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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베일 항만공사’로 韓경제 구하고 글로벌 건설사로 우뚝 선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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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이야기<11>] ‘주베일 항만공사’로 韓경제 구하고 글로벌 건설사로 우뚝 선 현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 ‘세기의 도전자’ ‘위기의 승부사’ 등 다양한 수식어가 방증하듯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자동차와 조선, 건설, 유통, 자재, 금융 등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한국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다. 1990년대 정몽헌 당시 현대전자 대표이사가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전자에도 몸 담았던 박광수 칼럼니스트가 올해 75주년을 맞은 현대그룹을 파헤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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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한국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전자 등에서 40년간 근무했다. 연구개발·생산기술·기획·품질관리·영업·구매 관련 분야를 망라한 것은 물론 영어와 일어에 능통해 미국 일본 등 해외주재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기업경영 컨설턴트, 기업초빙강의 전문가와 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천지일보 2022.07.22
<11> 중동진출의 드라마 쓴 정주영

세계가 주목한 20세기 최대 공사

공사금액 9억 6천만 달러 투입

당시 세계서 가장 큰 규모 공사

 

중동서 막대한 달러 번 현대건설

국내는 물론 세계서 인정받게 돼

주베일 공사 후 중동서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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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2022.07.22

 

아산 정주영 회장이 현대건설의 사운을 걸고 전력을 다해 도전해서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공사를 잠시 자세하게 서술해본다. 주베일 항만공사는 수심 10m의 바다를 길이 8㎞, 폭 2㎞로 매립해 항구와 기반 시설을 만드는 공사로, 300m 높이의 산 하나를 부셔서 나온 자재를 바다에 메우는 분량이었다고 한다.

매립 공사 후에 공사 성패를 좌우하는 30만톤 유조선 4대를 동시에 댈 수 있는 20세기 최대의 유조선 접안시설(OSST)을 바다 위에 세워야 했다. 특히 유조선 정박시설의 기초가 된 철근 구조물(대형재킷)만도 500톤짜리 89개로 직경 1~2m의 파이프를 가로 18m, 세로 20m, 높이 36m로 높이로만도 10층 빌딩과 비슷했다.

◆주베일 계기로 중동 대형공사 100% 수주

이 공사는 앞서 설명한 대로 30만톤 유조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항만공사로 35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투입된 공사이고, 한국 건설사로는 최대 규모였다. 현지 인건비와 재료비를 최대로 절약하고자 항만공사에 필요한 대형재킷(1억 달러 상당)들을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제조해 19번이나 바지선으로 연결했다. 또 악명 높은 태풍이 부는 필리핀해역을 거쳐 중동의 걸프만까지 1만 2000㎞의 바닷길을 무사고로 안전하게 운반했다. 또한 바닷속 바닥을 종 모양으로 굴착해 철근을 삽입하고 콘크리트로 타설한 후 거기에 거대한 대형재킷을 페르시아만에 세워 주베일 항만공사를 건설한 일화는 너무도 유명한 전설로 건설업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이것을 계기로 현대건설은 1977년 ‘라스 알가르’ 항만과 쿠웨이트 ‘슈아이바’ 항만공사, 1978년 1월 ‘두바이 발전소’ 수주 등 중동지역의 대형공사를 100% 수주했다.

70년대 석유파동으로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면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을 구원하고 오일머니로 달러가 넘치는 중동에서 달러를 벌어들인 1등 공신 현대건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경제는 다시 한번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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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에서 정주영 회장의 모습.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정주영 “근로자들의 땀과 눈물로 세운 공”

현대건설이 주베일 산업항만공사를 무사히 마치자 박정희 대통령은 정중하게 정주영 회장을 청와대로 초대해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도 하면서 중동건설에서 성공한 이유를 질문했다. 이에 정주영 회장은 “각하 제가 공부를 제대로 했습니까, 대학을 나왔습니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를 할 수 있나요. 현대건설의 임직원들이 세계 초일류 외국회사와 비교해 기술이나 경영면에서 탁월하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 공로는 전적으로 현대건설 근로자들이 대한민국과 현대건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면서 땀과 눈물로 세운 공입니다”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모든 공로를 근로자들에게 돌리는 멋진 한마디의 답변을 정 회장은 남긴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정주영 회장의 통 큰 답변에 전적인 동감을 표하면서 샴페인 술잔을 맞추고 브라보를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그만큼 정주영 회장은 모든 중동에서의 건설신화를 함께 일한 근로자들에게 돌리면서 자신은 한 것도 별로 없이, 그저 열심히 현대건설을 위해 밤낮으로 24시간 일하는 임직원들의 급여를 하루도 늦추지 않고 지불한 것이라고 했다. 타 대기업 회장들과 전혀 다르게 임직원들에게 이익이 발생하면 조금이라도 더 배려(추가 보너스 지급)하는 아량 있는 경영자의 배포를 보여준 것이다.

◆중동진출 ‘50여년’ 현대건설, 약 170조원 수주

현대건설의 근로자들이 중동에 진출한 지 50여 년이 된 가운데, 같은 기간 한국의 건설사는 해외에서 약 900억 달러(1110조원)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현대건설이 수주한 공사 건은 총 842건이며, 수주 금액은 1361억 달러(약 170조원)다. 2위인 삼성물산(750억 달러, 세계 1위 초고층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건물건축 등)과 3위인 삼성엔지니어링(716억 달러)의 합친 수주 금액과 비슷하다.

현대건설은 정주영 회장의 창업정신을 잘 이어받아 임직원들이 상부상조하면서 현대건설을 키우는데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또 해외공사 수주 1위 회사인 만큼 적극적인 시장개척(남미지역 국가 건설시장 신규진출 등)으로 해외 수주 누적 금액이 2000억 달러 돌파도 조만간 달성할 것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건설회사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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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에서 정주영 회장의 모습. (출처: 아산정주영닷컴)

◆순발력 발휘해 메카궁전 향해 절한 아산 

끝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축공사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나와프 왕자로부터 정식 초청을 받고 국제공항에 도착한 정주영 회장은 사우디 왕자가 보낸 왕자 전용차를 탔다. 최고급 승용차가 왕실로 향하던 오후 3시경 왕자 전용차가 갑자기 도로에 멈췄고, 운전자가 마포와 같은 한국의 멍석과 비슷한 것을 도로에 깔고 메카궁전 방향을 향해 절을 했다. 그 뒤를 쫒아오던 모든 차들도 한순간에 멈췄고, 차에서 내린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일제히 길에 엎드려 메카궁전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순발력을 발휘한 정주영 회장은 그 시간(오후 3시)이 이슬람교도들이 메카궁전을 향해 예배를 올리는 ‘싸라’ 시간임을 알아차리고 얼른 승용차에서 내린 다음 운전자가 깔아둔 멍석으로 가서 메카궁전을 향해 이슬람교도처럼 넙죽 절을 올렸다고 한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깔개도 없이 입은 양복 그대로 아스팔트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정 회장은 아랍인들이 절을 다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절을 올렸다고 한다.

보다 못한 왕자 승용차 운전자가 “고만하고 일어나라”고 강하게 말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절을 올렸다. 절을 나름대로 다 마치고 일어선 정주영 회장의 이마에는 무더위 속에 녹아내린 아스팔트에서 검은 칠이 이마에 묻어나 시커멓게 얼룩져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얼굴이고 목과 팔은 줄줄 흘러내린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틀 후 사우디의 메카궁전에 들어가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이잘 국왕이 정주영 회장에게 질문을 했다. 파이잘 국왕이 정 회장에게 던진 첫 질문은 “당신은 무슨 종교를 믿으십니까?”라고 한 말이었다. 

정 회장은 특별히 믿는 종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생각이 나서 저는 이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그 신은 전지전능하시고 무한 자비한 신이므로 그 신에 순종하면서 살아가는 게 저의 신앙”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파이잘 국왕이 “그 신이 바로 알라신입니다”라고 말하자 정주영 회장은 “그 신을 가리켜 대한민국에서는 애국가에 나오는 말대로 하나님이라고 하고 중국은 천주님, 서양에서는 여호와라고 합니다”라는 멋진 답변을 했다. 이어 정 회장은 “하지만 저는 그 창조신을 호칭할 만한 단어를 이 땅에서 발견하지 못해 감히 무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인간들이 그 신의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은 마치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후 평지에 살던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하늘 꼭대기에 오르려던 교만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영 회장의 대답은 마치 사전에 준비된 원고를 읽는 것처럼 일사천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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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 완공식. (출처: 현대건설)

◆鄭회장, ‘타종교 존중심’으로 국왕 신임 얻어

파이잘 국왕은 “당신이 공항에서 왕실로 오는 길에 아랍인들과 똑같이 ‘싸라’ 시간에 메카궁전을 향해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를 때까지 절을 올렸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 무슨 사유로 절을 했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정주영 회장은 “신의 이름이 다르고 믿는 방법이 다를 뿐 아랍인들이 믿는 알라신이나 제가 믿는 신이나 똑같은 신입니다. 그러니 남들이 자기 신을 경배하는 시간에 그 자리에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은 현지의 알라신을 무시하는 것입니다”라는 멋진 순발력을 보여줬다. 파이잘 국왕은 큰 만족감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한국에서 온 정주영 회장은 남의 나라 종교도 존귀하게 여기는 덕망 있는 귀한 건설 경영자라고 칭찬하면서 정 회장에게 전적인 신임을 실어줬다. 그 이후의 사우디아라비아 주택공사(알코바와 제다지역 및 리야드 공공주택) 관련 건설회사 선정 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주택성 장관이 직접 나서서 현대건설이 높은 입찰가격을 제시했어도 반드시 현대건설에 공사 수주를 주라고 지시했다. 당시 총공사액으로 무려 12억 달러나 되는 큰 주택공사로 알려졌다.

정주영 회장의 종교는 무신교 혹은 개신교라고 알려졌다. 그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면 신도들과 같이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했으며, 절에 가서는 부처님 앞에 겸허한 태도로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서 백팔번뇌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주영 회장은 모든 업무에 어려움이 닥쳐와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을 추진하면 어느 순간에 일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사업 결단은 칼처럼 행동은 화살처럼 빠르게 하면서 언제든지 미래에 대해 항상 희망을 품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사업을 하면서 본인에게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사람이 죽어가는 전쟁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작금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국내 물가 및 기름값이 거의 2배까지 상승한 것을 봐도 정주영 회장의 명확한 예견을 살펴볼 수가 있다.

그리고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유명한 말의 자서전을 남기고 “개천에서 용이 된” 정주영 회장을 다시 한번 더 회고한다.

끝으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경제계에 큰 족적을 남기고 고인이 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누구보다도 강한 배짱과 뚝심, 순간적인 상황에 여유롭게 대처하는 재치와 유모를 겸비한 정신을 가진 위대한 사업가 ‘정주영’이라는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아호가 ‘아산’인 그를 21세기를 풍족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평생 마음속 깊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정리 = 유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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