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딜레마에 빠진 尹정부
기획 경제·산업·유통 기획 경제인사이드

[경제인사이드]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딜레마에 빠진 尹정부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도시가스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2.6.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도시가스 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2.6.10

‘적자·부채’ 늪에 빠진 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제출 계획

전력 사용량 多 여름철 눈앞

정부, 물가 상승 6%대 우려

부담감 커 대폭 인상은 불가

-핵심요약-

◆3분기 전기요금 오를까

한국전력공사가 1분기 만에 8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오는 16일 산업부와 기재부에 각각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산업부와 기재부의 협의를 거쳐 20일께 확정된 연료비 조정단가를 통보받게 된다.

 

◆물가 6%대 우려는 부담

정부 부처 간에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선 입장차가 있지만 한전의 재무 상황과 국제 연료비 인상 폭을 고려하면 ‘억누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도 있어 인상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 근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6%대까지 치솟을 수도 있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이번달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탄,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우리나라 유일의 전력 생산 기지인 한국전력공사는 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전은 이번달로 예정된 3분기 전기요금 논의 시 정부에 인상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기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5.4%에 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기요금 인상을 계기로 단기에 6%까지 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게다가 상한선도 있는 데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을 앞두고 있어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 20일께 최종 결정

10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이달 20일을 전후로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전은 분기별로 결정되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게 한전 측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연료비 조정요금 운영 지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내용을 담은 연료비 조정요금 사전 고지안을 16일 산업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가권을 갖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3분기에는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분기 대비 인상폭이 ㎾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이다. 최근 국제 원유 등 발전연료값이 급등한 만큼 한전은 ㎾h당 최대 3원의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물가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20일께 최종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이미 올해 기준연료비를 4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kW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했고,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렸다.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고물가 때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동결했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전경. (제공: 한국전력공사) ⓒ천지일보 DB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전경. (제공: 한국전력공사) ⓒ천지일보 DB

◆한전, 올해 영업손실 추정 규모 23조대

지난달 13일 발표된 1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조 3525억원 감소해 7조 7869억원 사상 최대 수준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단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액(5조 8601억원)을 뛰어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올해 한전 영업손실로 추정한 규모는 23조 1397억원에 이른다. 이는 시가총액 1위 상장사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51조 6339억원) 대비 44.5% 수준이고, 현대차 영업이익(6조 6789억원)의 3.4배에 달하는 것이다. 1분기 부채는 156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1년 전(133조 5036억원) 대비 23조 316억원(17.3%) 증가한 것이다.

한전의 최대 규모 영업손실 배경은 연료비(7조 6484억원)와 전력구입비(10만 5827억원)가 각각 92.8%, 111.7%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LNG t(톤)당 가격은 132만 7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2% 올랐고 유연탄은 191% 상승했다.

이에 비해 전력 판매 수익은 15조 3784억원으로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전력구매 비용이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하는데 LNG·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사들인 전력 구매비용도 대폭 올랐다.

발전 자회사들이 전력 생산에 투입한 연료비는 지난해 1분기 3조 9470억원에서 4분기 5조 9595억원으로 2조원 이상 늘어났다.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SMP) 역시 KWh(킬로와트시) 당 180.5원으로 전년 동기(76.5원) 대비 136%가 늘었다.

하지만 국제 연료비 급등에도 연료 가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아 원가 부담이 높아지며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진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1분기 5716억원 흑자를 기록한 이후, 2분기 -7648억원, 3분기 -9366억원 4분기 -4조 7303억원, 올 1분기 -7조 7869억원 등 4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관계자들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한국전력의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관계자들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한국전력의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SMP 상한제 놓고 발전社-정부 갈등

앞서 한전과 발전 자회사 등 11개 전력그룹사는 지난달 긴축경영과 부동산 및 출자지분 매각을 통해 6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도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한전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13일까지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의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의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 지난달 산업부 행정예고 자료에 나온 비용편익 분석에 따르면 SMP 상한제를 적용했을 때 한전의 비용 부담은 한 달간 약 1422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SMP 상한제 도입으로 한전의 재무 개선이 예상된다.

하지만 민간발전사들은 지난달 25일 정부의 SMP 상한제 도입 행정예고에 반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매가격에 상한선이 정해지면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게 민간발전사들의 주장이다. 또 한전의 손실은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발전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민간발전협회 측은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9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2.6.7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9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제공: 기획재정부) ⓒ천지일보 2022.6.7

◆정부 ‘요금 인상 자제’ 기류 변화 조짐

올해 한전의 적자 전망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을 이유로 요금 인상 자제를 강조하던 정부의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 정부가 공공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원칙’을 강조해온 점도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에 대한 가격 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총리는 공공요금 동결과 관련해 “민생을 지원한다고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나쁘고 열등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취임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기자실 방문 당시 “물가를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고 만약 그렇게 하면 경제에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정부가 물가를 직접 통제하던 시대도 지났고 그것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 도입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지금까지 물가를 이유로 원가가 올라도 반영을 못하고 (전기요금을) 억눌렀는데, 한전의 적자가 국민 부담으로 가게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원가와 시장원리를 반영해 결정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 이상기후 등이 겹치면서 고유가 부담 속에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2월 24.3%를 인상했고, 영국은 4월에 54%를 올렸다. 일본도 지난해부터 누적 34.6%를 인상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은 1인당 전기 소비량이 세계 1위다. 또 중화학공업 및 제조업 중심의 국가”라며 “너무 과도하게 전기요금을 올리면 산업계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민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어느 수준까지 올릴지 상의할 것이다. 10%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 새 시대 희망언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지면구독신청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