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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 사업 ‘총체적 난국’… “모든 게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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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입찰㉗] 스마트기기 사업 ‘총체적 난국’… “모든 게 지지부진”

교육기관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천지일보DB
교육기관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천지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교육 기관에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폈다. 천지일보는 해당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을 취재하고 교육청의 편파 행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심층 보도를 기획했다. 제27보에서는 스마트기기 사업의 논란과 현재 수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대기업 몰아주기’ 관행 여전

사업 수행과 기업 모두 ‘시름’

‘기기 충전 보관함’ 납품 지연

중국 상하이 ‘셧다운’ 때문에

환율 상승, 원자재 공급난 심화

단말기 원가 ‘폭등’ 마진 감소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정부의 교육 사업 중 하나인 교육 기관 대상 스마트기기 지원 사업이 과정부터 수행 현황까지 여전히 논란이 많은데다가 수월히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사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고되지 않는 입찰 과정의 ‘공정성’

교육청들이 특정 대기업에만 유리한 입찰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여전히 그 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 울산, 대전, 대구 등 대부분의 교육청은 올해 사업도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계약 방식은 특정 사업자의 수주율이 90% 이상에 육박할 정도로 사업자들의 공정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높은 입찰 문턱으로 지난해에는 부산광역시교육청의 600여억원의 사업에서 대기업의 단독 계약(수의계약)이 진행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협상에 의한 계약은 기술력 평가와 가격 평가(9:1 또는 8:2 비중)로 이뤄진다. 그런데 ▲기술력 평가에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해 편향적 평가가 될 수 있다는 점 ▲가격 경쟁이 없으니 단말기 가격이 다른 계약 방식에 비해 훨씬 비싸진다는 점 ▲제안서 작성 비용 등 중소기업의 입찰 참여가 어려운 구조 ▲수요기관과 낙찰자 간 유착 형성이 쉬운 점 등이 해당 계약 방식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수요 기관은 기술능력평가를 직접 수행하거나 또는 조달청 평가를 의뢰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직접 평가하는 경우 평가위원을 수요기관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조달청에서 평가를 대행하는 경우에도 수요기관은 추천 명부를 작성해 조달청 감사담당관실에 평가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 수요기관이 낙찰자를 사실상 결정할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기준 최근 1년간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 낙찰 현황. ⓒ천지일보 2022.4.4
지난해 12월 기준 최근 1년간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 협상에 의한 계약 낙찰 현황. ⓒ천지일보 2022.4.4

◆주사업자가 대기업인데… 수행 속도는 거북이

문제는 이같이 대기업들의 독식이 이뤄지는 이 사업이 원활하게 수행되고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각 지역의 교육청들은 당초 공고한 사업 수행 기간을 사업자가 준수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청들은 90일, 120일 등 사업 수행 기간과 함께 필요한 제품의 규격, 개수 등을 공고하는데 이를 보고 사업자들이 입찰에 들어갈지 말지를 결정한다. 무작정 참여했다가 사업 수행 기간을 맞추지 못하면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조달 계약은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과 계약의 적정 이행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계약 입찰이나 낙찰, 이행에 있어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게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부정당업자)이 내려진다. 조달법에 따라 지체일 수만큼 지체상금(납기지연 배상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단 사업 수행을 기간 내에 할 수 없는 인정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관공서(교육청)에서 이를 승인해줄 수 있다. 이 경우 사업 수행 기간을 늘려줄 수 있는데 문제는 한도가 없다는 것이다. ‘무제한 봐주기’가 가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청들이 봐주는 바람에 정해놓은 사업 수행 기간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만약 입찰 당시에 사업 수행 기간이 짧아서 참여하지 않은 사업자가 있다면 그 사업자를 바보로 만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사업은 ‘병목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충전 보관함’이 제때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충전 보관함은 태블릿PC·크롬북 등 단말기를 보급하기에 앞서 교육 현장에 먼저 납품돼야 하는 제품이다. 충전 보관함이 오지 않으면 다른 스마트기기 납품 일정도 꼬이게 된다.

충전 보관함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국가사업으로 물량 수요가 갑자기 많아진 데다가 반도체 공급난까지 더해져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제공: 경기교육청) ⓒ천지일보 2022.5.23
경기도교육청 전경. (제공: 경기교육청) ⓒ천지일보 2022.5.23

◆‘설상가상’ 中 셧다운에 전자 업계 ‘직격탄’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상하이 ‘셧다운(전면 봉쇄)’ 조치로 교육 기관에 스마트기기를 조달하는 전자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셧다운으로 인한 환율 상승, 원자재 공급난 등 시장 변수와 충전 보관함으로 인한 납품 일정 지연으로 매출원가마저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애초 올해 1월에 끝나야 했을 단말기 보급이 6월에 다다른 지금도 지연되고 있거나 이제 갓 시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조사들은 부품 구매 등을 미뤘다가 뒤늦게 중국에 의한 시장 변수에 휘말려 낭패를 봤다. 처음 책정된 입찰 단가에 맞춰 제품을 팔아야 하는데 환율이 오르고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매출원가가 거의 안 남은 상황으로 번진 것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대당 1만여원 이상 남았을 마진이 지금은 대당 2000원도 남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이 같은 상황을 미리 대비하지 못한 공공기관의 행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공급 차질은 자동차, 휴대전화 등 이미 1년이 훌쩍 넘게 불거진 이슈다. 충전 보관함의 납품 지연은 사실 예견할 수 있던 문제인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고 수행이 지지부진해졌는데 해결되는 것도 없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업 전반적인 부분에서 공정성을 제고하고 행정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크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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