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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사태로 드러난 원하청 구조문제… 파업손실금도 ‘눈덩이’
사회 사회일반

대우조선 사태로 드러난 원하청 구조문제… 파업손실금도 ‘눈덩이’

파업 50일·도크 농성 한달째
하루 320억 손실·누적 6천억
‘제2의 쌍용차 참사 막아야’
 
노사, 임금인상 4.5%로 좁혀
손해배상 취하 여부는 ‘이견’
“원하청 간 신뢰·협력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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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도 약 6000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금속노조는 금속·제조업 근로자들의 임금 실질화 등을 요구했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50일째 이어지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여파로 누적 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뿐 아니라 하도급 구조에서 오는 고질적인 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사가 20일 당초보다 좁혀진 임금인상률을 제시하면서 타협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가 손해배상 문제를 놓고 밤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헤어졌다.

대우조선 파업사태는 21일로 50일째, 도크 농성투쟁는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단순한 처우개선 문제가 아니라 그간 이어진 조선업계 불황에 더해 원청-하청이라는 구조에서 오는 고질적인 문제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주력산업이던 조선업의 장기 침체로 일감이 급감하면서 저가 수주가 이어졌지만 그 피해는 아래로 몇 단계나 하도급을 주는 국내 산업구조와 맞물려 하청업체들이 상당 부분 떠안게 됐다. 조선업의 특성상 하청 기업이 튼튼해야 원청 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원·하청 간 신뢰와 협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천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선업은 경기가 좋을 때 나쁠 때 변동이 심한데 원하청 간에 원청이 얼마나 하청을 대우해줬는지, 경기가 좋을 때도 깎기만 한건지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며 “원하청 간의 신뢰·협력관계를 이루는 것이 핵심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하청 구조 속에서 최근 노조 협상이 당사자가 아닌데 협상하는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 구조적인 차원에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불법까지 벌어지게 된다”며 “먼저는 모든 것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노사 자율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뿌리 격인 대우중공업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조선과 기계 사업 부문을 분리해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로 출범했지만 대우조선은 3년 넘게 끌어온 인수·합병이 무산되는 등 20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인수합병 무산에는 저가 수주 출혈경쟁으로 실적이 꼬꾸라진 대우조선의 사정이 국내 조선 3사 중 가장 안 좋다는 점도 작용됐다.

◆“납기미준수로 신뢰 하락 더 큰 문제”

파업 노동자의 핵심 요구는 임금인상이다. 대우조선 하청지회에 따르면 15년 차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2021년 원천징수 소득은 3429만원인데, 이는 7년 전인 2014년 4974만원에서 31% 줄어든 규모다. 조선업 불황으로 잔업특근이 준 데다 상여금이 상당 부분 삭감되면서 임금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 30%, 상여금 300% 인상 등 처우 개선과 함께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촉구해왔다.

하청사가 임금을 올려주려면 원청이 단가를 인상해줘야 한다. 그러나 원청인 대우조선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기에 산은 승인 없이 단가를 올리긴 어려운 구조다. 이에 단체교섭과 정부의 중재가 절실하다고 노조 측은 내세운다.

점거 농성이 길어지면서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은 선박을 건조·수리하는 ‘도크’를 모두 5개 보유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운영이 중단된 도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1도크’다. 지난달 노조가 점거한 후에는 모든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우조선에 따르면 하청노조 점거 농성으로 지난달 2894억원, 이달 들어 하루 320억원 상당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4일까지 하루 259억원의 매출 손실과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해 누적 5700억원가량의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말과 내달 말까지 파업이 길어질 경우 예상 손실금액은 각각 8165억원, 1조 359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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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1도크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2.07.14. (출처: 뉴시스)

특히 조선업은 특성상 납기준수가 중요하다. 국내 조선사들이 조선업 불황 속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차지하며 세계 1위를 탈환한 것도 다른 나라나 규모가 큰 회사들도 맞추기 어려워했던 납기준수가 꼽힌다.

반면 이번 파업으로 납기를 못 맞출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점거 중인 도크에서 건조 중인 유럽·미주 지역 발주 유조선 3척을 포함해 건조 예정인 선박들이 납기일을 놓치면 6월 말 53억원(5척), 7월 말 271억원(11척), 8월 말 643억원(22척)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배상금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대규모 파업으로 납기가 늦어지면 조선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선주사와의 신뢰도 부분에서 큰 타격을 입고 선박 수주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강조한 정부는 파업 현장을 찾아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 더 이상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공권력 투입 시기를 묻자 “국민과 정부 모두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측도 “이익집단이 건드릴 수 없는 ‘언터처블’이 되면 그 나라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느냐”며 ‘불법 파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공권력이 투입되면 ‘제2의 용산참사’ ‘제2의 쌍용차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거제를 찾아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며 막판 설득에 나섰다. 이어 노사는 임금 30% 인상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20일 밤 인상률 4.5%로 격차를 대폭 좁혔다. 다만 파업으로 인한 6000억원대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취하 여부를 두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속히 사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노사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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