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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악해진’ 구글이 주는 교훈
경제 기자수첩

[기자수첩] ‘결국 사악해진’ 구글이 주는 교훈

미국 시애틀에 있는 구글 빌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시애틀에 있는 구글 빌딩.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Don’t be evil.(사악해지지 말자)”

이는 구글의 비공식 표어이자 모토다.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런 구글이 사악해질 대로 사악해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앱에 대해 최대 30%의 수수료를 거두는 인앱결제 정책를 강제하면서 앱 개발사, 콘텐츠 등 관련 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속칭 ‘구글갑질방지법’까지 만들었으나 구글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면서 본래의 목적이었던 수수료 인상을 이뤄냈다. 결제 정책에 따르지 않는다면 앱을 삭제하겠다는 당당한 행보까지 보이면서 말이다.

구글의 앱 마켓 사업자로서 지위를 생각해보면 입점된 앱들은 이를 거부할 방법도, 선택할 대체제도 딱히 없다. 구글의 앱 마켓에 입점되지 않으면 사업 운영에 큰 타격을 입는 완전한 ‘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사업자들은 요금 인상을 줄줄이 단행했다. 소비자 불만도 폭주했다. 한 소비자단체는 구글의 횡포를 악용해 요금을 올렸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구글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글로벌 공룡 ‘구글’이 올린 통행세는 결과적으로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가 지불하게 됐다.

여기에 시장 지위가 높은 입점 앱의 경우 정책에 따르지 않더라도 경고한 대로 강력히 제재하지 않고 물밑협상을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강약약강’ 논란도 일었다. 카카오의 경우 구글의 정책을 따르지 않은 지 보름이 됐는데 구글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구글이 카카오의 행위에 곧바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두 가지가 예상된다. 하나는 카카오를 제재하게 되면 법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카카오의 시장 지위가 높기 때문이다. 협상을 통해 카카오가 인앱결제 강제를 면제받든, 정책 위반으로 앱 마켓에서 퇴출당하든 결과와 관계없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외에도 구글의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영향은 계속해서 업계 전반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이에 인앱결제 관련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의 대응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법까지 만들어놓고 구글의 갑질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도 거세게 받고 있다.

중요한 건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이번 일로 과점 시장에서의 플랫폼 기업의 횡포가 얼마나 강한지 인지하고 ‘제2의 구글’이 나오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시장 지위를 가진 구글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횡포를 부릴만한 기업은 국내에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편법을 막지도 못하고 ‘불이익이 있으면 조사를 시작하겠다’는 식으로 법이 만들어지면 그 법을 믿고 자신을 불쏘시개 삼아 대항할 기업은 없다. 구글의 갑질까지 잘 대응하면 좋았겠지만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더는 업계와 소비자들이 눈 뜨고 당하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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