 비롯해 ‘일 잘하는 정부’ ‘역동적 혁신성장’ 등을 제시했다. 인수위 측은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일을 통한 복지가 최고의 복지”라고 규정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일자리를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복지 재원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 실장은 “정부의 복지정책엔 민간중심 일자리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가 투영되고 있다”며 “이는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복지·근로 인센티브 강화, 공공기관과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재정건전성 강화, 사회서비스에 대한 민간·시장의 역할과 참여 강화, 복지지출·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정부’ 통할까

사회공공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복지 방향을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먼저는 촘촘하고 두터운 복지를 취약계층에게 집중 지원하는 ‘국민 맞춤형 기초보장 강화’다. 노동능력이 없거나 취약한 계층에게 현금복지를 지원하며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통해 근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두번째로 사회서비스 고도화와 혁신생태계 조성을 꼽았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기업․단체들의 사회공헌과 사회적 금융 등 다양한 투자를 확대하고 사회서비스 공급에 동참토록 공급 주체의 다변화·규모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다음으로 지출 구조조정과 사회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복지체제로의 전환’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훈 연구실장은 “이번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시장 중심의 재편을 위한 조치들은 ‘강한 정부’의 역할을 자처하며 강력한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 친화적 노동시장 개혁과 공공부문 효율화, 장기수지균형 관점에 입각한 사회보험 개편 등에는 정부가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약속과 민생의 행보' 일환으로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 전북금융타운 예정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2022.04.20.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약속과 민생의 행보' 일환으로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 전북금융타운 예정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2022.04.20.

반면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은 5년간 26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단계적’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는 생계소득의 35% 인상,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부분과 함께 부모급여 100만원 지급 방안 역시 느림보 인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별도의 증세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아 지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제한적인 방식으로는 공약조차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출이나 사업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오히려 복지를 축소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안철수 위원장이 ‘지금까지 공공이 사회서비스 분야를 맡아왔다면 이제는 민간 참여를 확대하겠다’라고 발언한 점 등에 대해 “사회서비스뿐 아니라 한국의 복지서비스 공급은 민간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기에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장기요양의 경우 99%가 민간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그나마 국공립 시설을 확충해온 어린이집도 2019년 11.6%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으나 비정규·시간제, 저임금의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 문 정부완 또 다르게 윤 정부는 17개 광역시도에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의 전면적인 역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사회서비스 사업을 민간이 꺼리는 중증, 주말·야간이나 도서 산간 등 원거리로 한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 축소 가능성 제기

2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료율은 최근 10년간 2017년 한차례를 빼고 해마다 인상됐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동결된 2017년을 제외하고 2.8%→1.6%→1.7%→1.35%→0.9% 순으로 인상이 이어졌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는 2.04%→3.49%→3.20%→2.89%→1.89%로 2010년대 초중반보다 인상 폭을 두배 가까이 키웠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담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건보료 인상 등의 구체적인 재정안정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정부 지원을 확대해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으로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높인다는 내용 등만 나와 있을 뿐이다.

의료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폐지 등도 담겨 있지 않다. 이를 두고 이 실장은 “이번 정부에서도 빈곤층의 최소한의 의료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현재 의료급여의 경우 전체 보장인구 가운데 2.8%에 불과한 151만명이 적용받고 있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서 1단계 개편 당시 한시적으로 적용됐던 최저보험료 세대에 대한 보험료 경감 또한 종료된 상태다. 이에 이 실장은 “최저보험료 대상은 243만 세대, 약 290만명에 달한다”며 “국가가 보장하는 대상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보니 건강보험에서 재산소득이 없는 최저보험료 세대 비중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매년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기만 하고 약 20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립금을 쌓아둔 것을 놓고 “적립금은 급여 지급을 위한 현금 부족 대비 등의 준비금 성격의 자금이지 쌓아두고 운용하라는 여유자금이 아니다”라며 “OECD 국가 중에서도 보험방식으로 운영하는 국가 중 일본·대만·독일·벨기에 등 일부 국가만 적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들과 같이 건강보험 재정적자와 지출 효율화를 강조해 보장성은 줄이고 보험료는 올리면서 적립기금으로 ‘자산운용’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재현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국가의 재정지원을 확대해 안정적인 제도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에 대해서도 축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보험 적용을 받는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한 총의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이 지급한 비율을 뜻한다.

이와 관련, 앞서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목표 보장률을 70%로 약속한 바 있다.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그 이후 각종 급여확대 조치가 있었지만 2020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여전히 65.3%에 머물렀다. 임기 전인 2017년 62.7%보다 불과 2.6%p 증가했을 뿐이며, 10년 전인 2007년과 2009년 당시 65.0%와 유사한 수준이다. 보장률 상향이 더딘 이유는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긴 했지만 이른바 비급여 풍선효과로 비급여 진료가 더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가 진료 비용을 부담하는 진료를 말한다.

그러나 목표 보장성 강화계획을 내놓지 않고 이를 비판한 윤석열 정부를 두고 이 실장은 “보장률이 나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비급여에 대한 통제 문제인데, 오히려 재정만 악화시킨다면서 보장성 강화를 사실상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윤 정부에 이뤄지는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비급여 관리 기제가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예상했다.

오히려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위해 신의료 기술 혁신을 강조하고 규제를 더욱 완화하면서 비급여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모든 의료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계획도 없을뿐더러 비급여 진료를 통제할 계획도 없다. 결국 건강보험 보장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수어통역사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4.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제공: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천지일보 2022.4.10

◆국민연금 등 대수술 예고

연금개혁 또한 국민연금의 대대적 개혁을 공언해온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에 이를 포함하면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윤석열 당선인은 “급여만 낮추고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아 소득대체율이 대폭 하락했다.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노후소득을 안정화하는 과제는 현재 국민연금 틀 내 미세조정만으로는 풀기 어려워졌다”며 연금개혁의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안철수 위원장도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되는데 평생 국민연금을 내도 국가가 지급할 돈이 없다. 출산율을 1.3 정도로 가정할 시 2088년 누적 적자가 무려 1경 7000조원에 달한다”며 “출산율 0.8명 정도로 계산하면 더 빨리 고갈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연금 개혁은 필수”라고 역설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 개혁’을 포함시킨 인수위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안정된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심각한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해 기초연금을 30만원 수준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고, 국민연금의 경우 장기적 수지균형에 맞춰 ‘더 내고 덜 받는’ 모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특수직연금·퇴직연금 등 노후 연금제도 전반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가장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국민연금 개혁”이라며 “이미 급여는 2028년까지 매년 0.5%씩 단계적으로 삭감되는 ‘덜 받는’ 상황이고 수급연령 역시 내년엔 63세, 2028년 64세, 2033년엔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늦게 받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개혁은 보험료 인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재정수지를 계산한 다음 연금 운영 전반계획을 수립해 국무회의 의결·대통령 승인을 받아 내년 10월 말까지 국회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에 이 실장은 “실제 연금개혁은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텐데, 정부가 장기 재정균형을 강조하기에 국회에 제출할 보험료 인상안은 12~13%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노후소득 보장 강화와 보험료 지원에 대한 전제 없이 보험료율에만 집착하는 방식은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전반적인 복지정책에 대해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지출 효율화와 재정·사업의 구조조정 의지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재원에 대한 확충계획이 없기에 ‘두텁고 촘촘한’ 보장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생산적 맞춤 복지’는 과거와 같이 ‘예산맞춤형 복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공단 본부 ⓒ천지일보 2021.4.9
국민연금공단 본부 ⓒ천지일보 20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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