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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민제안 ‘비공개’인데… 경찰 ‘사연 뭐냐’ 묻고 길 막고 민원접수 ‘까마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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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실 국민제안 ‘비공개’인데… 경찰 ‘사연 뭐냐’ 묻고 길 막고 민원접수 ‘까마득’

100% 비공개에도 수차 확인
‘국민권익위 접수’ 권유하기도
“위해요소 있는 분들은 막아”
가로막힌 민원인, 여성 노인
대통령실 “오해, 혼선 줄일 것”
전경 사진 누리집 게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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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민제안’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을 찾은 한 민원인이 경찰에게 둘러싸여 국민제안 등 민원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08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국민제안 전화 안내받은 대로 여기로 온건데 안내해주는 사람은 안 보이고 경찰·군인밖에 없더라고요. 이들이 저를 막아서고 밀치기까지 했습니다. 민원 접수하러 온 제가 무슨 죄인입니까.”

최근 아픈 딸의 치료를 위한 제도개선을 바라는 민원을 접수하고자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의 민원실을 찾았다는 김경숙(70대, 여)씨가 분통을 터뜨리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그가 ‘국민제안’을 하기 위해 미리 전화하고 절차를 묻자 국민제안 상담원은 방문접수 시 홈페이지 주소대로 가면 된다는 설명을 했다고 한다. 이 말만 철석같이 믿고 안내받은 국방부 대로에 도달한 김씨는 주변의 국방부 경비팀장인 공무원 A씨에게 민원접수 업무를 문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개인적인 제안이면 종로에 있는 국민권익위 쪽으로 가야 한다’였다. 게다가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A씨가 ‘사연이 뭐냐’고 제안 내용을 수차례 물어봤다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신설한 ‘국민제안’은 비공개·100% 실명제·민원 책임 처리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두고 김씨는 “(경비대 보안 때문에) 이름도 소속도 밝히지 않는 데다 100% 비공개라고 하면서 ‘사연이 뭐냐’고 자꾸 물어보는 건 아니잖느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처럼 개인적인 아픔이 있어 오는 사람도 있을 텐데 상대방이 어떤 마음으로 왔는지 헤아리지도 못하고 다짜고짜 물어보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원하는 대로 민원안내가 이뤄지지 않자 김씨는 자리를 벗어나 건널목을 건너려고 했으나 A씨와 다른 직원에 의해 가로막혔으며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민원인은 “자기 의지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죄가 있어 붙잡는 것도 아니면서 건널목도 못 건너가게 저를 막아서고 밀치기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경찰대는 ‘밀치진 않았고 그저 가로막았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경찰관계자 A씨는 “민원실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길을 건너가려고 하길래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그랬는데 계속 가려고 해 막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하는 민원안내를 받지 못한 채 언쟁이 벌어지자 이 지역을 맡은 202경비대 총괄 B씨도 나와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그는 “여기 오는 분들이 길을 못 찾거나 그러면 안내도 한다. 민원실로 간다고 그러면 안내를 하는데 때론 위해요소가 있는 분들이 있다. 경찰관으로선 이렇게 (막을 수 있는)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위협요소가 있다고 하기엔 민원인은 연약한 체구의 70대 여성이었다. 김씨는 이날 결국 제대로 된 민원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헛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도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같은 민원접수 혼선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은 민원접수에 관해 서로의 설명이 달라 빚어진 일이었다. 이러한 혼선에 대해선 본지가 단독취재해 해당 문제를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대통령실, 청와대 국민청원 없애고 국민제안 도입했지만 민원접수 ‘혼선’).

◆대통령실 “조속히 조치할 것”

이에 대통령실 국민제안실 측은 접수처가 보안시설이다 보니 밝히 명시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전경 사진 홈페이지 게시 등을 통해 이러한 혼선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실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길에서 종합민원센터가 바로 보이는 사진(전경)을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리려고 한다. 반영되면 민원 혼동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보안시설인 관계로 경호처나 국방부에 (문제없는지) 질의한 상태인데, 결정되는 대로 홈페이지 쪽에 이야기해 바로 조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 측 설명에 따르면 국민제안 접수처는 보안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국방부와 대통령실 따로 표시해놨다. 국방부 종합민원실은 접수처일 뿐이며 대통령실에서 운영하는 민원실이 별도로 있진 않다.

또 개인 민원인의 경찰 동행 부분이나 대리접수 등도 오해로 빚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제안 접수 절차는 집단민원의 경우 경찰서 보안과 직원이 동행해 서한문 등을 전달하는 절차가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개인 민원이라도 잘 모르는 일반인이 있다면 국방부 민원실까지 직접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다는 답변이다.

국민제안실 관계자는 “집단민원의 경우 경찰이 대동하는 절차가 있는 것인데 (다 그런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처럼 잘못 전달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최대한 모든 민원인을 만족시켜야 하지만 여러 민원을 다루다 보니 그 과정에서 나오는 어려운 점들이 있다. 그런 부분들은 나오는 대로 해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2주가량 전 홈페이지 내 국민제안 코너를 신설 공개한 바 있다. 비공개·100% 실명제·민원 책임 처리제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국민제안의 소통창구는 민원·제안, 청원, 동영상 제안, 대통령실 전화안내(102) 등 4가지다. 102는 윤석‘열’(10) 정부+귀‘耳’(2)의 의미로 대통령이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민원은 행정기관에 대한 처분 등 특정 행위를 요구하는 일을 뜻하며, 제안은 정부시책이나 행정제도 및 그 운영의 개선을 목적으로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의견이나 고안을 말한다. 청원은 피해의 구제,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시정이나 징계요구, 법률·명령·조례·규칙의 개정 및 폐지, 공공의 제도 또는 시설의 운영 등을 요구하는 사항이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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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제안 홈페이지 캡쳐) ⓒ천지일보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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