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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적인 아산의 ‘돌직구경영’… 韓 경제성장 견인
기획

[현대이야기<6>] 직감적인 아산의 ‘돌직구경영’… 韓 경제성장 견인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 등에서 40년간 근무했다. 연구개발·생산기술·기획·품질관리·영업·구매 관련 분야를 망라한 것은 물론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주재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기업경영 컨설턴트, 기업초빙강의 전문가와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천지일보 2022.6.17
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 등에서 40년간 근무했다. 연구개발·생산기술·기획·품질관리·영업·구매 관련 분야를 망라한 것은 물론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주재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기업경영 컨설턴트, 기업초빙강의 전문가와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천지일보 2022.6.17
1950년대 말 미군 공사 계약 장면, 1947년 5월 현대토건사를 세우고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1950년대 말 미군 공사 계약 장면, 1947년 5월 현대토건사를 세우고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6> 아산 정주영 회장의 돌직구경영

정주영·이병철 두 산맥의 차이

아산, 본능적·저돌적 성향 뚜렷

호암, 치밀한 분석 후 성공 확신

 

6.25전쟁 중 비약적인 성장 이뤄

미군이 선정하는 공사 거의 독점

‘도전·창조의 정신’ 지닌 경영자

대한민국 기업사 100년을 돌아보면 두 사람의 거대 산맥으로 분리할 수가 있다. 한 사람은 오늘날의 삼성그룹을 설립하고 현재 전자사업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동기를 마련한 호암 이병철 회장의 산맥이다. 또 하나는 현대그룹을 설립하고 조선사업 분야 세계 1위(현대중공업)와 자동차 사업 부문 세계 5위(현대·기아자동차), 한때 중동건설 바람을 타고 건설회사 세계 5위 안에 들어간 현대건설 등을 설립한 아산 정주영 회장 산맥이다. 현재도 두 그룹은 국내 재계 1위와 3위(현대차그룹)를 유지하면서 한국 경제성장의 선두마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953년 6.25 전쟁 당시 부산 범일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1953년 6.25 전쟁 당시 부산 범일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참모들 반대에도 추진하는 ‘불도저 리더십’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이나 사업 감각은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원래부터 소비자사업으로 성공한 삼성은 치밀한 사업 분석과 계획을 세우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한 번 더 확인 후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때 과감한 투자와 도전을 시도하고 성사를 시켰다.

반면 현대의 정주영 회장은 치밀한 계획보다는 현장에서 본능적인 감각으로 즉각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그리고 주변 참모들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를 따르라”는 말 한마디로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는 돌직구식 경영을 하고 모든 사업을 자기 뜻대로 성사시킨다. 곧 경영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참 기업가 정신은 본인만의 직감에서 나온다는 것이 정 회장의 주장이다. 

미국 공병장교들과 함께한 아산. 정주영 회장은 미국 공사 수주를 통해 기술과 신용을 쌓아갔고, 이 때 습득한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미국 공병장교들과 함께한 아산. 정주영 회장은 미국 공사 수주를 통해 기술과 신용을 쌓아갔고, 이 때 습득한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물불 가리지 않는 ‘돌직구식 도전정신’
현대의 모기업은 현대토건(차후 현대건설로 변경)으로 6.25전쟁 중에 크게 성장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방한 시 참배할 유엔군 묘지는 당시 겨울철이라서 잔디가 없었으나, 정주영 회장은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낙동강변의 푸른 보리를 떠다가 유엔군 묘지에 심고 푸른 보리를 잔디로 착각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주 큰 만족을 하고 무사히 참배하고 숙소로 돌아간다. 이것을 계기로 미8군들이 선정하는 공사는 현대건설이 거의 독차지 하면서 현대건설은 비약적인 도약을 한다.

한때 고령교 복구공사 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주 큰 적자를 보았지만, 현대는 이를 극복하고 공사를 완공시켰고, 이를 발판 삼아 정부 발주의 큰 공사를 따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춘천 인근 소양강의 댐 공사를 현대건설이 수주하고 건설할 때 생긴 일화를 소개한다. 정주영 회장은 물불 가리지 않는 돌직구식 도전정신 하나로 밀고 나가 공사를 성공시켰다.

당시 소양강댐을 건설할 때 일본의 세계적인 댐 기술자 일본인 ‘구보다’는 일본 제철의 철근과 콘크리트를 팔아먹기 위해 중력댐(콘크리트댐)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은 이 제안을 거부하고 비싼 시멘트 대신 강원도에 널려 있는 흙, 자갈, 강변모래를 이용한 사력댐을 건설하면 공기도 단축하고 경비도 30% 이상 절감시킬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밀고 나가서 성공시켰다. 

당시 국내 경제학의 전문가로 불린 태완선 경제부총리는 “사력댐이 성공하면 내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말하고 공개적으로 반대 발언에 나섰다. 하지만 댐이 완공되고 수문이 성공적으로 개방되자 정주영 회장에게 유도시합으로 따지면 한판승으로 진 것으로 비유돼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1950년대 경복궁에서 아산 정주영 회장의 모습.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1950년대 경복궁에서 아산 정주영 회장의 모습.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아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성공”
이처럼 정주영 회장은 ‘도전과 창조의 정신’으로 무장된 경영자로서 “시련이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반드시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길이 없다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다면 새로 만들어 내면 된다”며 “어떤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할 수 있다는 확신 90%와 해낼 수 있다는 사명감 10%만 갖고 추진하면 100%는 자연적으로 채워진다. 안 될 수도 있다는 회의나 불안은 단 1%도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정 회장은 부하 직원들을 독려해 가면서 결국 성공시킨 자신만의 ‘돌직구식 경영’을 펼쳤다.  
즉 목표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이에 상응한 노력만 죽을힘을 다해 쏟아부으면 누구라도 무슨 일이든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게 정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또 정 회장은 “아직 해보지도 않아 모르는 부분은 배우면서 하면 된다”고 판단하고 앞만 보고 나가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다 같이 평등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위대한 사회는 평등의식 하에 세워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기능공들, 그리고 모든 현대 임직원이 함께 이룬 현대건설이고, 다 같이 똘똘 한마음으로 뭉쳐서 이룬 회사이며, 다 같이 합심해서 만들었으니, 근본적으로 우리는 상하관계를 떠나 동지이고 한솥밥을 먹고 사는 가족이라고 정 회장은 밝혀왔다.  

아산은 1977년 7월 당시 현대건설 주식의 50%인 500억원의 사채를 출연해 아산재단을 설립했다. 이는 당시 국가 사회복지예산 195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아산은 1977년 7월 당시 현대건설 주식의 50%인 500억원의 사채를 출연해 아산재단을 설립했다. 이는 당시 국가 사회복지예산 195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기업이윤으로 사회 환원… 복지사업 추진
또한 그는 사업으로 이룬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여러 사회복지사업도 추진했다. 당시 ‘사회복지’라는 개념도 생소하던 1968년 지역사회의 문제해결 및 발전에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신념 하나로 지역사회 교육 운동을 시작했다.

또 1977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우리 사회에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라는 방침 하에 의료사업(현재의 아산병원), 사회복지지원사업(소외된 최하위생활 서민들 생활 지원), 학술연구지원사업(대한민국 학문과 사회발전을 위해 유능한 학자들의 창의적인 인문 사회문제 해결 연구지원 및 매년 우리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이슈를 연구과제로 선정해 교수 중심의 순수 학문적 연구에 언론의 실용적 접근을 추가했으며 재단의 학술 심포지엄과 연계함으로써 사회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연구 결과를 단행본으로 발간해 대한민국 사회에 파급효과를 높이는 지원사업 등), 사학재단 울산대학교의 설립으로 인재 양성 및 장학사업을 활발하게 시행해 현대그룹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금의 사회 환원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하기도 했다. 

1989년 지역사회교육운동 20주년 기념대회에서 발언하는 아산 정주영 회장.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1989년 지역사회교육운동 20주년 기념대회에서 발언하는 아산 정주영 회장.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그리고 울산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의료진 양성에도 투자했으며, 현재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정주영 회장의 아호를 딴 ‘아산병원’은 최첨단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보유하고 국내 5대병원(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학교 성 빈센트, 삼성의료원, 아산병원)으로 성장해 국민들의 의료복지에 큰 기여도 했다.

◆아산의 남다른 면모 ‘이타심’ 기반한 리더십 
정주영 회장의 경영은 절대로 남의 기업을 인수해 회사를 키우지 않았다(단 열외로 기아자동차인수는 전략적으로 인수). 즉 이 방법은 남의 불행을 발판 삼아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라고 인수를 거부했다. 또 정 회장은 일부 위험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벤처 정신을 보유하라고 하면서,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자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할 수 있다는 ‘I can do’ 정신으로 무장하고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회장은 위에서 결정해 아래로 지시한 업무는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Top Down’ 방식으로 추진하고, 앞서가는 기업을 따라잡으려면 프런티어식 ‘Catch-Up’ 정신을 갖고 추진하라고 했다. 

한국의 초창기 대기업을 성공리에 이끈 그룹 회장들은 앞에 열거한 사항들을 명심하고 치밀하면서도 과감한 도전으로 세계 속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큰 기업으로 키워나갔고 이것이 현재의 한국경제의 큰 틀을 만들어 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끝으로 아산 정주영 회장의 타 대기업 경영자들과 전혀 다른 면모는 이타심에 기반한 리더십이 있었다고 본다. 항상 사업을 하면서도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심사숙고 했고,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돌직구처럼 추진했다.

1987년 마쓰시다전기 설립자 마쓰시다 고노스케와 함께한 아산 정주영 회장.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1987년 마쓰시다전기 설립자 마쓰시다 고노스케와 함께한 아산 정주영 회장.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국민에게 가장 존경받으며, 마쓰시다 그룹을 설립한 ‘마쓰시다 고노스케’에 대해 정 회장만은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정 회장이 볼 때 마쓰시다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크게 기여한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주영 회장은 “우리 현대가 잘 되는 것이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것이고, 나라가 잘 살아야 우리 현대그룹도 세계 속의 최강의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 시대가 낳은 위대한 경영자로 공존공영의 보편적인 가치에 더 많은 무게 중심을 뒀고, 국내 대기업 회장답지 않게 서민처럼 검소(구두를 12년간 신고 생활)하고 알뜰하게 살다가 일생을 마친 대한민국 최고의 거인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정리 = 유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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