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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서울퀴어축제… 종교계 갈등도 재현
종교 개신교

[현장] 3년 만에 돌아온 서울퀴어축제… 종교계 갈등도 재현

서울광장 대규모 퀴어문화축제
불교·천주교 등 종교계도 참여
“동성애는 죄악” 맞불 집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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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사진은 축제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주여, 서울시가 소돔성이 되려는 위기의 순간을 막아내려고 모였습니다. 악한 세력을 막아주시옵소서.” “우리는 우리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인근 도로에선 이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대규모 맞불 집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2000년부터 시작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23회를 맞아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됐다. 서울광장 입구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축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에 나섰다.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소품으로 장식한 이들은 밴드와 앙상블, 풍물패 공연 등 오래간만에 열린 축제를 환영하며 즐겼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를 비롯한 종교계·정당·시민단체 72곳은 광장에 부스를 열고 참석자들을 맞았다. 종교계에서도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조계종 사노위), 무지개예수, 성공회 무지개 네트워크, 천주교 인권연대연구센터 등 불교·개신교·성공회·천주교에서 각각 부스를 운영하며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천주교 부스에서는 수녀들이 무지개색 팔찌를 나눠줬고, 예수님 복장을 하고 십자가를 지닌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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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가 1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법고를 두드리던 조계종 사노위 위원장 지몽스님은 “2017년부터 매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며 시민들 인식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멈춰 아쉬웠는데, 이렇게 3년 만에 다시 참가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아직 성소수자들이 인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길 기원했다.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성소수자는 코로나19 이후 더 외롭고 고립된 삶을 살고 있었다”며 “오늘은 사람들이 너무나 기다려온 자리”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유럽연합(EU)·네덜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 등 각국 주한 대사들도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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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성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가 광장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서울광장 인근 곳곳에서 맞불집회를 벌였다.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 단체는 ‘2022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2만여명의 교인들은 흰색 상의를 맞춰 입고 손에는 ‘차별금지법 동성애퀴어축제 반대합니다’라고 쓴 짙은 남색 부채를 들었다. 퀴어축제를 음란 축제라 정의하며 “동성애 축제 허용한 오세훈 물러가라”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애국가나 군가를 크게 틀기도 했다.

‘에이즈의 주된 전파 경로는 남성 간 성행위’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NO’ ‘우리는 모두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성 평등 반대 양성평등 찬성’ 등 혐오를 유발하는 각종 피켓과 깃발이 거리를 도배했다.

앞서 보수 개신교계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들은 서울광장 사용허가를 내준 서울시에 허가 취소를 요구, 취소하지 않을 시 행사 당일에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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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민희 기자] 보수 개신교 단체 회원들이 16일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16

이날 예고대로 열린 반대 집회에서 설교를 맡은 목사는 “왜 서울을 소돔성이 되게 하려는가”라며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무엇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불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위배하는 가증한 일”이라며 “당신의 자녀가 동성애자가 돼도 좋은가. 당신의 며느리로 남자가 들어와도 좋은가. 당신의 사위로 여자가 들어와도 괜찮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윤리와 도덕의 문제, 자녀들의 문제, 국가 안위의 문제”라면서 “종교가 탄압받는 무질서한 세상, 부도덕한 사회가 되는 것을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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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성 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6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보수 개신교계가 광장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은 반대 집회 참석자들이 통성기도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2.07.16

사랑제일교회 담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도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서는 “동성애 축제를 시청광장에서 열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동성애 축제로 발생한 모든 책임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반대 집회 현장에서는 오후 1시 18분께 일부 집회 참가자가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쪽으로 넘어가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고 수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한편 이날 오후 4시경부터 내린 폭우에도 퀴어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축제 참가자들은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서울광장에서 출발해 을지로 방향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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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진행 중인 참가자들이 을지로 일대에서 퍼레이드 행진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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